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기 사건의 종범인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진상 씨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말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정 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비속어로 표현한 속내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체포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운운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점령이나 통치, 권력을 통한 부패를 뜻하지 않는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사안의 본질이 들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정 씨의 말을 지나칠 수 없다. 그 야심에 대입해보면 대장동 키맨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에 1억 465만 원을 출자해 이름 그대로 만 배의 수익(1208억 원)을 올린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김 씨의 소유든 "이재명 측 소유라고 들었다"는 공범 남욱 변호사의 전언이 진실이든 터무니없는 야심이 한국 현대사회에 칼을 꽃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동이라는 칼날을 뽑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장동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당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장동 사기 사건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 형사재판은 검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재판은 강제력이 담보된 검찰의 수사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피고인이 증거를 제출하기도 하지만 수사권도 없이 수집한 증거는 한없이 초라해지고는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탄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명확한 불법을 저질러 수집된 증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증거로 채택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사는 고도의 법률 지식을 가진 데다 수사와 공소유지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다. 반면 피고인은 재판을 자주 경험해 봤자 평생 10번을 넘기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피고인은 그 재판이 인생 첫 번째 재판이고는 한다. 지식, 경험 그리고 숙련도에서 피고인은 검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마저도 검찰총장 시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상대방으로 만나서 여러분들이 몇 년을 재판을 받아서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이 납니다. … 법적으로 엄청나게, 특히 형
본보는 지난 19일자 1면 ‘어디로 가야 할지… 영하 20도 한파에 갈 곳 잃은 노숙인들’ 현장 기사를 통해 매서운 한파에 고통을 겪고 있는 노숙인들의 처지를 보도했다. 수원시가 야간 순찰을 통해 노숙인의 건강 상태와 안전을 확인하고, 한파 대피소를 임시적으로 개방했으며, 숙식을 제공하는 수원 다시서기 지원센터 ‘꿈터’도 있지만 노숙인들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내용이다. 노숙인 보호 시설이 일시 거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노숙인 대책은 일자리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한국철도공사와 수원시,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힘을 합해 수원역 주변에 상주하는 노숙인들에게 환경미화 일자리를 제공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일자리와 급여를,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참여자를 선발하고 수원시는 행정 지원을 했다. 일을 하면서 노숙 생활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수원 역 주변 노숙인들이 대상이었다. 하루 3시간, 월 60시간 일하고, 월 89만 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한국철도는 지난 2012년부터 노숙인 희망일자리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며 지방정부, 노숙인지원센터와 협력하는 사회 공헌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후 사업 대상역과
진정한 행복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은 물체의 그림자처럼 선한 생활에 항상 따르기 마련이다. 신은 우리를 더욱 선하게,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의 눈앞에 또는 우리 가까이에 갖다 두었다. (세네카) 자신의 생명을 정신적 자기완성 속에 두는 사람은 불만을 느끼는 일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지배 아래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활동은, 언제나 쾌락의 획득을, 고뇌의 회피를,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의 도피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쾌락에 대한 욕망은 타인과의 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고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며 죽음을 끌어당긴다. 그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그들이 알고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더욱더 많은 쾌락을 좇는 것이다. 그러나 쾌락에는 한계가 있어, 그 한계를 넘으면 쾌락도 고뇌로 바뀌고 더욱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바뀌어버린다.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뇌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은 남으로부터 힘으로 빼앗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쾌락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 남으로부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은, 사람들에게 참된 행복을 주는 유
비운의 의병장이었다. 1567년 태어나서 1596년에 옥사했다. 스물아홉. 빛고을 광주 충장로는 충장공 김덕령의 거리다. 이 특별한 젊은이의 죽음은 40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너무나 아깝다. 화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그 더러운 정치에 들쥐 잡는 들불을 놓고 싶다. 전주이씨들 보다 자부심이 강한 광산김씨다. 율곡과 함께 서인의 원류 유학자 성혼(成渾)의 제자로서 또래들에게 뒤지지 않는 학식을 갖췄다. 열너댓 살 소년이 이미 전국 제일의 씨름꾼으로 이름을 얻었다. 궁술과 기마 등 무사로서의 역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문무를 겸비한 국보였다. 어린 나이에 벌써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괴력의 소유자였다. 자당께서 호랑이를 품에 안는 태몽으로 얻은 아들이었다. 태생적으로 특별한 운명이었다. 중국에 이른바 '4대 기서'(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가 있다. 내게는 수호지가 1번이다. 나는 '위대한 왕초' 송강(宋江)의 혈맹 공동체인 충의 두령 108명을 모두 좋아한다. 존경한다. 내가 그 시대 山東의 청년이었다면, 해방구 '양산박'(梁山泊)에 들어가서 무송, 노지심, 임충, 흑선풍 등과 우애하며 살았을 거다. '역발산
모든 것에 저항할 수 있지만 선량함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없다. (루소) 선행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다. 대가를 예상하고 이루어진 경우에도 역시 선이 아니다. 선은 인과율을 초월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횃불과 불꽃이 아무리 강력해도 태양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리듯이, 우리의 지능도(설사 천재라 하더라도) 또 아름다움도, 마음으로부터의 선량함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린다. (쇼펜하우어) 한없는 부드러움은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천성이자 재산이다 (존 러스킨) 연약한 식물이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가 갈라진 틈을 지나 자생한다. 선량함도 그와 같다 어떠한 쐐기도, 어떠한 망치도, 어떠한 무기도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 (소로) 인간이 있는 곳에는 그에게 선을 행할 기회도 있다. (세네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우리의 마음에 든다거나 우리에게 선을 행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서 모든 사람들 속에 깃들어 있는 신의 영혼을 보기 때문에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신의 사랑, 진정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원수 사랑이 가능해지는 이유이다. 위대가 무엇이 위대겠습니까? 강대국의 뒤를 따라가며 그 후진을 무릅쓰는 이른바 후진국의식을…
경기도 지역 청년 기초수급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의 삶은 나라와 지역사회의 앞날을 결정하는 지표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국가의 지원에 생계를 의존하여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은 암담한 현실을 상징한다. 당장 불황이 해소될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 청년 기초수급자 증가세를 방관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장기적 안목의 ‘새로운 비전’이 절실하다. 기초수급자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기초 생활비를 지급받는 사람을 말한다. 소득 인정액이 최저 생계비 이하이고 부양자가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내 20‧30대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는 최근 5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 KOSIS가 지난 7월 발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청년(20~39세) 기초수급자 수는 4만 293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에 2만 2876명이었던 수치와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2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생활권을 공유하는 서울시는 1만 8000여 명, 인천시는 8000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지난 16일 이태원역 거리에서 열렸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과 유족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스쳤다. 진행자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이름 하나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추모는 대상이 되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면서 슬픔을 넘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찾아내게 한다. 애도의 한 방법이기도 한 추모는 희생자를 잃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유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표현하게 한다. 이런 시간의 누적이 서로를 지지하는 힘을 이룬다. 희생자에 대한 개인의 기억이 미디어를 통하면 사회적 기록이 된다. 이렇게 모인 추모 기록은 사회적 기억을 구성한다. 희생자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미안해, 기억할게’라는 제목으로 한겨레가 연재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 아빠에게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