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살이가 말이 아니다. 다들 나가지 말고 집안에 갇혀 살라고 권한다. 집안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살이도 참 힘들다. 내가 바라던 일도 조금씩 스러져가고, 항상 자유롭기를 갈망하던 바람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러져가고…. 자주 환기를 한다지만 집안 공기가 말이 아니다. 하도 답답하여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나섰다. 늦은 봄, 이맘때가 되면 온통 화단이 불붙은 듯하다. 간밤 비가 왔는데도 꽃들은 물을 머금은 채 선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잔치다. 벚꽃이 하르르 꽃잎을 날리고 색색의 철쭉꽃이 한 아름 내 가슴에 안겨 온다. 답답하던 가슴이 잠시나마 위안이 된다. 라일락꽃 향기가 사라지면 금방 무더위가 덮친다. 그걸 냄새 하나로 안다. 나는 위장이 좋지 않아 자주 배탈이 난다. 아주 상습적이다. 늘 위장약을 달고 산다. 일이 안 풀리고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더더욱 고약하다. 배가 꾸르륵거리면서 방귀가 나온다. 나는 그 지독한 방귀 냄새로 내 위장상태를 짐작한다. 상태가 안 좋으면 그 냄새가 진짜 고약하다. 이렇게 냄새 하나로 온갖 것을 판단한다. 음식도 먹기 전에 그 냄새로 맛을 판단하듯이 맛있는 냄새는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 사람에게도 냄새가
시대에 가로막혀 재능을 한껏 펼치지 못한 예술가가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의 운은 기울었고 그는 자신의 재능을 가슴에 묻어둔 채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투사로서의 삶은 급박하게 돌아갔고 잦은 수감생활, 험난한 여정으로 몸은 병들어갔다. 옥고로 병약해져 하릴없이 방안에 머무를 때면 가슴에 맺힌 시를 썼는데, 그때 완성한 시가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황혼>, <청포도>, <광야> 등이다. 그는 바로 시인 이육사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가장 한창때인 41세에 순국하기까지 현대시 36편과 시조 시 1편, 한시 3편을 남겼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아 재능을 펼쳤더라면 우리는 <청포도>, <광야>와 같은 빼어난 절창을 훨씬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일찍 생을 마감했고 살아생전 자신의 이름으로 낸 시집 한 권 가져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독립운동가 이육사 너머 시인 이육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가 남긴 시뿐 만 아니라 그가 남기지 못한 시까지 바라봐 주어야 한다. 시대의 아픔은 나라를 뺏긴 민족의 설움에도 서려 있고, 진정 나답게 꽃 피지 못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넋에도 서려 있기 때문이
‘일신우일신’ 중국 은나라 탕왕의 반명(盤銘:세숫대야에 새겨놓은 말)에 나오는 ‘날마다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각오를 다질때 자주 사용된다. 2020년 한해도 이제 두장의 달력을 남겨놓게 됐다. 인류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뀌 도는 시간(공전)을 1년으로 해서, 연.월.일.시.분.초 등으로 나눠진 시간을 살아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1년이라는 단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아마도 세상의 중요한 기준이 1년으로 나눠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 학년, 국가 예산, 연봉 등. 하지만 세계화속에 치열한 경쟁을 요구받는 기업들의 경우는 분기(3개월)마다 실적을 발표하고, 일하면서 발생하는 수입은 보통 월급으로 받는다. 그러나 배달.비정규직 등이 늘어나면서 수입은 시급.건당으로까지 세분화됐다. 선거 당일엔 시간마다 투표율이 발표된다. 인터넷상에 대세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경우는 클릭수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과학으로 넘어가면 기존의 시간 단위가 훨씬 짧아진다. 올해는 유난히 시간 개념이 다르게 와 닿는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시시각각 일들이 벌어진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팬데믹은 미국에서 1초당 1명씩 확진자가 나온다는 소식도…
북한에게 있어 미대선의 결과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북한은 내심 기대하고 있겠지만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00년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북미관계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당시 조명록 북한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해서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면담하고 체제 존중과 적대관계 청산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북미공동커뮤니케’가 발표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역사적인 미북간 평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였으나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부시대통령에게 패함에 따라 평양 방문을 포기하였다. 북한에게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압박국면 전환의 호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11.3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2000년 상황이 데자뷔처럼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사회주의 강국의 마지막인 경제강국 실현차원에서 당면한 국제사회 제재 해소를 위해 남북관계와 궁극적인 미북관계 변화를 모색해 왔다. 특히, 2018
경기아트센터에서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과 피아니스트 김대진, 문지영의 연주를 감상했다. 공연제목은 백건우와 슈만, 가을슈베르트(김대진, 문지영). 두 팀 모두 경기아트센터가 수년전 언론에 자랑스럽게 보도하면서 구매한 피아노로 연주했다. 두 공연을 감상하고 수일이 지난 후에서야 아트센터 홈페이지에 들어와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1946년생인데 1956년 10살에 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2007년과 2017년에 8일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홈페이지 글을 필사한 것이다. 아마도 판소리 춘향전, 심청전을 완창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을 빠르게 연주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대진, 문지영 피아니스트는 師弟之間(사제지간)이다.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고음과 저음을 동시에 연주했다. 한 대의 피아노를 두명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공연을 후원한 지역난방공사가 고맙다. 공연장 객석은 코로나19로 한자리씩 비워두고 있으니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앉은 느낌이다. 오늘 피아노 공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피아니스트는 공연장에 준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어디선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잊을 만하면 이맘때쯤 꼭 불리는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본인도 우스갯소리로 “이 노래 덕분에 내가 먹고살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는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했다. 바로 10월 31일이 결혼기념일이다. 결혼식 전날은 날씨가 참으로 이상하리만치 요란하였다. 회오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등 갑자기 매서운 한파가 온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색시가 사나운가, 날씨가 참 요란스럽다고 하였다. 그런데 다행히 결혼식 하는 날은 거짓말처럼 하늘이 쾌청했다. 결혼식에서는 날씨가 이토록 푸르고 맑으니 잘 살 것이라고 덕담을 들었다. 그래서 큰 탈 없이 딸 둘을 낳고 잘살아온 것 같다. 결혼기념일 저녁은 집에서 오붓하게 딸이 축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남편은 금반지를 끼워 주며, 다른 선물보다는 반지가 아무래도 기념이 될 것 같다고 하였다. 묵묵히 함께 한 긴 세월이 다시 돌아보니 감사한 날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서양에서는 핼러윈 데이다.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괴물이나 유령 등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젯날이다. 핼러윈의…
코로나19로 오랜만에 조찬모임이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는 주제다. 독일만큼 역사적 부침을 겪은 나라도 드물지 않은가. 재상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해 유럽을 호령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책임으로 동서로 두 동강이 나는 비극도 겪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불사조처럼 살아나 경제부흥을 일으키며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분단된 지 45년만에 동·서독은 재통일됐다. 세계 패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경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랐다. 도대체 “이런 국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벤츠·BMW 자동차나 기계제품을 잘 만드는 하드 파워에서가 아니라 무형의 사회자본, 즉 소프트 파워에서 왔다. 법규준수하고, 청렴, 정직, 배려, 근검절약, 소통과 상생 등이 국력과 국격(國格)의 원천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다.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우리나라처럼 ‘너도 나도’ 다 정치인이 되려고 덤벼들지 않는다. 우리처럼 변호사나 교수하다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독일은 전문가 사회다. 기업인이나 다른 직업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처음 택한 직업에
‘읍참마속’(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측근의 목을 벤다)은 삼국지에 나오는 잘 알려진 고사성어다. 대통령이나 힘있는 쪽이 상대방의 공세를 받아서, 또는 국면전환을 위해 장관, 청와대 참모 등을 경질할 때 자주 인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4.15 총선 과정에서 회계 부정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이 자기당 소속 의원을 검찰의 손에 넘겨주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표결에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은 이와는 결이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내년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다. 두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면서, 그리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나면서 비롯됐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보궐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과 달리 당헌으로 약속까지 한 공천 관련 읍참마속에는 고개를 돌렸다. 정치권은 혹시나…
중종 38년(1543)에 창건되어 명종5년(1550)에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은 약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 타이틀답게 소수서원은 정형적인 서원의 구조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서원의 여행을 통해 다른 서원과는 다른 점을 한번 찾아보자.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소나무 숲이다. 보통 서원 앞에는 오래된 학자수가 있기 마련이다. 대구의 도동서원 앞에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소수서원에는 소나무 숲이 있다. 소수서원은 소나무 숲에 가려서 서원이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서원의 모습은 경주의 옥산서원에서도 만났었다. 소수서원의 소나무 숲은 870여 그루의 적송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모두 300년에서 500년 정도 되는 노송들이다. 그래서 ‘학자수림’으로 불린다. 서원 앞의 소나무는 유생들이 소나무의 기상을 닮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심은 것으로 학자수라고 불렀다. 소수서원에는 ‘학자수림’으로 불리는 소나무 숲 이외에도 경렴정 바로 옆에 오래된 은행나무도 있어서 그 의미가 배가 되는 듯하다. 학자수림이 끝날 즈음 오른쪽으로 당간지주가 서 있다. ‘서원 앞에 웬 당간지주일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리스어인 ‘Syn-ergo(함께 일하다)’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둘 이상이 서로 적응하여 화학적 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두 가지 이상의 수단이 개별 수단이 가져올 산술적인 효과의 합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과 같은 조직 심지어 지역 간 연대와 협동의 결합적 상승효과와 일맥상통한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적경제가 공존과 번영을 위한 사람 중심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결합이 효율적으로 상승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반대의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이른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이다. 독일 농업공학자 ‘막시 밀리언 링겔만’(Maximilien Ringelmann)은 집단 내 개인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참가자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 즉 기여도는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집단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 심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연대와 협동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