제1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오늘 결정된다. 이로써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사실상 모두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주요 변수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안 대표는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대권 3수에 나서는 안 대표의 도전은 기존 대선구도, 특히 야권의 대선판을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대 1로 붙어서 이길 수 없다”면서 동시에 대선전 ‘야권 통합 불가’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야권내 후보단일화에 불을 지피며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원희룡 경선 후보 등이 잇따라 단일화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나섰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안 대표 지지율이 3%만 나와도 위협적..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아도르노는 말했다.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떠올리면 아도르노의 절규는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아우슈비츠 이후 줄기차게 서정시를 써왔다. 아도르노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통탄해했을까. 우리나라의 사정은 더할 것이다. 통계로 잡힌 건 없겠지만 생산되는 시 대부분이 서정시 부류에 속하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등식이 성립한다. 서정시는 인간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문학 장르라는. 이 등식이 맞으면 아도르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도 인간에 의한 인간의 학살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그렇다. 서정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서정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아우슈비츠 등 인류의 숱한 학살을 형상화할 수..
환경교육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재활용이다. 우리가 평소에 분리수거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다시 사용되는지 알면 분리수거를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면서 참여한다. 환경 수업에서 페트병을 모아서 새롭게 만든 의자나 소파처럼 큰 가죽을 잘라 지갑이나 가방으로 재창조하는 건 너무 자주 해 온 이야기였다. 새로운 수업 아이템을 찾던 중에 ‘양말목’을 알게 되었다. 처음 ‘양말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무의 한 종류인 줄 알았다. 이름 끝에 ‘목’이 들어가는 행운목처럼 양말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식물을 떠올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단어를 듣더니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목재의 종류냐고 되물었을 정도로 생소했다. 글자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데 이 아이템으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아리송했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들고 남는 천을 말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맞은 1교시 수업은 체육 시간이었다. 종이 울리자 교실 문이 열리고 체육 선생님이 들어왔다. 우리 학교는 운동부 특히 럭비부가 꽤 유명했고, 그 체육 선생님이 럭비부 담당 코치였다. 우람한 체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선생님은 천천히 걸어 교단에 서더니, “1번부터 10번까지 일어나 봐.”라고 했다. 참고로 반에서 가장 키가 큰 친구가 1번이었다. 그리고는 “앞에서부터 100m 달리기 몇 초야?” 하고 물었다. 우리는 1번부터 차례로 자신의 100m 기록을 대답했고, 그 당시 4번이었던 나는 본능적으로 “18초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선생님은 열 명의 대답을 모두 들은 후 두 명을 지목했고, 방과 후 럭비부실로 오라고 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물은 이유는 키와 덩치가 크고 달리기 속도가 괜찮은 아이들을 럭비부로 데려가기 위함이었..
파주시 자유로 파주출판단지 휴게소 운영권 이관 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3일자 1면) 이로 인해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지난 임시회 기간 중 도 건설국의 각종 안건 심의를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열리는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달 6일 열린 제355회 임시회 제1차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도의원들은 자유로 파주출판단지 휴게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도가 파주시 이관을 미루고 있는데다 운영권도 없는 상태에서 휴게소의 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위수탁계약 심의까지 진행하고, 도의원을 심의위원에서 배제해 사실 확인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 건설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임시회 기간에 처리할 예정이었던 도 건설국의..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대대적인 열병식 대신에 ‘자위-2021’이라는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하였다. 전람회에서는 국제사회가 우려해 왔던 각종 신형무기가 전시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무기개발은 남한과 미국이 아닌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기념연설을 하였다. 핵무기와 각종 미사일은 자위적 차원에서 개발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중적 기준이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무기개발은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실제로 북한은 한미일 안보수장이 회동하고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에서 종전선언과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는 시기에 신포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란 듯이 발사하였다. 대화 논의는 진행되면서 실..
떡은 우리의 오래된 문화로 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의례나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떡이다. 굿을 하려고 해도 떡이 있어야 하고, 개업을 하거나 이웃에게 인사할 때도 떡을 돌린다. 떡은 만들고 나누는 전통적 관습으로 지난 1일에는 ‘떡 만들기’ 문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가루 내고 쪄내고 삶은 과정이 번잡한 떡 만들기 중에서 가장 손쉽게 만들고 선물하기 좋은 것이 꼬리떡이다. 꼬리가 있어 꼬리떡이다. 꼬리떡은 익어가는 가을처럼 색의 조화로 운치를 더하는 떡 종류 중 하나이다. 쌀가루는 찰지게 반죽하여 모양은 잎사귀 모양으로 손으로 비벼 꼬리를 만든다. 반죽이 무르면 꼬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거기에 문양이 새겨진 떡쌀을 박기도하고 동그랗게 말아 왕사탕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다른 떡에 비해 만들기도 쉽고 선물로 이웃에 나누어도 손색이 없다. 색의 조화를 넣어 멋을 내는 것은 결혼이나 의례 행사가 있을 때이다. 고향이 북쪽인 나에게 꼬리떡은 반갑고 익숙한 음식이다. 일상적으로 쌀가루가 아닌 옥수수 가루로 만들어 식으면 굳어져 꼬장떡이라 하기도 한다. 가루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모양도 동글납작하게 만들어 세 손가락 도장을 찍기도 하고 잎사귀 모양으로 꼬리를 뽑기도 한다. 옥수수 꼬리떡은 쪄내지 않고 반죽하여 가마에 빙 둘러 붙인다. 김을 올리면 구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다 익었다 싶으면 떡을 떼어내는데 꼬리떡은 밑면이 과자처럼 바삭해있다. 불의 세기를 잘 조절하고 익어가는 냄새를 잘 알아야 맛있는 꼬리떡을 먹을 수 있다. 남쪽에서는 쌀가루로 만드는데 만들기도 쉬워 아이들도 따라서 체험해 볼 수 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에서는 2020년에 꼬리떡 만드는 행사를 어른과 아이와 같이 했고, 지난달 31일에도 꼬리떡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내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사회에 유익한 일들을 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이다. 지역주민과 이웃이 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향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행사를 많이도 했다. 그 중 꼬리떡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맛과 멋을 동시에 낼 수 있어 선물해도 손색이 없는 떡 종목 중 하나이다. 전통적인 관습이 있으므로 떡은 음식을 넘어 나눔과 배려, 정(情)을 주고받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남쪽의 생활은 살아있는 순간 모두가 선물이다. 받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고향 정서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다. 고향에서 일상으로 만들었던 꼬리떡을 만들고, 나누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서럽다 아니할 것 같다. 가을 단풍이 향수를 자극하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더욱더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꼬리떡을 만들어 이웃과 이웃에게 나누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800만 명을 돌파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806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8월(742만6000명)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무려 64만 명이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8월(644만4000명)과 비교하면 162만2000명이 늘었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더욱 악화한 결과라지만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 문제는 형편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 경쟁 블랙홀로만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의 후보경선 과정에서 어떤 후보도 인상에 남을 만한 그럴듯한 일자리 해법을 말한 이가 없다. 그저 경쟁 후보 흠집 내기에만 여념이 없는 ‘비전 제로’의 흙밭 싸움만 줄기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주 논쟁적 이슈를 던지고 있다. 지난 27일 이재명 후보는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이재명 후보는 “당장 시행한다는 건 아니고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가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생각해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이재명 후보는 주4일제와 관련해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주4일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29일, 이..
문학의 연구대상은 문학 작품이다. 문학 작품의 장점은, 학문세계에서는 금기인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의 세계건 역사적 사건이건 학자들은 하지 못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픽션의 형식으로 보이지 않는 진실을 추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은 무기다. 그렇다고 해서 허무맹랑한 얘기로 역사와 현실을 오독하게 해서는 안 됨은 물론이다. 학문에서도 상상력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 작품과 구별될 뿐이다. 아인슈타인이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지식과 이론은 많은 경우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했다. 아인슈타인이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는 말도 상기하자. 상상력의 원천은 다양한 분야의 공부다. 시쳇말로 하면 지식의 융합이다. 한 분야에만 집착하는 전문주의에서는 발휘되기 어렵다. 우물을 팔 때도 넓게 시작해서 깊이 파 들어가는 법이다. 그래야 같은 전문가라도 융합형 전문가가 될 수 있다. 21세기가 요구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최명희의 『혼불』에는 “이 온 세상 삼라만상과 우주 공간의 음 가운데 무엇보다 음이어서 태음이라 하는 달”에 대해 이런 얘기가 있다. “사람의 눈이 무엇이리오. 그 눈에 보이면 있다 하고, 안 보이면 없다 하지만, 푸른 달빛의 눈썹 끝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먹통보다 짙고 검은 밤, 달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하에서 저 홀로 만월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달이 지상으로 오르며 찼다 이울었다 하는 변화에 맞추어 땅이 전신을 다하여 호응하는 것처럼, 땅에 사는 인간 또한 이 결을 따라 호흡하며 살아간다.”(5권 158~159쪽) 앞서 이런 얘기도 했다. “보이는 것에 연연하여 보이지 않는 것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오히려 형식에 본질이 희생을 당하는 것이리라.”(2권 66쪽) 존재와 비존재, 본질과 현상, 즉 존재론 철학이다. 존재론은 관념론이지만, 불멸의 실체를 인식하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혼불』은 조선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추적한다. 음력 29일과 30일, 1일, 2일은 달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먹통보다 짙고 검은 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하에서 저 홀로 만월을 이루고 있는 기간이다. 달은 3일이 되어야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 잠시 모습을 보여준다.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다. 달은 우리가 보지 않아도 45억년을 한결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물론 미세한 변화는 있다). 그러나 보지 않고 인식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다. 지하에 묻힌 온달이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초승달과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의 순서를 반복하는 한 달 동안의 변화는 우리가 잘 안다. 오늘 보름달이 떴겠구나 하는 인식과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감각이 다른 것이다. 『혼불』의 이 대목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느끼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대목도 있다. “상사(相思)가 되면 비장이 마른다. 말하기 쉬워서, 사람이 그립다고 죽기까지 하랴, 하지마는 ‘상사’라는 말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니, 그 ‘생각’이 깊으면 비장이 상하고, 비장이 마르게 상하면 조혈을 제대로 못하는지라 피가 마른다. 피가 마르니 결국은 죽게 되는 것이다.”(6권 288쪽) 강실이가 사촌오빠 강모를 사모하는 마음이 지나쳐 건강을 해친 상황에 대한 묘사다. 마음은 소위 자유의지로 통제되지 않는다. 비장과 위를 묶어 비위라고도 하는데, 흔히 마땅치 않은 꼴을 당하면 비위가 상해 밥을 못 먹겠다고 하는 그 비장이다. 비장이 상하면 피를 거르지 못해 잠을 못 자고 밥맛이 떨어져 몸이 심각하게 상하게 된다. 마음의 병이다. 문학 작품을 구상할 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플롯의 구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협소하게 될 것이다. 상사병과 같은 마음의 병이 비장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식도 마찬가지다. 최명희 작가는 역사, 전통문화, 자연과학, 수목, 원예 등 다방면의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살아있다면 『혼불』도 완성하고 더 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을 것이다. 강실이와 춘복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편, 문제는 학문으로서의 문학도 문학 작품처럼 다양한 지식의 융합이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그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건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최명희 작가도 개인적으로 알아서 공부한 건가? 학문으로서의 문학도 ‘보이지 않는 것의 이치’를 깨달아 명작(名作)의 수준에 맞게 도약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인문학의 위기’ 담론은 오래전 추억이고, 인문학이 존재의 근거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