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조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의 막이 오르고 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진행될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결정할 최대 시험대다. 지난 대선이 초접전속에 끝난데다 거대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어 전례없는 대결구도가 예상된다.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신‧구권력이 갈등을 빚은데 이어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과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이 맞물리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6월1일 실시된다. 이를 감안해 윤 대통령 당선인측은 인선에서 능력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치밀한 검증 작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부 후보자를 중심으로 도덕성 흠결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아들과 딸의 ‘아빠 찬스’ 의혹에다 아들의 병역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자는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 당선인도 “부정적인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과거 첫 병역판정 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5년 뒤 사회복무요원…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우리 승무원은 마지막이야.” (박지영 승무원)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 (남윤철 단원고 교사) “내 구명조끼 니가 입어.” (정차웅 단원고 학생) “지금 빨리 아이들 구하러 가야 되니 길게 통화 못해. 끊어.” (양대홍 사무장) “걱정하지 마. 너네들 먼저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최혜정 단원고 교사) ‘세월호 사건’에 대해 여러 번 시 청탁을 받았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이 이상의 시를 어떻게 쓰겠는가. / 출처 『악의 평범성』(이산하 시집, 창비 2021) '뒷일을 부탁합니다.' (김관홍 잠수사, 3. 2016.) 님이여, 살길을 찾는 나는 어리석은 자입니다. 님이여, 살길을 가르치려는 나는 더 어리석은 자입니다. (함석헌)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혐오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으며, 땅을 좋아한다고 했다. 탈레스가 우주 만물의 아르케(원질)는 물이라고 한 것을 연상케 한다. 상선약해(上善若海)는 어떤가? 가장 좋은 것은 바다처럼 사는 것이다. 땅에서 소비되거나 증발하지 않은 물은 바다로 모인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고 한다. 강과 하천은 다양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는 강이나 하천과는 다른 독창적인 생태환경을 형성한다. 강과 바다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뱃길을 내주기도 한다. 35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된 곳도 바다였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특히 적도 지역의 바닷물은 수온이 25도 이상이 되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어 육지로 이동해 물을 뿌려준다.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과 장마가 그런 것이다. 이 물은 소금기가 없는 순수한 물로서 육지의 뭍 생명들에게 제공된다.…
학교교육이 위기에 처했으며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현행 학교교육은 지식전수 위주의 국영수 중심 교육 성격이 강하고 경쟁심과 우열의식을 부추기며 개별맞춤형 교육은커녕 지역특색교육도 구현하기 어렵다. 뚜렷한 고교서열화와 대학서열화로 고입경쟁과 대입경쟁이 치열한 우리현실에서 학교교육은 부모 운을 극복하기보다는 부모 운을 증폭시키는 역기능까지 수행한다. 부모의 유전인자와 경제자본, 학술문화역량에 따라 아이의 발달과 성장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교육기회와 교육환경이 달라지고 관심사와 가치관, 사회관계가 달라진다. 공교육의 분명한 목표 중 하나는 부모 운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아이들이 교사효과와 학교효과로 교육기회를 풍부하게 누리며 높은 교육성취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과 예체능은 부모의 유전인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 운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육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서도 그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예술 역량도 부모의 계급계층에 따라 교육기회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에서 부모 운과 관련성이 높다. 이들 역량은 교육적으로 중요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과 신화가 나온다. 소설 안의 소설과 신화 모두 아이러니를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소년 아미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마법의 잔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마법의 잔에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울려고 노력했다. 비록 가난해도 늘 즐겁게 살아온 남자였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슬퍼질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나날이 진주가 늘어갔지만 사내는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사내는 산더미처럼 쌓인 진주 옆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칼을 손에 든 채, 아내의 시체를 안고 하염없이 진주 눈물을 흘린다. 진주를 만드는 행운의 잔이 그의 삶에서 웃음을 완전히 빼앗아가고 끝내는 아내마저 살해하는 괴물을 만들고 말았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마법의 잔을 손에 넣은 남자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겹쳐지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되는 마법의 잔처럼 남을 끔찍하게 욕하고 증오하면…
『이방인』의 살인사건 그리고 재판 “Aujourd’hui, maman est morte”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L’Étranger)』 그 첫 문장이다. 프랑스어 원문을 번역하면 “오늘 우리 엄마가 죽었다.”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고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나 결국 한 살인사건을 다룬 셈이 된다. 주인공 뫼르소(Meursault)는 어느 날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태양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기분이 나빠지면서 우연히 마주친 한 아랍인에게 총을 겨눠 격발한다. 4발을 더 쏘아댔다. 재판이 벌어지자 변호사는 뫼르소의 모친이 죽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고자 한다. 형량이라도 줄여보려고 마음이 슬프고 괴로운 처지였다는 걸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이 모든 것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재판장은 뉘우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분노, 사형을 언도하게 된다. 모든 게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지도 않고 납득시키려 들지도 않는 까뮈의 뫼르소는 이른바 삶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읽혀왔다. ‘maman’은 프랑스어로 어머니를 다정하게 부르는 애칭인데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존재가 햇살이 강렬해서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고 다른 누군가
지난 식목일에는 서울에 있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썼다. 개인적인 일로 편지를 쓸 때 나는 마음 가볍고 흥미롭다. 내가 촬영한 사진 아래 간단한 문장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개성 있게 제작한 우편엽서를 2000년부터 꾸준히 써오고 있다. 우편엽서나 편지나 쓰는 순간부터 받는 사람의 마음과 인연을 생각하며 정성껏 써서 우체국으로 가서 보내고 나면 나만의 삶에 충실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의 생일은 이 달에 다 들어 있다. 손녀가 먼저이고 맏손자는 오빠인데 중하순이다. 찾아가서 녀석들 나이에 걸맞게 신나게 해주고도 싶다. 하지만 시시한 할아버지는 치킨 값에라도 보태서 제 아버지가 내 몫까지 즐겁게 해 줄 것을 부탁하며 몇 푼 안 되는 지폐와 축하의 원고지 글을 아들에게로 보낸다. 호수가 있는 동산에 올라 진달래를 본다. 다른 나무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그런데 내 발길 앞 진달래나무는 가지 하나에 작은 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 그 꽃잎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떨고 있다. 문득 아내 생각이 떠오른다. 그는 세상 온갖 작은 바람에 떨면서도 목소리 한번 돋우지 않았다. 가족들의 미세한 감정을 살펴 위로만 하며 살다 간 사람이다. 정채봉
얼마 전 연천군은 인구수가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말 기준 인구수가 4만2784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59명 늘었다. 이 같은 반짝 증가세에도 연천군이 반색을 하는 이유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천군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019명이었으나 2021년 12월 4만3553명으로, 9466명이나 줄었다. 20여년 사이에 무려 17.9%나 감소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서면 대광리의 경우 한때 인구가 7000∼8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6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연천군이 포함돼 있다.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이에 연천군은 2016년부터 첫째 아이부터 넷째 아이까지 100만원~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출산을 장려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쳤다. 귀농·귀촌 자금과 이사비용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인구감소 현상은 여전했다. 인구감소의 근본적…
우리의 행위 자체는 우리에게 속해 있지만 그 행위의 결과는 이미 하늘에 속한 것이다. (프란체스코) 우리는 날품팔이꾼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서 그날의 품삯을 받도록 하라. (탈무드) 우리의 행위에 대한 결과는 다른 사람이 평가한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네 마음을 깨끗하고 바르게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존 러스킨)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또 우리가 노력한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적으면 적을수록, 성공할 확률도 더 높아진다. (존 러스킨) 인간의 행위 가운데, 결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것일수록 더 훌륭하고 더 가치가 높으며 더 위대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행한 결과를 속히 보기를 원하고 그 대가를 바라고 있으니 얼마나 속 좁은 사람들인가?》(존 러스킨, 《》는 필자 첨가) 만일 네가 자신이 일한 결과를 직접 볼 수 있다면, 네가 한 것은 결국 하찮은 일이었다는 것을 알라. 사람의 얼이란 것은 온갖 힘의 물둥지다. 모든 냇물이 흘러서는 물둥지에 고이고 또 고였다가는 흘러나서 여러 갈래의 냇물이 되듯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마지막에 한 번은 반드시 정신으로 바뀌어져 생명의 물둥지를 이루게 되고, 거기서야 또 모든 것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