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4‧7재‧보궐 선거보도를 모니터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보고서를 보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LH 분노…오세훈‧안철수 둘다 박영선에 18%P 이상 앞섰다’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로 LH 파문이 여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야권 후보의 지지세가 여권 후보를 앞지를지 모른다고 전망하는 내용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유용한 정보지만 해석에 늘 주의해야 한다. 마치 승패가 결정난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 남은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보자 정책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각되기 쉬운 거대양당 구도는 선거를 단순하게 압축시켜 버린다. 때문에 소수정당이나 신진후보가 나설 기회를 좁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배려를 선거보도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같은 보고서에 조회수가 높은 보도의 상당수는 정치인의 거친 입담이 그대로 실린 경우였다. “선거 거의 이긴 듯”, “○○○, 잘리겠네”, “양심선언 나오면 후보 사퇴” 등의 직접 인용 제목이 많다. 소위 잘 팔리는 선거 뉴스는 후보 동정을 포함해 막말 인용
당분간, 이라는 말의 쓸쓸함이 쓸쓸함의 지도를 펼치네 어느 봄날 보고 싶은 쓸쓸함이, 죽은 시계를 보는 쓸쓸함이, 벽만 바라보는 쓸쓸함이, 내 시를 생각하는 쓸쓸함이, 이름도 모르는 약을 매일 삼키는 쓸쓸함이, 쓸쓸함을 만끽한 어느 시인의 쓸쓸한 죽음이, 푸릇한 가시를 거느리고 우르르 떠내려 오네 밟으면 추락하는 껍질 같은 오늘이 어제의 쓸쓸함과 내일의 쓸쓸함 사이에 있네 약력 ▶충남 논산 출생 ▶'미네르바'(2004)로 등단 ▶시집 '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 '빛의 뿌리' ,'동박을 뒤적이다 외 미네르바문학상, 서정주문학상
프랑스 하원이 건국이념 조항인 헌법 1조에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류사회 전체가 직면한 시대적 요청을 명문화할 것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상원을 통과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확정하게 된다. 역시 프랑스답다. 이는 "프랑스는 '슬로우 푸드(slow food), 슬로우 라이프( slow life)'를 구가하는 나라가 되겠다", 는 천명이다. 실로 감동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 대혁명(1789~1799)의 기치와 가치가 이 품격 선언의 뿌리다. 역사적 사건들은 우연 같지만 예외 없이 필연이다. 과거는 현재의, 오늘은 내일의 원인이다.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지만, 3년 후 '슬로우 푸드(slow food) 선언'이 파리에서 채택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180개국에서 10만명 넘게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그 선언문의 일부다. "산업혁명으로 최초로 기계가 발명되었다. 기계는 오늘날 우리 생활의 모델이 되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었다. 기계는 우리의 소중한 관습을 망가뜨린다. 사생활을 침해하고 식사시간을 줄여서 일하도록 '패스트 푸드'(f
삶을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자기 무덤에 묘비명에 새길 글이라든가 세평(世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부터 가훈, 급훈, 교훈이나 인간 개개인의 좌우명이 있다. 가훈, 급훈, 교훈 등은 실제로 피부에 닿지 않으므로 공허한 표현들이다. 개인의 좌우명은 인생을 겪으면서 가슴에서 생성된 길잡이 역할을 했던 글귀이므로 공감이 가고 외우고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 되겠다. 나는 좌우명이라 할 것도 없지만 마음에 새기는 말은 “베풀지는 못할지라도 빚은 지지 말고 살자”이다. 나잇값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다가 한 달에 만 원이면 학생 일곱 명의 한 달 학비가 된다고 하여 기부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6년제라면 14명 정도는 초등학교를 졸업했겠다. 되돌아보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받은 만큼 갚지도 못하니 이 또한 빚이고, 미국에서 프리웨이에서 보닛이 뒤집혀 좁은 갓길에 겨우 차를 정차하자 수많은 차가 서행하므로 체증이 시작됐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보다는 당장 저 많은 사람들한테 누를 끼치므로 빚을 졌다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요즘 LH 불법투기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고 자살하는 모양을 보며 자신
“어떻게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하고 묻자 현자는 대답했다. “해를 보는데 과연 등불이 필요할까?” (아라비아 잠언) 신을 알고 있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과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들이다. 오만한 사람과 어설프게 현명한 사람들만이 신을 모른다. (파스칼) 아무리 신을 믿고 있어도, 가끔 그 존재를 의심하는 순간에 부딪히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의 순간은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를 신에 대한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이해로 이끌어준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신은 완전히 진부해져버려서, 이젠 신을 믿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우리가 진정으로 신을 믿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때뿐이며, 신은 우리가 온 마음으로 구하면 그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계시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무한하다. 어떤 사물이든 가까이 가보면 잘 알 수 있듯, 신을 아는 것도 신에게 가까이 갔을 때뿐이다.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오직 선행에 의해서만, 즉 신의 뜻을 실천하는 것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신을 잘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욱 더 기꺼이 신의 뜻을 실천한다. 그리고 신의 뜻을…
내가 살던 곳은 지방의 소도시였다. 요즘 같은 봄날, 주택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논과 모종을 심지 않은 밭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마땅한 놀이감이 없던 국민학교 아이들은 무작정 들판에서 뛰어 놀았다. 깡통 안에 돌을 넣어 주둥이를 틀어막으면 훌륭한 놀이감이 되었다. 깡통차기에 지치면 논두렁에 나란히 앉아 들판을 바라보며 숨을 돌렸다. 들판 저 멀리에서 겨울에는 볼 수 없었던 구불구불한 무언가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지랑이는 태양의 복사열에 의해 온도가 올라간 지표면의 공기와 그 위쪽의 차가운 공기가 대류 현상을 일으키면서 햇빛의 굴절에 의해 아른거리게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에 대한 원리를 전혀 이해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신기하게 바라만 보았을 뿐이었다. 중학생이 될 무렵에는 아지랑이가 더 이상 신기한 현상이 아니었다.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매년 봄이면 당연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지랑이를 당연히 보기는 매우 힘들어졌다. 많은 봄날이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하늘은 뿌옇고, 맑은 햇살은 아주 드물게 땅에 내려앉는다. 도시에서 살고 있
"진보를 자신의 특허품인 양 떠드는 진보 꼰대나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수구 꼰대나 거기서 거기 같아요." 한동안 20대들하고 책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계급장'을 떼고 매번 수평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속내가 드러났다. 여론조사나 경제통계 수치 등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20대들의 감성을 들여다본 것이다. "우리는 알바족이잖아요. 술집이나 음식점,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 생활비를 벌기위해 감정 노동을 하죠. 기성세대들에 대한 이미지는 그들과 부딪혀서 생긴 감정의 결과물이죠." 재일 동포 철학자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의 말을 빌릴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사계절)에서 인간의 이성은 변화가 가능하지만 감성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보통 관념과 정반대 사유다. 감성을 인간 이해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테면 20대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진보든 수구든 하나의 달걀 꾸러미에 넣어 계열화해서 자신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감성의 성은 생각보다 크고 견고하다. 이제 여론조사 분석이 가능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이는 정치…
'계산 도와 드릴께요' 내가 계산하는데 뭘 도와주나? 팔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간호사 하는 말. 진료실 앞에 잠시 앉아 계실께요. 뭔말 인지 모를 존대 받다 보면 참 뜨악하다. '주문한 상품 나오셨습니다' 내가 아니라 상품이 존대를 받는다. 자본주의가 맞구나. 이게 아니다 싶어 한마디 하면 집사람이 꼰대 같이 굴지 말랜다. 아, 국어 잘하면 꼰대가 되는구나. 글로 먹고사는 신문을 봐도 맞춤법 틀리고 문맥 어색한 기사가 자주 보인다. 그래도 신문기사는 양호하다.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CJENM 과 종편은그렇다쳐도지상파방송에도 맞춤법이 틀리고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표현이 자주 보인다. 유튜브는 말할 나위도 없다. 심하게 표현해서유튜브영상은 자막이 안틀리고 종료되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유는 극명하다. 만드는 사람의 국어사용 능력 미흡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다. 영상과 아이템에 집중하다보니 보조적 전달수단인 자막의 중요성이 무시되는 것이다. 방송언어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한 뉴스를 빼고 나면 크게 드라마의 대사와 예능의 출연자 토크, 자막으로 압축된다. 드라마의 비인격적 표현과 비속어는 그래도 봐줄만하다. 예능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맞춤법 틀린 자막이나
땅은 공기나 태양과 마찬가지로 만인의 소유이며 결코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땅을 사유화하는 것은 타인의 자연 상속권을 빼앗는 범죄행위이다. (토마스 페인)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나그네이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발길 닿는 곳마다 반드시 “이곳은 내 땅이다”라고 말하며 너를 내쫓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곳을 돌아다닌 끝에, 세상 어디에도 우리의 아내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한 조각의 땅과 우리가 걸음을 멈추고 경작할 수 있는 한 뙈기의 땅과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뼈를 묻을 수 있는 한 뼘의 땅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라프네) 오늘날 누군가에게 이제부터 너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마음껏 일하여 스스로 번 것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대서양 한가운데 내던지고 너는 마음대로 헤엄쳐서 해안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랄한 짓이다. 영국에는 현재의 인구보다 열 배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인 동포들에게 구걸을 하거나 가혹한 날품팔이는 강요당하면서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지상에서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확산과정에서 불거진 다양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 마련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 활동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주민 일자리 창출, 소득개선 등의 효과를 낳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고도화로 야기된 지역 간 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 경제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 예산을 들여 거둔 다양한 경제 성과가 과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최대한 지역에서 순환하며 승수효과를 창출하는 경제 개념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역화폐는 지역순환경제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다. 지역순환경제 효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LM3’(Local Multiplier 3)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New Economics Foundation)이 개발한 것으로 지역순환경제 효과를 3단계에 걸쳐 조사해 그 효과를 측정한다. 우선, 해당 기업이나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