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 (생활)문화 특히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4자성어라고도 부르는 고사성어의 주요한 요람이다. 演義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나라의 나관중이 역사를 토대로 지었다.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최근 정치동네 말잔치에 나온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사례 중 하나다. 우선 말뜻부터 풀어보자. 三顧草廬의 顧는 ‘방문하다’의 뜻. 3은 하나 둘 다음, 셋 말고도 ‘많다’는 뜻이니 여러 번 찾아가 뭔가 청한 것이 ‘三顧’다. 草廬는 우리말로 초가집이다. ‘고대광실 기와집’과 대칭되는, 청렴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의 집이다. 보도를 토대로 상황을 그려보자. 유비 현덕이 아우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공명의 사립문 앞을 세 차례 찾아와 경세(經世)의 지혜를 청했다.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를 삼고초려 한 끝에 그가 수락했다.’고 했다. 장제원과 유비가 동급으로 비유의 대상일세. 인군(仁君) 즉 윤 당선자는 제쳐놓았군. 옛 소설 같으면 ‘역모(逆謀)의 싹’일세. 장제원의 현대판 와룡선생(공명)이 사는 ‘초가집’은 어떤 모습이지? 그의 ‘터전’ 김앤장과 수십억(훨씬 더 되는 듯도 싶다
-한승헌, 이어령 그리고 남정현 얼마 전에 돌아가신 두 분의 고인(故人), 한승헌 변호사와 이어령 선생은 동갑내기 1934년생이다. 그런데 이 두 인물을 하나로 엮어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활동영역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 한 살 터울이자 조금 앞서서 고인이 된 작가 남정현 선생(1933년생)의 작품 『분지(糞地)』는 이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은다. 1965년, 법정에서였는데 셋 다 3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이었다. 『분지』는 홍길동의 10대손 홍만수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우리와 미국의 관계를 우화적으로 묘사한 작품인데 반미(反美), 북한 동조 혐의로 반공법 위반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시기 박정희 정권은 한일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대일 굴욕외교라는 지탄과 함께 국민적 저항에 처해 있었다. 그런 터에 미국에 대한 비판적 소설이 나왔으니 그냥 둘리가 없었다. 공안통치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제목은 ‘똥 덩어리가 넘치는 땅’이라는 뜻이고 그건 당대의 한국 현실을 비유한 것이 틀림없으니 말이다. 뭔가 국면을 바꿀 건수가 없을까 싶은 때에 잘 걸려든 것이다. 한일협정반대의 선두에 서 있는 지식인, 문인들에 대한 탄압의 구실 하나가 생
경기도가 1일부터 도내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도는 해제 이유를 지정기간이 만료된 데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대출금리 상승,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엿볼 수 있는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매매수급지수 등 각종 지표가 하향․안정화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의견을 반영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법인의 주택용 토지거래는 해당 시장의 허가 없이 가능하고, 기존에 허가받아 취득한 토지의 이용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도는 2020년 10월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 목적 주택 취득을 차단하기 위해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6개월간 수원시 등 23개 시군 전역 5천249.11㎢를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해 공고했다. 이어 2021년 4월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재지정했다. 외국인·법인의 부동산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투기 우려가 적은 연천군,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양평군, 여주시, 이천시, 안성시 등 8개 시군은 지정 지역에서 제외됐다.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실제 활용
1. 1974년 9월, 미국 제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한 달 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온 다음 (개인적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리라) 행한 조치였다.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사면을 단행한 포드를 향한 ‘인간적 비난’은 드물었다. 해석은 천차만별이었으나 정치적 맹우였던 닉슨에 대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 15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이 칼럼에서 썼다. 법적, 정치적, 국민통합적 관점에 있어 당위성을 곡진히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일은 있었다. 4월 25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 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판단기준”이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 교수에 대한 사면이 마치 부당한 특권행사일 수 있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스로 손으로 박근혜 전…
금융은 필요하지만 꼭 은행은 아니다. 1994년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무서울 정도의 혜안이다. 미디어로 치환하면 좋은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반드시 지상파 방송일 필요는 없다가 된다. 플랫폼 혁명에서 시작한 생태계 변화는 유통, 금융을 넘어 미디어까지 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방통위 조사를 보면 10대는 일상생활의 필수매체로 스마트폰 96.9%, TV 0.1%, 60대는 스마트폰 44.1%, TV 54.3 % 를 꼽았다. OTT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2021년 69.5%로 급상승했다. 넷플릭스 이용률도 19년 4.9%,20년 16.3%,21년은 24%가 되었다. 기존 방송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재 150여 개 유료방송채널 중 대부분이 영화, 드라마, 스포츠, 음악, 오락 채널이다. 다큐채널이 몇 있지만 지상파 다큐를 구매 편성하는 채널일 뿐이다. 보도, 교양, 오락이라는 방송법상의 거시적 장르에서 교양이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KBS의 문제는 보도가 야기한 이미지에 있다. 정권과의 관계에서 진보, 보수가 바뀌어도 친여적 보도 태도가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해 그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유료방송채널이 하지 못하는…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4대 구성요소로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한미일 3국 안보동맹, 그리고 한미, 미일, 미·필리핀 등 양자 군사동맹을 든다. 그리고 이를 5-4-3-2 세력 진법, 다시 말해서 오목(五目)동맹 – 사각체제 - 3각 안보동맹 – 쌍무군사동맹 진법이라고 지칭한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 5개국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안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동맹체이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4개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은 오바마 정부에 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미일 공동안보협력체이다. 한국은 진법 ‘3-2’와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이 이를 자국 포위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3각 안보동맹은 동맹 또는 군사협력의 수준에서 미국 주도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 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으나, 당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신중 모드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중국이 인식하는 바와 같이 대중국 동
의심할 여지없는 행복의 조건은 노동이다. 그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유로운 노동이며, 둘째는 식욕을 돋우고 깊고 고요한 잠을 자게 해주는 육체노동이다. 세상 번뇌가 없는 낙원같은 생활이나 동경해 마지않는 호화로운 생활이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둘 다 어리석고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쾌락만 있는 곳에는 결코 진정한 쾌락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틈틈이 찾아오는 짧은 휴식만이 진정으로 즐겁고 또 유익하다. (칸트) 육체노동은 지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 활동의 질을 향상하고 이를 자극하고 촉진한다. 지적인 활동과 상상력의 활동은 둘 다 특수한 활동으로, 그 천직이 주어진 자에게만 의무이고 행복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천직인지 아닌지는 학자이든 예술가이든 거기에 몸을 바치기 위해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얼마나 희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원한 게으름은 지옥의 고통으로 생각해야 하거늘, 사람들은 반대로 천국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몽테뉴) 가장 평범한 노동에 있어서도, 인간의 영혼은 그가 일을 시작하자마자 차분히 가라앉는다. 의혹, 비애, 상심, 분노, 절망...... 가난한 자도 남들처럼 이런 모든 악령에 시달린다.
6월 1일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지방선거의 주요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의 대항마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김진애 전의원 가운데 결정된다. 인천은 민주당 박남춘 현 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전 시장이 대결한다. 1360여만명의 인구로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의 경우는 민주당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맞붙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0.73%라는 초박빙의 대선이 끝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치러진다. 그래서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야간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어진다면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확실한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길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승리하는 쪽이 대선 민심의 진짜 적자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는 초기부터 중앙정치에 예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우선 각 당의 공천 단계부터 부적절한 신호가 나타났다. 지역에 이렇다 할 연고가 없으면서도 중앙무대의 지명도를 앞세워 출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