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영화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닥친다는 스토리인데, 주인공들이 강추위를 피해 대피한 곳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실제 영화 속의 도서관은 뉴욕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주인공들은 책으로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고 도서관에 소장된 의학 도서를 찾아 읽고 여자 주인공의 생명을 구한다. 도서관은 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희망을 주는 생명의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우리 지역의 도서관은 어떤가? 일상 가까이에 도서관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자. 지역문화 정책과 지방분권이 강조되면서 광역·기초의 문화정책 수립과 실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도서관법’에 따라 광역별로 대표도서관을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대표도서관의 역할은 크게 광역 단위의 도서관 정책을 수립 및 시행을 총괄하는 정책 기능과, 분산되어 있는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등 관종별 도서관의 연결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기능이다. 일례로 서울특별시 대표도서관은 서울도서관으로 서울시청 구청사를 리모델링하여 2012년 10월 26일에 개관했다. 경기도
요즘 쓰는 글에 오자와 탈자, 비문이 많아져 걱정이다. 이게 다 의존증 때문인데 한창 글을 쓸 때 편집국 혹은 편집부에 교열부가 존재했었고 내가 잘못 쓰면 한번 걸러주겠지 하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인 요즘엔 교열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수 언론사에서도 교열부나 교정부를 없앴을 가능성이 높다. 교열기자에 대한 기억과 로망은 이병주의 소설 『행복어사전』에 나오는 주인공 서재필 정도에 머물 것이다. 이런 얘기도 젊은 기자나 글 쓰는 사람들에게 공룡시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되려 이병주가 누구냐, 혹시 삼성 창업주 이병철 이름을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어쨌든 이 칼럼에도 늘 상당수 오자가 있는데 조사의 ‘은는이가’가 잘못 붙어 있는 경우는 다반사요, 고유명사나 이름을 틀리는 경우까지 있다. 띄어쓰기의 잘못은 물론이다. 온라인 판에서는 스스로 발견하거나 독자의 지적을 받거나 해서 바로 수정을 하지만 지면 판에서는 이미 윤전기에서 돌아간 후라 고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날은 마치 밥을 먹은 후 뭐가 얹힌 듯 하루 종일 찝찝하게 지낸다. 창피하고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다. 숱한 오자에도 불구하고 ‘2틀’이나 ‘4흘’ 같은…
손상된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몸속에 넣는 ‘인공 관절 치환술’. 대게 환자들은 ‘큰 수술이라 무섭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받는 수술이다’,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특히, 인공 고관절 치환술은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과 인공관절수술은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보다 더 신중하게 된다. 보통 인공 고관절 치환술은 나이가 들어 관절이 손상돼 하는 수술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고, 일찍 수술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기를 최대한으로 늦추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너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연령제한에 걸리는 건 아닐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술하기 적절한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평균적으로 65세 전후에 수술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2020년 인공 고관절 치환술을 받은 2만 5600여 명의 환자 중 절반이상이 7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70~79세 보다 80세 이상의 어르신 환자가 3000명 이상 더 많았다. 소위 100세 시대인 요즘 80세 전후로 수술을 결심한 환자들이 많았다. 대한골대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고관절이 한 번 부러지면 여성기준으로 2명 중 1명은…
- 쿠보타 망언의 계보 1953년 10월 15일 한일교섭 3차 회담의 재산청구권 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한국 측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한국민족이 겪은 독립운동가들의 투옥과 학살, 조선 민중의 인권박탈, 식량 강제공출, 노동력 착취 등에 대한 피해를 강조하자 일본 측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폈다. "그렇다면 일본 측도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36년간 벌거숭이산을 푸르게 바꾸었고 철도와 항구를 건설했으며 농지를 조성했고 대장성은 때로 2천만엔의 돈을 당시 조선에 지출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일본이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점령되어 더욱 비참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이른바 ‘역(亦)청구권 논리’를 폈던 것으로 3차 협상을 결렬시켜 1958년에 가서야 4차 교섭이 있게 한 ‘쿠보타 망언’이다. 이는 당시 일본 측 수석대표였던 구보타 간이치로(久保田貫一郞)의 발언으로, 식민지 지배는 조선인들에게 유익했고 일본이 아니었다면 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수탈과 탄압, 학살과 전쟁동원으로 점철된 시기를 조선인들의 복리를 향상시킨 지배라는 말에 한국사회 전체가 격분했다. 한일교섭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회용 컵 대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컵인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정부에서도 일회용품을 규제키로 했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식품접객업 등에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자 고시를 개정, 다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올해 6월 10일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일회용품 보증금제가 시행됐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시행을 유예, 실질적인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등 375개 단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과태료 유예를 중단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서는 대상 사업자 매장 내 반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증금액을 인상하라는 등의 내용도 요구했다. 일부 사업자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지만 이들의 주장에 동의 할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61%가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며 “이것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생산·소비
‘에든버러는 꼭 가세요’ 젊은 날, 첫 해외여행인 유럽 배낭 여행을 앞둔 내게 영국 유학파 방송사 PD가 권했었다. 마음에 담았지만 일정상 무리였기에 ‘다음 기회에 꼭!’ 이라는 미지의 목록에 끼워 두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흘러버렸다. 아, ‘다음 기회에 꼭 ’의 목록에 담긴 채 회한의 십자가를 단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10월 중에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데 앞뒤 재지 않고 제일 먼저 ‘에든버러’를 집어넣었다. ‘지금 못하는 것은 영원히 못할 것이며 다음 번이라는 것은 없다’는 쓸쓸한 삶의 섭리를 깨달았기에.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다. 스코틀랜드 하면 보통, 킬트(티탄이라는 체크무늬 남성용 치마), 백파이프, 스카치 위스키 등을 떠올리는데 월드뮤직 강사인 내게 이 나라는 졸업식장에서 부르는 ‘석별의 정’의 원곡이자 갑오개혁 직후 우리 애국가 멜로디였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의 나라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로 시작되는 노래. 원곡 ‘올드 랭 사인’의 뜻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 ‘그리운 옛날’의 정도의 뜻. 우리가 부르는 ‘석별의 정’은 헤어짐을 슬퍼하는 노래인데 본
기도의 보람은, 네가 가장 선한 순간에 도달했을 때, 네 가슴속에 삶의 의의에 대한 최고의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신에게 봉사하는 내적 형식으로서, 신의 은총을 구하는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는 ‘기도’란 공허한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원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인 신에게 언어로 자신의 소망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도에 의해서는 우리는 본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또 신의 계율로서 우리의 마음에 각인된 의무의 하나를 수행한 것도 아니므로, 결국은 실제로 신에게 봉사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를 통해 신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으로부터의 소망, 다시 말해 우리의 모든 행위가 바로 신에게 봉사하는 거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 속에는, 우리의 마음에 절대적으로 내재해야 하는 기도의 정신이 들어 있다. 이 소망에 언어와 형식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칸트) 이따금 어린아이처럼 누군가에게(신에게) 호소해 도움을 청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것은 좋은 감정일까? 아니다. 좋지 않다. 그것은 나약한 마음이고 믿음이 없는 것이다. 뭔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기도
인조반정(仁祖反正)은 쿠데타다. 쿠데타로 왕좌를 빼앗은 자는 능양군(綾陽君) 이종(李倧)이고 빼앗긴 자는 광해군(光海君) 이혼(李琿)이다. 조카에게 왕좌를 빼앗긴 광해군은 강화도로 유배되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자들은 쫓아낸 광해군의 죄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중국을 섬긴지 2백여 년, 의리로는 임금과 신하관계요 은혜로는 부모와 자식관계로다. 그러함에도, 배은망덕한 광해군은 천명을 어기고 오랑캐에게 투항하는 대역죄를 범하였음이라.” 명(明)과 후금(淸) 사이에서 관형향배(觀形向背)하던 광해군의 외교정책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정이 그러하였으니, 쿠데타로 등극한 인조가 ‘숭명반청(崇明反淸)’을 부르짖은 건 당연했다. 인조와 쿠데타 세력은 명나라를 끔찍이도 ‘추앙’했다. 추앙의 정도가 어찌나 지극하던지, 왕은 명나라 황제의 신하이기를 자청했고, 쿠데타 주역들은 명나라 황제의 자식이기를 갈망했다. 신하이자 자식의 눈에 청나라가 제대로 보일 리 없었다. 그들에게 청(淸)은 오랑캐에 불과했다. 아버지 나라를 도와 청(淸)과 싸우겠다던 인조는 전쟁이 일어나자 궁을 버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도망칠 때, 인조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감고 닫은 왕의 마음에 백
지난주 우리를 곤혹스럽게 했던 소식이 기재부 장관의 국유재산 매각추진 발표였다. 흥청망청하던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성남과 시흥 등의 수도권에 있는 불필요한 공공기관의 부동산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국유재산의 민영화인 셈이다. 그러나 매각대상으로 공시한 9건의 부동산에서 여섯 곳이 논현동, 삼성동 등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에 있는 건물들인데 숨기고 발표했다. 심지어 인근에 지하철역까지 계획된 부동산도 있었는데 말이다. 기재부는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매각이라고 하지만 그 활성화의 대상인 민간이 누구란 말인가. 매입조건도 분납 가능하며 정부 지원까지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구입할 사람을 정해놓고 한 발표로 눈가리고 아웅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국가의 부채를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업의 투자 욕구와 기업가 정신을 일으켜 국내 생산을 높일 생각을 해야지 손쉽게 국가의 재산을 민간에 팔아버려서 메꾼다는 발상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당시 국가가 헐값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던 공직자를 기억하고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가짜 한국인들에 의해서 투자된 회사들에 의해 국부유출은 지금도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오는 24일로 30년이 된다. 1992년 수교 이래 30년 동안 양국은 경제·통상을 중심으로 교류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며 전략적 협력 동반적 관계로 발전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대(對)중국 교역량은 1992년 63억 달러에서 2021년 3015억 달러로 47배 증가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왜곡 논란에다 최근에는 미-중 대립 구도의 여파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반도체·공급망 등 경제안보 갈등으로 이어지며 두 나라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수교 30년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양국 사이에 이렇다할 기념 행사가 없는 것이 한중관계의 현주소다. 특히 경제적으로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2013년(628억달러)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243억달러)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보이다 마침내 올해는 지난 5~7월 처음으로 석 달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7월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반도 주변 5개국 감정온도 조사를 보면 중국(23.9%)은 미국(59.0%) 북한(29.4%) 일본(29.0%)에 이어 4위이고 러시아(23.3%)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