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간의 생애주기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의 생의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영유아 돌봄, 아동의 건강한 성장, 청장년의 취업, 노인의 노후생활 보장과 의료서비스 등 생애주기에 맞추어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이에 더해 국민 개인에 차별화된 맞춤형 복지제도에 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위기 대응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사용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사회 문제 해소를 위해 민간의 노인돌봄서비스 진입을 통한 사회서비스 다양화와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 갱신제 시행(’25)으로 장기요양기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요양 대상자들이 요양기관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장기요양 지출 면에서 OECD 평균 수준이면서도 서비스 이용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장기요양 병상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요양병원 이용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 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 작은 서재에 굉장한 보배가 존재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추려낸 가장 지혜롭고 고귀한 인물들의 세계, 즉 그들의 연구와 지혜의 소산이 그 책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인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고독을 깨뜨리거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또는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과의 교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그들의 최상의 벗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이, 세기를 건너뛰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명료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정신적 은혜를 책 속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反芻動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
한때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모범적 선진국이었다. 그 중심에는 막사이사이(Ramon Magsaysay: 1907-1957) 대통령이 있었다. 가난한 고학생 출신인 그가 하숙집 주인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야간대학을 마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이다. 일본의 필리핀 침략에 자원입대하여 게릴라전에 참여한 그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명성을 쌓고 전후 지역의 군정장관을 거쳐서 국방장관에 올랐다. 국방장관 재임 시에는 부패한 군 지휘관을 숙청하고 정직한 군인을 우대하였다. 공산반군의 거점인 후크발라합 지역의 게릴라들을 진압할 때는 귀순자들에게는 토지와 농기구를 마련해주고 정부군에게는 그들을 무시하지 말고 정중하게 대하도록 명령했다. 농민의 성원 없이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즈음이었다. 1953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는 대통령취임식에 관용차인 크라이슬러 리무진을 거절하고 중고차를 빌려 타고 입장했다. 대통령이 거처인 말라카냥궁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 서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게 했고 가족과 친지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거절하였으며 도로, 교량, 건물들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교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 중에 하나가 ‘철밥통’이다. 교사는 공무원이라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잘리지 않는다는 멸칭, 혹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고용 안정성의 부러움을 담은 칭찬을 담은 말이다. 여러 가지로 사용되는 거 같지만 용례를 떠올리면 대체로 멸칭에 가깝다. ‘나 때는 교사가 애들을 두드려 패도 잘리지 않았어. 그놈의 철밥통들.’ ‘교사는 철밥통이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지.’ 등등. 철밥통이란 말을 들어도 고용 안정성은 교사를 선택하는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였다’, 라는 과거형을 쓴 건 더 이상 교사는 철밥통이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위가 사라진 건 아닌데 더 이상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수업 중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서 1원 이상의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10년 동안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동 관련해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건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철밥통이 부서질 정도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게 맞다.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때리거나,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이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
전호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한국철학사』에서 현대철학자로 함석헌, 장일순 등 6명을 다루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독창성에 있다. 동서양 철학의 각주가 아니라 한국적 삶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일제에서 해방되어 근대를 거치지 않고 현대로 직행한 한국은 여러 모순의 집합체다. 이 모순을 끊어내려고 줄기차게 싸워왔던 게 한국 현대사의 자기정체성이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철학이 태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현대 철학자들 중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우리의 역사에 뿌리박은 철학의 형성"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한국의 주류 철학계가 철학을 외부에서 얻어오는 일에 골몰하여 자기로부터 새로운 보편적 세계상을 형성해내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철학을 "자기 속에서 세계를 만나며 세계 속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만남의 철학'인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에서 "진리는 만남에 있다"고 선언한다. 진리하면 고차원적인데다 난해한 철학적 명제로 알고 있는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고작 사람과 사람의 부딪힘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얼마나 평범하며 비철학
도시공간이 흥미로워 관련된 도서를 읽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2012년 경기남부지역 통일교육센터 상근직 강사로 2년간 활동했다. 통일교육강의를 하면서 살아온 고향에 대해 무지함을 느꼈다. 경험으로 강의를 이어가기에는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무지함을 벗어나고자 북한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관련 수업을 듣으며 내가 살았던 공간이 궁금해졌다.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구는 시골답지 않는 도시다. 석탄이 식량만큼이나 중요해 탄맥 있는곳에 인력을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까지 고층건물이 희소하고, 하모니카로 부르는 급조된 단층집이 많았다. 생산에 집중했기에 서비스업이 부족하고 문화생활이 자유롭지 않다. 새로 나온 영화는 명절시즌에 맞추어 방영되는데, 그걸 보려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늘어섰다. 뒷거래로 뭉치표를 구매해 야매로 파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유행되었던 음악, 무용, 영화가 흑백화면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도시연구는 평양위주로 많았고 지역도시 함흥관련 선행연구가 적었다. 중요하게 식민도시에서 사회주의도시이행 관련 연구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석박사 논문을 함흥으로 준비했다. 함흥을 읽다보니 내가 살았던 고원군 수동구보다 훨씬 이야기가 많았다. 함흥은 외사촌형
2023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붉은 해가 솟아 오르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한 해의 건강과 안녕, 소망을 기원하였을 것이다. 올해 남북관계는 지난 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고집스러운 집착을 올 해에도 보여줄 모양이다. 지난해 연말에 있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북한은 ‘강대강’의 입장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체 힘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년차인 2023년은 북한에게는 정권수립 75주년으로 김정은 통치 성과를 과시해 보고자 하는 기대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강성국가 실현을 위한 기대는 싫든 좋든 윤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윤정부의 통일정책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이며 이는 이전 정부 ‘평화 번영의 한반도’에서 ‘비핵’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핵화’에 매우 부정적인 북한의 경직된 입장을 들어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있으나, 2018년과 2019년의 경험, 즉 북핵문제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분투하는 이들 옆에서 일부 시민들이 구급차의 붉은 경광등을 빛 삼아 떼 춤을 췄다. 사고가 난 걸 알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유흥을 멈추지 않았다.- 한 신문에 실린 칼럼 한 대목이 끔찍한 이태원 참사를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하네요. 그때 거기에 악마들이 있었군요. 어쩌면 악마는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흑토(黑兔) 새해가 시작됐지만, 세상이 딱히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정초예요. 이 시대 최고의 시사 논객 중 한 분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가 지난 연말 ‘퇴마 정치’라는 제목의 새 책을 냈군요. 진보 진영에 대한 논리정연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온 강 교수는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도 민주당에 대해서 혹독한 쓴소리들을 늘어놨네요. 강 교수는 일찍이 다른 저서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며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맹타한 바 있어요. ‘퇴마 정치’에서 강 교수가 쓴 표현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윤석열 악마화’는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를 폭로하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고한 표현이군
‘생각하는 언어’가 삶의 슬기, 철학적 구도(求道)의 전제조건이다. 말이 뜻을 잃거나 잊으면 그 슬기는 허망하게 망가진다. 포털에 오른 ZDNet Korea(제이디넷 코리아) 신문 12월 25일 기사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삼성 서울 서초사옥 인근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집회로... 집회소음이 도(道)를 넘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의 ‘말’로 주민 생활을 핑계 댔다. ‘한국의 최고 권력’인 삼성이 굽어 살펴 주시기를 갈망하는 탄원서 아닌가. 머리 좋은 삼성이 어떤 속셈을 이렇게 어설프게 표현했을 리 없다. 언론도 기사도 공론(公論)이다. 기자는 공공(公共)을 위하는 자(者)다. 삼성에게도 칭찬 들을 수 없는 글이 기사로 실렸다. ‘눈치껏 하라.’는 핀잔 피할 수 없으리. 이 신문을 갈구려고 이런 서두를 꺼낸 것 아니다. 도를 넘는 무지의 언어가 ‘공론의 장’에 오르고, 누구도 이런 언어현상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상황을 저어하는 것이다. 집회소음은, 그게 심하다면, ‘道(도)를 넘는 것’이 아니고 ‘度(도)를 넘는 것’이다. 무지(無知)를 넘어 ‘아는 체’까지도 지나쳤다. 참을 수 있는…
유년시절은 홀로 서러웠고 혼자라서 두려웠다. 나이 든 지금 나는 다시 그 마음과 두려움으로 살고 있다. 인내와 성실과 용기만으로는 안 통하는 사회의 현실 앞에서 이제는 조금 서러워도 괜찮을 것이요. 내 운명의 주어는 ‘슬픔과 그 에너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아침 깨끗하고 따스한 바람이 불면 어머니가 보내준 바람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정월의 따스한 햇살이 악수하듯 손목으로 내리면 먼저 간 여인의 체온 같다는 생각도 했다. 2015년 일이다. 8월 『사람과 수필 이야기』라는 수필집을 엮으면서 표지화 또한 내 필력으로 그렸다. 문인화로서 커다란 나무 아래 갓 쓰고 수염이 긴 초췌한 노인이 거목을 우러러보는 이미지의 그림이었다. 문학과 예술을 거목으로, 노인을 나 자신으로 비유한 의미화였다. 이 그림을 산뜻한 우편엽서로 만들었다. 출간한 책을 보내온 작가들에게 축하엽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어느 날 임(林) 선생이란 분이 책 표지 그림과 엽서를 보고 느낌을 보내왔다. ‘방금 보내준 귀한 선물 잘 받았습니다. 친필 엽서의 그림은 꼭 김정희 선생 ‘세한도’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어쩌면 추사보다 더 깊은 마음의 깊이로 다가왔습니다.’라고. 자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