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도 이제는 개고기를 먹는 걸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냐, 면서 임기말에 매우 민감한 사안을 제기했다.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으로 여기며 함께 사는 반려인구가 1500만 명이 넘는다. 대선후보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이 지금 '품격 저널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비교적 공정하고 이성적이며 상식적이라면, 윤석열 후보는 소위 '개사과' 논란만으로도 낙마할 수 있었다. 자멸적으로 황당무계하고 불가사의한 언동이 날마다 벌어져도 그가 건재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제일의 특징이다. 개를 자식과 다름없이 키운다는 그는 또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망언을 했다. 자가당착이다. 바보 같지만, 교활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동물정책연대는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는 개는 없다"며 심지어 후보사퇴를 요구..
실업자가 넘쳐났던 경제 대공황 시기,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산업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노동은 남성의 것”이라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공고화시키는 도구였지요. 하지만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의 본분은 아이와 부엌과 교회에 있다”는 나치즘 이데올로기 탓에 여성 노동력 차출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모든 참전국에서는 대대적 여성노동력 동원이 실행됩니다. 미국이 대표적이었지요.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1년 만에 18세에서 39세 사이 수백만 명의 남성들이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연히 산업 전반에 걸쳐 극심한 노동력 부족이 발생했고, 이것이 여성노동의 불가피한 확대를 요구한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최근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을 몰라서’였다. 기사의 내용은 《인간 이재명》 읽기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유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다. 그만큼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이재명이란 사람을 몰랐다는 얘기다. 어쨌든 반가운 기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의 진심》이란 책을 읽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샴푸 한 통을 파는 판매원도 상품을 팔려면 그 상품의 성분과 효능, 임상결과를 정확히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이 상품 좋으니까 사세요’라고만 줄기차게 외치는 판매원은 빵점짜리다. ‘우리 상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저 상품 사면 안 돼요’라고 떠드는 판매원은 없는 것만 못하다. 더구나 자신이 마케팅하려는 상품이 나라의 살림을 5년이나 맡길 대통령 후보라면..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에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학교 밖 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던 6학년 친구들인데 졸업하기 전에 문화 공연 관람으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바라던 수학여행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공연 관람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학교 밖 활동에 대한 아이들이 갈망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 같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를 맞닥뜨렸을 땐 이렇게 오래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멈춰있을 줄 몰랐다. 다들 평소처럼 이런저런 체험학습 계획을 잡아뒀다가 모두 취소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 2년 차에는 우리 학년을 제외한 전체 학년에서 체험학습을 안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운영 위원회에서도 올해 체험학습은 없는 걸로 동의했다. 내가 속한 6학년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문화 사업 예산을 받..
어젯밤 늦은 시간 큰아들 친구 두 명이 찾아왔다. 예고 없이 찾아온 녀석들이 아들과 함께 거실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니 집안이 꽉 찬 느낌이었다. 이들은 큰아들과 함께 코 흘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실컷 놀면서 다져온 우정이기에 반가움이 넘쳐났다. 큰아들은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 코로나로 귀국했다. 그런데 그 길로 발목과 삶이 함께 묶여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 그래 저래 두 친구가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는데 나 또한 뵙고 싶어 들렸다고 한다. 녀석들은 이야기 도중 모두 아버지를 잃었다고 하면서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녀석들은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이 아이들 나이 때는 오직 직장과 직업에만 몰두했다. 그 일이 최우선이요 전부였다. 부모님 모시며 세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딴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뉴스가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촘촘하게 제시된 팩트 앞에서 사실과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 기성 미디어에 SNS에 기반한 1인 미디어의 가세로 그 어느 때보다 뉴스가 풍부해졌지만 뉴스 문맹률은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 가짜뉴스의 범람을 이유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기성 언론의 가짜뉴스는 언제나 상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테면 군사정권 시절 한국 언론은 정권의 보도 자료에 아첨이라는 양념을 더해 시청자·독자 앞에 뉴스랍시고 내놓곤 했다. 거기에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치열한 뉴스 정신이 들어있을 리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윤석열 사태에서 보았듯이 이른바 언론의 받아쓰기는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팩트 왜곡과 조작 등 전통적인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이즈음이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다. 육하원칙에 입각한 사실 전달이 뉴스의 속성이자 생명이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은 운명적으로 사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독자의 몫이다. 일차적으로 제시된 사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덕목은 판단 유보일 것이다. 헷갈리면 거부하거나 받아들이기보다 판단을 미루는 게 현명하다.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므로. 뉴스 읽는 방법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문해력 부족이 아닌 섣부른 판단이 많아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뉴스를 속단하는 걸까? 다양성의 사회에서 박물관에 전시돼 있어야 할 이데올로기인 진영논리에 갇힌 게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한다. 진영논리라는 맹목에 사로잡히면 팩트는 더 이상 팩트가 아니다. 내가 지지하는 진영에 유리하면 팩트지만 그렇지 않으면 팩트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놀라운 현상이 아닌가? 가짜뉴스는 언론만이 아니라 시청자·독자들도 만들고 있으니. 대장동 부동산 게이트를 보자. 이 게이트는 민간업자가 부당하게 1조 8000억 원의 이익을 가져갔다고 경실련이 추정했을 정도로 일찍이 보지 못한 대사기 사건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의 숱한 팩트 앞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취하고 불리한 것은 간단하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테면 국민의힘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곽상도 씨 관련 팩트는 철석같이 믿는 반면 대장동 사건 행동대장 격인 유동규 씨 윗선에 관한 팩트는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진영논리 속에서 맹목적으로 팩트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소름 돋는 모습은 무엇을 뜻할까? 진영논리로 이익을 보는 정치집단이나 그 주변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진영논리로 먹고사는 정치꾼들의 이익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근대 서양 철학의 문제 제기였던 주인과 노예를 여전히 들먹여야 하는 상황이다. 제 아무리 압제에 맞서 싸웠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뉴스조차 있는 그대로 읽지를 못하니. 궁극적으로 정치적 판단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데.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정신의 빈곤은 함석헌이 일제시대 때 피를 토하며 외친 '우리안의 돼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아동복지시설(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중 약 100호를 우선 배정한다고 밝혔다. 보호 종료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돼 아동양육시설의 보호가 종료되는 청소년이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주택 지원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공포했다. 내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한정한 보호종료아동 주거안정지원사업 시행자에 지방공사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지침이 개정된 것은 경기도가 보호종료아동에게 공공임대주택 물량 공급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최근 GH와 보호종료아동 공급물량 배정 협의를 마쳤다. 앞으로 도는 공공임대주택 100호를 공급한 후에도 배정물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탄강은 큰 바위 하나를 일으켜 의적 임꺽정을 숨어 살게 하였다. 꺽정은 바위 동굴 속에서 한탄강 하류를 바라보며 서울을 도모하였다. 전곡 문산 장단 지나 임진과 합수하여 탄현에서 곧장 좌로 들어 한강을 치고 올라가면, 거기 백성의 나라가 눈물겹게 펼쳐져 있었으니, 백성의 왕보다 강한 권력을 가진 사대부를 모조리 참살하여 광화문 높이 걸고자 한 꿈. 사대부 우두머리 피 흐르는 모가지를 들고 어전에 뛰어들어가 왕의 무릎 아래 통곡하려던 꿈. 그리하여 임꺽정의 한탄강은 지금도 흐르고 있느니.
경찰이 동네북 신세다. 국민으로부터 연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나타난 현상을 보면 경찰이 이런 처지가 된 건 남 탓할 형편이 못 된다. 범법자의 위협 앞에 목숨이 위태로운 시민을 제때에 효과적으로 구출해내지 못하는 경찰에 대한 민심은 사납기 그지없다. 차제에 경찰의 내외적 문제 핵심을 올바로 짚어내어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내야 할 것이다. 위상이 막강해진 우리 경찰이 이렇게 무능한 모습으로 질타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의 경찰 부실 대응에 대해 “이는 남경·여경 문제가 아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사안”이라고 지난 22일 지적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50분쯤 인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시비하다가 벌어진 흉기 난동에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
사람들은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라고 불렀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9시 20분께 송파구 석촌동의 한 주택 지하 1층에서 이 집에 살던 박 모(60)씨와 두 딸 A(35) 씨, B(3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 현장에서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함께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나는 왜 이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장애인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머니가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국민연금이 나올 시기도 아니고, 마땅한 직장조차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기초생활 수급자였으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국가에서 생계비 보조를 받았을 텐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