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날갯짓이 유리벽에 부딪혀 파닥거린다 갇힌 순간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잃은 새는 계단을 흐르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짹짹, 금세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데 새는 생각을 찢을 수 없다 옥상 문을 열고 빗자루를 들어 새를 몰았다 뿔 없는 작은 짐승이 몸을 돌려 포효하듯 빛을 향해 날아갔다 ▶약력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 ▶시집 「침향」,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외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전공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캐나다는 기본소득의 고요한 혁명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지난해 6월 20일 라디오 캐나다 발표에 따르면, 59%의 캐나다 국민이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있다. 앵거스 레이드(Angus Reid) 연구소가 캐나다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지지한 곳은 퀘백(Québec). 퀘백인 66%가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어 전국 평균을 훌쩍 넘었다. 그 뒤를 온타리오(Ontario)와 브리티시 컬럼비아(Colombie-Britannique)가 쫓고 있다. 이 연구소의 코진스키(Dave Korzinski) 소장은 “퀘백은 기본소득에 대해 진보적이어 이 결과는 결코 놀랍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4월 8일 트뤼도(Justin Trudeau) 수상의 기본소득 제안 때도 마찬가지. 캐나다 정부가 18세부터 64세까지의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하자 퀘백 주가 가장 환영했다. 퀘백의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기본소득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퀘백자유당은 육체·정신 장애인들을 위해 최초로 기본소득을 창설해 다른 수당과 병과할 수 있도록 했고, 퀘백당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론수렴을 당의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2012년 사라진 퀘백
백신 접종과 함께 주요 나라들이 경제 재개를 알리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이번주부터 G7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Tapering:테이퍼링)에 나섰다. 테이퍼링은 인플레이션이 예견될 때 이뤄지는 선제적인 조치로 금리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캐나다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5%로 전망되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테이퍼링에 이어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2023년에서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이제 금융시장의 눈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속도는 백신 접종률이나 경제 구조에 따라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캐나다 같은 경우는 원유 등 자원에 대한 경제 비중이 높은 나라여서 경기회복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에 비해 선행할 수 있다. 또 유럽은 국가마다 백신 접종에 편차가 있어 양적완화 축소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국 Fed도 파월 의장이 현행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지속한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있어 당장은 캐나다의 조치가 국제금리의 상승흐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백신 풍요국인 미
오랜만에 야권의 공식선거 승리가 목전에 와있던 선거 며칠 전,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면 뭘 가장 뭘 하고 싶을까?”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예상한 것은 “김어준을 TBS에서 퇴출시키려 하지 않을까?”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승리 후 ‘김어준원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던 순서에 이번은 감사원이 끼어들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익히 보아오던 패턴이다. 장단에 추임새가 빠지면 허전하듯이 언론도 신이 났다. 처음엔 고액출연료로 논란으로 대중의 위화감을 자극하더니 법인명의 수령을 두고 바람을 잡는 꼴이 ‘김어준게이트’를 학수고대 하는 모양새다. 어쩌다 김어준은 이토록 무림의 공적이 되었을까? 야권과 보수언론에서는 지속적으로 김어준의 정치편향성을 문제 삼아왔다. 허구한 날 정부를 씹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는 종편이나, 아예 유가부수를 조작해 정부지원 광고홍보비를 과다수령해온 보수언론들이 정치편향성을 거론하다니.. 마치 미얀마 쿠데타군부가 준법과 질서를 외치는 것과 같은 당혹감을 느낀다. 하긴 미얀마군부가 시민들과 내전 중이라면 우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쟁 중인데
지금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불교국가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맞서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총칼 앞에 쓰러지는 민중의 피흘림이 계속되고 있다. 두 번의 쿠데타를 겪으며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보아왔던 우리의 거리 풍경과 흡사해 마치 지나간 시절의 녹화 필름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보는 미얀마 사태 이후 지방언론에서는 최초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경기신문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내가 미얀마를 다녀온 것이 지난 2006년이었으니 벌써 16년 전이다. 당시의 미얀마는 두 번째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이 집권하고 있던 시기였고 1988년 영국에서 귀국한 아웅산 수지가 당시 버어마의 독재상황을 비판하며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자 당황한 군부가 1989년 미얀마로 국명을 바꾸고 아웅산 수지를 가택연금 시킨 시기였기에 미얀마는 그야말로 공포와 암흑의 시간이었다. 그런 속에서 내가 만난 미얀마는 90%의 국민이 불교를 믿는 나라답게 파고다(불탑)의 나라였고 고요한 미소를 품은 불타의 나라였다. 쉐다곤 파고다처럼 황금처럼 번쩍이는 파고다부터 흙벽돌로 지어진 파고다가 폐허로 변해가는 작은 마을의 불탑까지 그야말로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 폐쇄 문제는 수원시의 오래된 숙제다. 이곳에서 일하며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거슬리는 말이겠지만 수원의 치부인 것이다.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는 1960년대 초부터 형성됐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후 전국 성매매 집결지가 하나둘씩 폐쇄됐지만 이 곳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수원역과 몇 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옆으론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붐비는 번화가 향교로(일명 ‘역전 로데오 거리’)가 붙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시의 관문에 형성된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을 보는 사람들이 수원이라는 도시를 긍정적으로 기억할 리는 없겠다. 특히 최근엔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국제적인 홍등가가 된 것이다. 그들이 자국에 돌아가서 수원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따라서 역사와 문화의 도시 수원의 이미지를 해치고 발전을 가로막는 집창촌을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수원시는 2017년 이 지역을 역세권 중심상권으로 정비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하지만 성노동자와 업주들의 반발로 사업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수원역 성매매…
투쟁에 있어서의 참된 용자는 신이 자신의 동맹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이다. 자아를 부정하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왜냐하면 자아는 우리의 내부에서 신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부정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내부에서 행동하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아니라 신이다. 한 번은 여왕이 아끼던 보석을 잃어버렸다. 온 나라에 다음과 같은 방을 붙였다. ‘30일 안에 보석을 찾아 돌려주는 사람은 후한 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30일이 지나서 돌려주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리라.’ 랍비 사무엘이 이내 잃어버린 보석을 찾았으나 그것을 30일이 지나서야 돌려주었다. “너는 외국에 가 있었느냐?” 여왕이 그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집에 있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온 나라에 어떤 방이 붙었는지 모르고 있었느냐?” “아닙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어째서 30일이 지나기 전에 가져오지 않았느냐? 30일이 지나면 사형에 처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가 폐하께서 잃어버리신 물건을 돌려드리는 것은, 처형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이 두려워서임을 보여 드리려 한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믿으려고 결심한 자는 행복하다.
16세기는 서양 과학사의 일대 전환을 기록했다. 《과학과 근대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를 쓴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가 명확히 짚어낸 듯이 “16세기는 기독교가 서구를 지배한 시대가 깨져나가면서 근대 과학이 출현한 세기”다. 그가 이 시대의 대표적 과학자로 꼽은 인물은 코페르니쿠스와 해부학의 대가 베살리우스다. 우연의 일치처럼 1543년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된 해였다. 태양이 아니고 지구가 돈다는 주장을 실은 《천체세계의 회전에 대하여(On the Revolutions of Celestial Bodies)》와 인간의 육체 내부를 들여다본 《인간의 육체, 그 구조에 관해》가 그 책들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책 제목에 있는 ‘Revolution’은 회전한다는 뜻을 가진 ‘revolve’라는 영어 단어처럼 “회전(回傳)”을 의미했는데 결국 과학사의 ‘혁명’을 주도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구가 중심이었던 세계가 태양으로 바뀌었으니 그때까지의 모든 사유의 구조가 뒤집어지고 말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 과학사의 혁명 코페르니쿠스와 베살리우스는 탐구대상의 크고 작음은 있지만 한없이 잘게 쪼개고 한없이 확장하는 무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