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신가요?” 라고 묻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이는 곧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뜻이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출신 대학을 묻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집단적 유대와 특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사회구조의 병폐가 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2024.8.27.)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대학입시 경쟁’을 지목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학 진학률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행복도가 낮아지고, 수도권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까지 초래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다.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과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입시 서열화는 곧 학벌사회를 고착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academic clique)은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처럼 작용한다. 학력은 개인의 노력의 결과이지
위조된 공문서와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 문자가 소상공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계 등에서 볼 수 있던 SNS 사칭 계정까지 등장, 그 수법마저 교묘해지면서 피해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다. 공무원 사칭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강화는 물론, 먹잇감이 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대응 매뉴얼이 폭넓게 공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칭 사기 위험성이 높아지자 전국 지자체 및 기관들이 사칭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면서 한때 피해가 잠잠해졌지만, 어느새 수법마저 진화해가며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3일 자신을 경기도종자관리소 소속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칭범이 도내 한 건설 업체에 농수로 개선 공사계약을 진행하겠다며 위조된 명함 사진 파일을 보냈다. 전송된 명함에는 경기도 로고와 함께 이름과 전화번호, 사무실 주소, 이메일 등이 적혀 있었다. 사칭범은 다른 현장에서 급히 처리할 일이 있으니 다른 업체의 자재를 대신 구매한 후 대금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 업체는 제공
‘현재 언론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종범(80년 TBC해직)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가 유튜브 방송 언시국TV 인터뷰에서다. “뉴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수용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석을 해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언론이 주를 이루면서 언론의 이런 기능이 현격히 약화 됐다. 언론사간 경쟁이 격화돼 수용자를 끌기 위한 뉴스의 선정성이 심화됐다. 돈벌이를 위해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원가절감 때문에 TV는 질 낮은 대담프로로 채워지고 있다. 양비양시를 균형이라고 우긴다. 윤석열 지지자와 내란척결을 주장하는 국민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까지 범하고 있다. 민영언론의 영리 추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영언론이 소환되는 까닭이다. 공영언론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도 없다. 윤석열 정부서 한전과 마사회가 지배주주로 있던 준공영방송 YTN을 졸속 민영화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YTN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언급, YT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44년 된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던 중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체·철거 공사 안전관리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인재(人災)로 판명되고 있다.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현장에서 소위 ‘속도전’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관행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공공기관조차 중대재해에 대한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재난정보학회가 지난 6월 발간한 ‘국내 건축물 해체 공사 시 재해 현황 분석과 안전관리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축물 해체 공사 관련 재해는 연간 120건 이상으로,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고 특히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토목과 건축 공사 모든 종류의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 총 17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발생한 노동자·민간인 등 재해자는 총 16명이다. 토목·건설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는 2020년 243건(18명),…
한 동안 모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따라서 학위 논문을 쓸 능력이 아주 부족하다. 그런데도 학교는 그들에게 논문을 쓰게 하고 학위를 준다. 시스템이 이러하니 학생들은 너도나도 박사 학위를 따겠다고 야단이다. 여러 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내게 논문 지도를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안타까운 나머지 논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주제까지 잡아주고 지도에 지도를 거듭했다. 그 중 몇은 박사학위를 따고 내게 말했다. “교수님,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언약을 지킨 이는 거의 없다. 이 씁쓸한 경험 때문일까? 나는 요즘 은혜를 알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 무척 그립다. 은혜를 잊지 않고 갚고자 하면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본 긴자 마루칸(銀座まるかん)의 창시자 사이토 히토리(斎藤一人) 씨가 떠오른다. 그는 인생에서 의리(Giri)와 인정(Ninjyo), 그리고 은혜(On)를 소중히 여긴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도이고 인정은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함, 그리고 은혜는 삶에 있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전국 시행은 대한민국 복지 패러다임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시설 중심, 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돌봄 체계에서 벗어나, 돌봄이 필요한 국민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구축하는 국가적 선언이다. 본 법의 성공적인 안착과 통합돌봄의 실질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의 이념을 현장에서 구현할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명확한 역할과 유기적 책임 이행이 필수적이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가 '통합'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는 거버넌스에 달려있다. ▲돌봄 대상자(노인, 장애인 등)는 돌봄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자기 돌봄 계획의 주체‘로서 통합지원 신청, 조사, 지원계획 수립 전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명확히 표현하고 서비스 선택의 주체가 된다. ▲돌봄 대상자 가족은 돌봄의 파트너이자 ’핵심 정보 제공자‘이자 대상자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서 대상자의 상태와 욕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공식 돌봄서비스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찰이 인천시와 중구, 인천공항공사 등과 합동으로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까지 인천국제공항 무등록 운송 영업 단속을 벌인 결과 466명을 검거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4일자 15면: ‘경찰, 인천공항서 무등록 택시 영업 466명 무더기 적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 없이 인천공항에서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을 이용해 승객들을 운송하고 요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총책, 중간책, 운송책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왔다. 그런데 적발된 불법 영업 기사 466명 가운데 87%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인들이 자가용·렌터카로 무등록 콜밴 영업, 일명 ‘흑차(黑車)’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번호판도 흰색을 부착해 합법 콜밴과 구분이 어려웠다. 지난 4월에도 서울 마포경찰서가 여행사 대표 2명과 운전자 61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개인 차량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공항에서 숙소까지 돈을 받고 태워준 불법 운송영업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개인 자동차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 시내 숙소까지 요금을 받고 불법 운송하거나 알선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61명 중 53명은 중국 국적이었고 나머지 7명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지난 1972년 중국은 1949년 중국공산당 창건 이후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문을 열었다.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뚱 중국 주석이 中美정상회담을 북경에서 개최한 것이다. 당시의 중국의 외교적 태도를 세상은 "중국이 마침내 '竹의 장막'(bamboo curtain)을 거두었다"고 표현했다. 그 정상회담의 여러 행사들 가운데, 중국은 서방에 '특별메뉴' 한 가지를 선보였다. 침술(鍼術)이었다. 폐 절제 수술을 받을 환자를 침으로 마취하고 집도하여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환자는 수술 중에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었다. 서방세계는 마치 접시 백 개를 성공적으로 돌리는 마술을 본 관중들처럼 충격을 받고 놀라워했다. 중국은 그렇게 5천년 유구한 역사와 그 시간 동안 쌓인 중화(中華)의 내공을 입증하였다. 좀 의아하겠지만, 지방자치제도와 그 성공은 이 동양의 침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제는 학술용어로 자리잡은 도시침술(都市鍼術. urban acupuncture)이 바로 그것이다. 한 도시의 특정지역을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특별한 기획과 수술환자에게 침을 놓듯이 엄중한 자세로 재생하여 부활시키는 것이다. ◇브라질 꾸리찌바 유엔, 선진국의 권위 있는 연구소들, 하버드대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