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초여름날에 시골마을에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신 이장님께 알립니다. 내일 오전 11시에 면사무소에서 이장 회의가 있다고 면사무소 담당서기의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후에 다시 울려퍼지는 스피커 소리. “네네, 이장님 잘 알겠습니다.” 이 소리는 화성시 어느 시골마을 구 이장장님과 신 이장님이 면사무소 긴급 연락사항을 주고받는 동네 마이크 대화다. 고향마을에 우체국 교환전화기 한대가 배정되었다. 당연히 동네 이장님 댁에 설치되었고 동네 사람들의 바깥세상 연락처가 되었다. 도시로 나간 큰 아들이 시골집 막내에게 연락을 하고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도시로 나간 아들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장님댁에 간다. 이장님이 우체국으로 연결해서 시외전화를 신청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역할을 하시던 이장님이 사직했다. 당연히 동네 마이크는 신 이장님댁으로 이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전화기는 먼저 구 이장님의 개인소유였다. 그래서 구 이장님 댁에 동네 마이크를 하나 더 놓기로 했다. 소나무에 매달린 스피커는 4개 그대로인채 마이크시스템을 하나를 더 들인 것이다. 그래서 동네로 걸려오는 전화는 먼저 이장님이 받아서 동네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중에 신임 이장님께 오
21대 국회가 또다시 ‘정치력 부재’의 초라한 현주소를 드러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시급한 국정과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여당의 조급증이나 절대 소수인 통합당의 막막한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시작이라니 참담한 일이다. 제1야당을 배제한 단독 원(院) 구성은 1987년 이후 약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의 원 구성에 대해 민주당의 뜻은 분명하다.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뀐 다음의 여야 행태는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는 말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그 이중 논리는 그릇된 관행을 고친다거나, 법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명분론을 앞선 고질적 모순이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을 회고해 보자. 지난 2009년 당시 노영민(현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몇 되지도 않은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인가”라고 비판했었다. 2012년에도 당시 우원식 대변인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의 폭언·폭행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18일 도청 민원실에서 이른바 ‘특이민원’ 발생상황을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은 상황이 발생하면 청원경찰이 현장 대처를 하고, 비상벨을 호출하면 경찰관이 출동해 가해 민원인을 신속히 제압하는 등 실제상황을 연출할 예정이다. 비상벨 호출 등 초기상황 대처반과 다른 민원인 2차 피해예방을 위한 민원인 대피유도반 등으로 구성된 비상상황대응 전담반도 운영한다. 모의 훈련 내용을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민원 공무원들은 막무가내 민원인들의 폭력으로부터 노출돼있다. 지난 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회복지과에서 남성 민원인이 사회복지 담당 여성 공무원의 얼굴을 때려 기절시키는 영상을 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해자는 “긴급생계지원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니 당장 내놓으라”며 여성 담당자에게 욕설과 함께 행패를 부리다가 주먹질을 했고 이를 맞은 여성공무원은 실신한 상태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단지 담당자 안내를 따라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자신이 때린 여성공무원이 실신해 있는 상황에서도 가해자는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분노케…
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한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의 노력은 눈물겹다. 암컷이 알을 낳고 몸에 먹이를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면 수컷은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품는다. 알을 품고 있는 기간이 무려 64일 안팎이다. 그동안 수컷은 수분 보충을 위해 눈(雪)을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워낙 혹독한 날씨여서 잠시만 자리를 벗어나도 알이 얼어 터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수컷 황제펭귄은 부성애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진다. 새끼가 부화하면 수컷 펭귄은 자신의 위 속에 있는 소화된 먹이를 토해서 먹인다. 새끼가 부화한 지 열흘 정도 후에 암컷이 돌아와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주고, 이후로 수컷과 암컷은 번갈아 가며 하나는 새끼를 품고 다른 하나는 바다로 나가 먹이를 비축해 돌아온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자식 둔 부모는 알 둔 새 같다’는 말도 있다. 오랫동안 익히 들어온 이런 말들을 우리는 굳건히 믿고 살아왔다. 대개의 부모가 그 이치에 딱 맞는 따사로운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한 상식이 가차 없이 무너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극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여행용 캐리어에 의붓아들을 가
지금 세계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보이지 않는 존재물에 공포를 느껴왔다. 예를 들어 잡귀 잡신이 그러했다. 귀신은 보이지 않으니 조금만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몰아내는 온갖 비방술에 애를 썼다. 문명이 발전하고 첨단기술이 만연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정체는 알고 있으나 그걸 막을 방도가 없다. 기껏 할 수 있는 게 마스크를 쓰고 바깥출입을 삼가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도 거리를 두고 만나야 한다. 이 고약한 질병 앞엔 강대국도 맥을 못 쓴다. 어떤 강대국의 지도자도 이번 사태를 잠재울 수 없었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똑똑하고 영리하며 유능한 사람이 우매한 민중들을 인도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지금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가장 안전한 길은 자신이 자기를 지키는 길밖에 없다. 기업도 나라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우화가 있다. 어느 왕국에 나이 많은 임금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은 한 신하를 거느리고 정원을 걷고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 - 파티 플레이 혈맹원 모집 /김승일 나는 폭력에 질질 끌려가지 않을 거야 나는 소소한 희망과 사랑을 지루해하지 않을 거야 나는 친구를 버리지 않을 거야 나는 끝까지 나를 던질 거야 나는 끝까지 너를 지킬 거야 내가 가진 것들을 기꺼이 포기할 거야 작은 반지를 빼서 해변에 놓을 거야 어른스러워질 거야 시소를 타고 그네를 타듯이 네가 웃을 때까지 네가 다시 안전한 마을로 되돌아갈 때까지 쓰러진 자리에서 촛농 같은 희망을 떨어뜨리지 않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지도 위에 저장해놓을게 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줍줍줍, 주우며 뒤따라갈게 언젠가는 네가 나를 부활시켜줄 때가 올 거야 내가 크리 맞을 때 내가 죽어가고 있을 때 네가 나를 맨 처음 발견해줄 친구였으면 ■ 김승일 1981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석사수료. 2007년 『서정시학』 신인상 시부문으로 등단해 시집 『프로메테우스』, 낭송시집 『어른들은 좋은 말만 하는 선한 악마예요』 등이 있다. 스포큰워드 소셜 클럽 <말하는 오후> 운영진으로 활동 중이며 <광흥창 시학교> 시창작 강사로, 용인시 용신중학교 운영위원회 지역위원과 학교폭력근절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만약 이번 일로 누군가가 체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부당한 핍박에 저항하는 시민사회 운동가의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리브 머스크’(Elon Reeve Musk)가 5월 11일 캘리포니아주(州)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프리몬트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남긴 트위트 속 한 구절이다. 보건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을 강행한 그의 돌출 행동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공장 복귀를 꺼리는 이들을 향해 무급 휴가를 사용할 것을 강권하는 한편, 추후 실업급여 수령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까지 놨다. 테슬라의 공장 재개가 한 달째 되던 지난 6월 11일 미국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는 6.9%, 나스닥 지수는 5.3% 급락했다. 애리조나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늦가을 정도로 예상했던 2차 ‘대유행’(pandemic)이 생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자본의 물꼬를 되돌리긴 어려워…
아침에 자료를 검색하다가 Sign과 Signal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이나 표지판 등의 정적인 표지판인 Sign과 동적인 표시인 신호 Signal에 대한 설명을 읽고 보니 한 마디로 변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대한 변화의 기대감이 있으면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확신이 뒷받침한다. 우리 주변의 도로 곳곳에 있는 교통표지판과 교통신호를 한번 살펴 보자. 교통 신호는 조금만 기다리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바뀔 것이라 확신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Signal은 바뀌거나 움직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Sign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Signal만큼의 확신과 기대, 그리고 기다림은 없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Sign도 정보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조직에서의 Sign과 Signal을 생각해 보자. 어느 날부터 이런 저런 슬로건이 담긴 Sign board가 여기저기에 늘어나기 시작한다. 회사 정문부터 시작하여 로비, 복도, 엘리베이터, 계단, 심지어는 바닥에까지 붙어 있다. 처음 부착할 때는 이게 뭔가 하면서 그나마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한 환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