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재직 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7-8년간 소위 ‘종북좌파’라고 불리던 분들이 북한의 대남사업파트에서 일하는 분들과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다. 필자도 반공을 국시로 삼던 시대에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여서 북한에 대한 궁금증과 적대감정이 혼재된 상황에서 직업상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란 과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조금은 조심스럽게 남북만남의 현장에서 일한 기억을 갖고 있다. 역시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그들 ‘종북좌파’로 낙인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리는 결론은 북한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주장이나 행태는 북한체제, 정권에 대한 추종이나 동경이 아니라 분단극복을 위해서는 북한을 감싸 안아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 극히 편향된 몽상적 공산주의 신봉자를 제외한다면 우리사회에 종북좌파는 없고 친북주의자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당시 나의 느낌이요 결론이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찾아온 남북분단, 이후 서로가 자신만이 정통성을 갖고 있는 한반도의 주인이라는 적대적 관계 속에서 살아오다, 80년대 말 소련을 필두로 한 공산주의권의 붕괴로 곧 북한도 붕괴할 것이고 통일
신에 대해 어떤 말을 들어도, 또 신에 대해 어떤 말을 해도, 우리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가 신에 대해 이해할 수는 있지만 표현할 수는 없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생각이며, 또 이런 생각이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다. (실레지우스) 진정한 길은 흔히 길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런 길이 아니다. 진정한 이름은 흔히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그런 이름이 아니다. (노자) 자신의 내부에 만물을 포용하는 것, 그것 없이는 하늘도 땅도 있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이 존재는 평안하고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 작용을 가리켜 이성이라 부르고 사랑이라 부르지만, 그 존재 자체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가장 높고 먼 존재인 동시에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노자) 신, 그것은 우리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무한한 존재를 뜻한다. (매슈 아놀드) 신,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 일부로서 의식하는 모든 것을 뜻한다. 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 신은 삼라만상 속에,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신앙은 수없이 많지만 신은 단 하나이다. 만일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을 알 수 있으랴 (인도 금언)
◇고구려도인에게 편지 보낸 동진의 승려 우리나라 각급 학교에서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불교가 처음 전래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소수림왕 2년〉조에 “진(秦)왕 부견(符堅)이 사신과 부도(浮屠:승려) 순도(順道)를 통해 불상과 경문(經文)을 보내주었다. 왕이 사신을 보내 사례하고 고구려의 토산물을 전했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삼은 내용이다. 이때의 진(秦)은 시황제의 진나라가 아니라 서기 350년 저족(氐族)인 부홍(符洪)이 세운 나라인데, 보통 전진(前秦)이라고 부른다. 저족은 그 기원이 분명하지는 않은데, 강족(羌族)과 같은 계통의 민족으로서 현재 티베트에 사는 장족(藏族)도 같다. 《한서》 〈지리지〉에 농서군(隴西郡)이 나오는데,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남부 일대다. 농서군은 산하에 11개현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저도(氐道)현이다. 이 저도현에 대한 주석에서 당나라의 학자 안사고(顏師古)는 “저(氐)는 이족(夷族)의 종족 이름이다. 저족이 사는 곳이어서 저도(氐道)라고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저족이 세운 전진은 350년 건국했다가 394년에 무너지지만 건국하지마자 급성장해 2년 후에는 황제를 자칭하면서 장안을 수도
지난 9일 서울시가 현재 연장이 진행 중인 7호선 연장선(인천·경기북부), 8호선 별내선, 5호선 하남선, 4호선 진접선 이외의 추가 직결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도·인천시로의 철도 시외 연장을 직결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연장 및 광역철도 추진 원칙’을 통해 비용 부담 등에 따라 직결이 아닌 평면 환승 형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철도 계획 차질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민의 지하철 이용도 불편해질 것 같다. 특히 하남시와 남양주시 등은 지하철 5호선과 4·8호선 연결 사업을 추진 중인데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로 비상이 걸렸다. 도는 현재 추진 및 구상중인 서울시 도시철도 연장 관련 총 13개 사업 가운데 8개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산지구 3호선 연장(오금~하남시청/12㎞), 창릉지구 서부선 연장(새절역~고양시청/13.9㎞), 왕숙지구 9호선 연장(강동1~진접2지구/18.1㎞), 별내선 연장(별내~진접/3.2㎞), 위례삼동선 위례 신사선 연장(위례중앙역~광주 삼동역/10.4㎞), 6호선 남양주 연장(신내~남양주 와부/13.9㎞), 5호선 김포 연장(방화~김포 양곡/24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시대가 있었다. 이윽고 사람을 먹는 습관은 사라졌지만, 동물은 지금도 계속 먹고 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이 무서운 육식의 습관도 멀리할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 보호와 동물 애호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육식이야 말로 대부분 그들이 형벌로서 방지하고 하는 잔악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채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사랑의 실천은 형법상의 책임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잔학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분노에 사로잡혀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잔학성과 그 살코기를 먹으려는 목적으로 동물을 괴롭히고 죽이는 잔학성 사이에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류시 말로리) 흡연과 음주와 육식은 가장 저주받아야 할 세 가지 습관이다. 이 무서운 세 가지 습관에서 최대의 불행과 최대의 빈곤이 태어난다. 인간은 이 세 가지 습관에 빠짐과 동시에 동물에 가까워져서, 인간다운 모습과 인간으로서의 가장 큰 행복인 맑은 이성과 선한 마음을 잃게 된다. (힐스) 인간은 동물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생각 속에는 참으로 무서운 잔인성과 야만성이 도사리고 있다. (쇼펜하우어) 인간이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동물은 인
부와 명예를 누리던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늙은 사제가 왕 앞에 엎드려 모두를 구해달라고 간청을 올린다. “왕이시여, 직접 자신의 눈으로 이 도시를 돌아보시옵소서. 죽음의 붉은 물결이 몰려오는 것이 보이십니까? 테베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병충해가 휩쓸고 간 농토는 황폐해지고 소들은 병들어 숨을 헐떡이고 있나이다. 여인들은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 병마는 집집마다 격렬한 기세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비극에 싸인 테베가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나이다.” 테베의 비극, 역병의 책임 결국 이 모든 사태는 테베에 살인자가 있기 때문이며, 그는 다름 아닌 그 나라 왕이었던 라이우스를 죽인 자라는 신탁이 알려진다. 고대 그리스 희곡작가 소포클레스가 남긴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인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비밀이 드러나면서 오이디푸스는 이제 왕이 아니라 들판에서 헤매는 방랑자가 된다. 운명의 화살은 그의 눈마저 앗아간다.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를 풀어낸 지혜자로 떠받들여지고 용기 있는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던 오이디푸스가 마주한 출생에 얽힌 사연은 권력투쟁의 문제였다. 자라나면 왕인…
“어쩌면 교정시설은 다른 기피 시설보다 더 자리를 옮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러 층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편리하지만 그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순직한 고(故) 임재표 전 서울지방교정청장이 수원구치소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출입기자였던 필자에게 틈만 나면 설명하고 강조했다. 최근 대유행을 겪은 아파트형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세 취재 내용을 접하면서 임 전 청장에 대한 아쉬움이 더 하는 요즘이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절대 둘 수 없다’며 기피하게 되는 몇 가지 시설 중 하나가 구치소나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이다.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으려고 해도 예정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거나 아예 백지화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들어설 때부터 제한된 바닥 면적에 층수는 많아지는 ‘아파트형 교정시설’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 형이 확정된 ‘기결수’, 노역으로 내지 못한 벌금을 채우는 ‘노역수’에 이르기까지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수개월 이상을 같이 지내야 한다. 아파트형 교정시설은 층별 모서리 두 곳에 있는 감시 초소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감염병으로부터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음을 알았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의료 안정망의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만명 당 12.4개(‘18년 기준)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5%, 병상 수는 9.6%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 더구나 울산과 세종은 공공병상이 아예 없는 등 시도별 공공 병상 비율 격차도 크다. 이렇게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치료를 공공병원에서 전담하다 보니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으로 의료재원의 공공 비중은 높아지는데, 의료 공급은 공공 비중이 내려가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민간병원 위주의 의료공급 체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있는 대도시로의 의료기관 집중, 이로 인한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 지역간 의료 격차 발생, 수익성 위주의 진료에 따른 과잉․과소 진료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