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작위’(有所作爲:할 수 있는 일을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성과를 취득하고 그에 걸맞게 밖으로 영향력을 드러낸다). 지난달 7일 중국의 대입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출제된 논술 제목이다. 2012년 취임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팽창적 대외전략을 상징하는 단어다. 중국은 1일 공산당(중공)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1921년 창당,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중국은 현재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을 전후해 공산당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전방위에 걸쳐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는 문구는 중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세계 최강을 향한 ‘중국몽(中國夢)’을 천명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놀란 중국 지도부는 우리의 MZ에 해당하는 2030 세대를 상대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애국적 민족주의와 결합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격화되고 있
대학생 박성민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되었다고 해서 잠시 소란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고려대 재학생이 개설했다는 박탈감닷컴 따위를 보면, 대학 졸업도 않고 취업 노력도 없는데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공정한 경쟁도 치르지 않고 단박에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시기와 불만이 대부분이다. 각설하고, 일각의 대학 졸업 운운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한다. 11년 전 한 학생이 대학을 그만둔다며 자퇴를 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은 2010년 3월 10일 고려대 정문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김예슬은 고등학생이던 2005년부터 대학생나눔문화에서 고전을 배우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현장을 익히고, 농촌활동을 하며 세상을 알아갔다. 학이시습의 과정에서 훌쩍 커버린 김예슬이 경험한 대학은 죽은 대학이었다. 김예슬은 현재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시민단체 나눔문화의 사무처장이다. 박성민 비서관은 이미 정치인이다. 박성민은 공개 오디션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민주당 청년대변인이 되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떠십니까. 제가 머무는 산기슭에는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는 그윽합니다. 라디오 볼륨을 높여도 빗소리는 멀어지지 않습니다. 음악과 빗소리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안과 밖에서 차분합니다. 아침상을 물리고 길을 나섭니다.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산길을 걷습니다. 가려지는 것보다 가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늘 그랬습니다. 가리고 싶어도 끝내 가릴 수 없는 것들, 아랫배에 그어진 수술자국 같은 것들, 지금은 잊어버리고 없는 흑백사진 속 아버지의 눈물 같은 것들, 빗길을 걸어 숲에 들면 가려질 수 있을까요. 잣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걷습니다. 여전히 가려지는 것보다 가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숲길을 따라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뤘습니다. 군데군데 산딸기가 익어갑니다. 숲에서 익어가는 산딸기는 달콤 쌉싸름합니다. 세상살이의 맛도 이러할까요. 어쩌면 나무(木)가 숲(林)을 이루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릅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십니까. 저는 ‘삼림’(森林)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살림’이 떠오릅니다. 살림살이는 죽임이 아니라 살림입니다. 살림살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입니다. 생명 가득한 삼림처럼, 우리네 세상살이도 그
우리 반 아이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일 등교한다. 교육부에서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학교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우리 학교는 한 달 먼저 등교를 시작하기로 했다. 1년 4개월 만에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들을 매일 보려나 기대하던 찰나에 옆 학교에서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었다. 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다행스럽게 위기가 넘어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나 매일 학교에 오고 싶어 했다. 거리 두기 때문에 교실에서 별다르게 재밌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학교가 재밌냐고 묻자, “뭘 하든 학교에 가는 게 낫죠.”라고 말하곤 했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등교 관련 설문조사를 봐도 고등학생은 등교를 원하는 학생이 26퍼센트에 머무르는 반면 초등학생들은 열 명 중 일곱 명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역사의 기록으로 사라질지 모르는 마지막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었다. 어떤 내용으로 수업할까 고민하다가 교실에서 하지 못했던 음식 만들기를 했다. 6학년 실과에는 한 그릇 요리를 만드는 단원이 7차시 분량 정도 나온다. 등교했을 때 실습을 하기가 어려워서 콘텐츠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고독 속에 혼자 있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베르시에) 납과 같은 본성에서 황금 같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떠한 정치적 연금술로도 불가능하다. (허버트 스펜서) 만약 사람들이 세계를 구원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고, 인류를 해방시키는 대신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한다면, 그들은 세계를 구하고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게르 센) 사회주의에는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둘 다 모든 사람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 하나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획득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하나는 모든에게 저마다 제 나름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주려고 한다. 전자는 국가의 권력을 인정하지만, 후자는 어떠한 권력도 인정하지 않는다. 전자는 국가의 전제를 요구하지만, 후자는 모든 계급의 절멸을 요구한다. 전자는 사회주의적 전쟁을 긍정하지만, 후자는 오직 사회주의의 평화적 방법만을 믿는다. 사회주의에는 이 두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는 어린이의 사회주의, 다른 하나는 어른의 사회주의이다. 전자는 과거의 것이고 후자는 미래의 것이다. 따라서 전자는 후자에게 마땅히 그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 1898년, 미국 제국의 길로 들어서다 1898년은 우리에게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 3년 뒤인데 이때 태평양 가로질러 미국은 매우 중요한 전환기를 겪는다. “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 당시 쿠바와 필리핀은 스페인 제국의 식민지였다. 1898년은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전쟁이 일어났고 이로써 쿠바와 필리핀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독립? 그런데 그건 말뿐이었고 종주국(宗主國)이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1898년 2월 15일, 미국의 전함(戰艦) 메인(Maine)호가 쿠바의 하바나 항구에서 의문의 폭발사고를 겪는다. 이는 스페인의 공격이라고 즉각 선언되고 미국의 침공으로 스페인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서도 미국의 함포사격이 시작되고 스페인은 쿠바, 필리핀 이 두 전선에서 모두 패한다. 이로써 스페인은 몰락하는 제국이 되었다. 메인호 사건은 세월이 한참 흘러 1964년 북 베트남 해안에서 미국의 매독스(Maddox)호가 공격받았다며 베트남 전쟁 개입을 공식화하는 것의 원형이 된다. 허위로 만들어진 사건이 선전포고의 근거가 된 사례였다. 메인호 폭파 조작사건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늘어났다. 기업의 신입채용 계획이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채용 규모도 줄었다. 수요가 급증한 배달업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한 재취업도 어렵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문이 좁은 여성들은 더 가혹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의 실직 등으로 가정 형편이 기울면서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는 더욱 지난하다. 여성 비정규직 취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낸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09만1000명으로 전년도 8월보다 3만5000명 감소했다. 남성 노동자는 333만5000명으로 전년도 8월보다 2만1000명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후 비정규직 중 파견, 용역 노동자 혹은 가사 도우미, 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단기 노동자 등을 가리키는 개념인 ‘비전형 노동자’는 가장 큰 성별차를 보였다. 여성은 5만9000명이 감소했지만, 남성은 8만7000명이 증가한 것이다. 남성 취업자가 증가한 것은 전기한 것처럼 많은 배달 등 플랫폼 일자리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학습지 교사, 가사 도우미처럼 여성이…
나는 고개 들어 3층 학원을 바라본다. 둘째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원이다. 학원의 불빛이 아직은 밝다.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내려오려면 10분쯤 남았다. 나는 항상 10분 정도는 여유 있게 도착한다. 학원 끝나고 아들이 내려오면 바로 픽업해서 집에 데려가려는 셈이다. 피곤한 아들을 단 1분이라도 빨리 집에 데려가 쉬게 하고 싶은 욕심이다. 나는 핸드폰을 켜서 김윤아의 ‘길’이라는 노래를 듣는다.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노래 가사가 요즘 나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즐겨 듣는 노래가 되었다. 그때 신호를 받고 탑차가 들어온다. 아마도 생선이나 야채를 배달하는 것 같은 냉동 탑차다. 익숙하고 묘한 동질감을 갖게 만드는 차다. 그동안 관찰해보니 탑차의 주인은 나와 같은 학부모였다. 학원에서 나오는 그 딸의 교복이 아들과 같았다. 어쩌면 아들과 같은 반인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 보았다. 탑차는 내 차를 지나쳐서 학원 앞에 바짝 차를 붙인다. 그때 딸이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탑차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타서 아빠에게 하이파이브를 한다. 보이지 않아도 그 아빠의 으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실의란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서나 세계의 어떤 삶 속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실의와 분노 속에 있으면서 그러한 정신상태에 도취하거나, 심지어는 그것을 자랑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태우고 산을 달려 내려가는 말의 고삐를 놓치고도 여전히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이고 모든 사람이 나쁘게 여겨지고, 아무한테나 욕을 퍼부으며 심술을 부리고 싶어질 때는, 절대로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때는 자신을 주정꾼을 보듯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런 상태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 상태에 있을 때는 가능한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빨리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것은 바로 주정꾼이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말짱해지는 것과 같다. 끝없는 불행은 좀처럼 없는 법이다. 절망은 희망 이상으로 사람을 기만한다. (보브나르그) 인간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불행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 자신의 잘못이다.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