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유튜브 영상 중에 ‘카푸어’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채널이 있다. 영상에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은 차를 산 사람들이 나와서 본인의 차를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을 차에 올인한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데, 드물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슈퍼카를 구입한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상에는 20대 초반 대학생 A가 독일 슈퍼카를 타고 나왔다. 차량 가격이 카푸어 마인드로도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큰 금액이었다. 유튜버가 A에게 부모님 찬스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본인이 차 리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했다. A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서울권 4년제가 아닌 잘 들어보지 못한 학교였다. A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A는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을 만들어서 파는 중이라고 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몇 억대의 실 수령액을 받고 있었다. 일반 직장인은 평생 연봉으로 받기 어려운 금액이고, 사회에서 선망하는 전문직들이 오랜 수련 끝에 버는 돈을 어린 나이부터 벌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문득 A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위로부터 선망 받는 학생이었을까…
잠깐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 보자.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함께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6월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김정은의 역사적 만남, 9월에는 문-김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와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모습, 다음 날 백두산 정상에서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쳐드는 감격, 우리는 잠깐이나마 남북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이상하게 꼬여 가는 북미관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다, 이듬 해 2월 하노이로 향하는 열차 속의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그래도 그 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ㆍ북ㆍ미 세 정상의 깜짝 회동에 다시 희망을 불 태웠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실천을 위한 후속 북미실무접촉을 갖는다는 트럼프의 약속에서 다시 한반도의 봄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다음 해 6월, 한미연합훈련의 지속과 싱가포르 약속 실행이 난망해 지면서 북한이 느닷없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1년여의 일장춘몽에서 깨어나야 하는, 가짜평화에 속았다는 좌절감과 배신감, 그 허망함은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의 의
짐작은 했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네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 통계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모두 100만744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군요. 2018년에는 75만2천976명이었으니 불과 5년 사이에 32.9%나 증가했다는 얘기에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온갖 사회병리적 현상은 이런 변화와 과연 무관할까요? 사실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문화의 악영향 중에 가장 고약한 것은 바로 조울증(躁鬱症) 조장이죠. 창작이라는 명분으로 양산되는 온갖 자극적인 유흥들, 특히 전자기술과 연계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많은 오락이 거의 그렇잖아요. 인간의 희노애락을 극단적으로 충동하는 창작물일수록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에 1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 사뭇 인간의 오감을 뒤흔드는 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 장애’라고도 해요. 이 증상은 대략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Manic Epis
DVD 대여업체가 고객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을 도입한게 2007년. 그후 이 회사로 말미암아 전세계 미디어는 빅뱅을 경험하고 있다. 넷플릭스 이야기다. 케이블TV나 DVD가 생길 때 저작권을 보유한 영화사, 방송사들에겐 새로운 시장이었다. 온라인 스트리밍도 마찬가지다. 디즈니(ABC방송)도 파라마운트(CBS방송)도 방송권을 팔고 2-3년 단위로 단가 인상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다. 가입자가 늘어도 매출 증가 대비 영업이익율이 올라가지 않자 넷플릭스는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도박을 감행했고 이 시도는 대박이 되었다. 2012년이다. 방송사나 영화사가 아닌 유통업체가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의 큰 변화는 시작되었다. 저작권 장사에 몰두하던 기존의 지상파, 영화사, 케이블TV회사 등은 OTT가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가 되자 어쩔 수 없이 OTT시장에 참여했다. 유통업체 아마존은 아마존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지상파 방송 ABC와 케이블TV채널을 운영하던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CBS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플러스를, NBC유니버셜은 피콕을 만들자 OTT시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미국내 O
1979년 10월 26일 밤. 궁정동 안가에 모인 유신정권의 수뇌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터진 부마항쟁에 대해 격하게 논쟁 중이었다. 국내문제를 제대로 대처치 못했다는 박정희의 질타에 이어 차지철 경호실장이 입에 바린 소리로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은 순진해서 강경책을 못 쓴다고 비꼬았다. 차지철은 캄보디아의 200만 사망자를 들먹이며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헛소리에 김재규는 준비한 총을 꺼내 들었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과 정치를 하니 정치가 제대로 되겠냐며 방아쇠를 당겼고 놀라는 박정희에게도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10·26사태의 현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김재규는 파국으로 가는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야당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지만, 박정희는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믿었다. 박정희에게 정치는 무용지물이고 야당은 건건이 반대만 하는 상종 못 할 대상이었다. 그래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하고 이에 반발해서 총사퇴서를 던진 야당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수리하려고 했다. 부산 마산지역에서 터진 유신철폐의 민주화 시위는 계엄령을 내렸음에도 가라앉질 않았다. 시위는 수도권으로 올라오기 직전이었다. 그야말로 정국의 위
때가 때인지라 문단의 행사도 많고 문학상을 위한 심사도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젯밤에는 ‘〇〇수필문학상’ 심사를 하게 되었다. 세 사람이 하는데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응모작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수상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적 정성과 ‘수필은 느낌의 시’라는 글맛이 부족하여 수필의 미래가 염려스러웠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라는 정신에는 못 미쳐도 누가 보아도 수상작의 무게 중심은 느껴져야 되는 법. 심사를 미루고 한 잔 두 잔 목울대로 넘긴 막걸리에 ‘안마시면 안 되냐’는 제정신의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돌아와 문을 따고 아파트 거실로 들어서니 냉장고 바람 같은 차가움이다. 불 밝히고 거실 의자에 앉으니 누군가가 그리웠다. 손을 붙잡고 이야기는 못한다지만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싶었다. 주변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부산 친구와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허허한 가슴의 술기운을 덜어낼 수 있었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는 자신에게, ‘겸허한 모국어로 채워달라고’ 했다. 견고한 고독 속에 살면서 기도하고 모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찌 김현승뿐이겠는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되는 초거대형 글로벌기업이다. 어느 나라든 1위 사업자다. 막강한 미국의 지상파 ABC나 가입자 많은 IPTV도 국가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데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사업체라는 묘한 정체성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주어 자연스레 전세계 방송시장을 장악했다. 미디어의 기본 특성은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인데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고 점차 저널리즘에도 발을 넓혀 탐사기획 프로그램도 방송중이다. 넷플릭스를 동영상서비스업체라 안하고 새로운 방송이라 인식할 정도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 영업기반 없이 자리잡기 어려워 플랫폼인 플랫폼(PIP)전략을 택했다. 케이블TV 딜라이브와 계약을 통해 250만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시청할 수 있었다. 2018년엔 LGU+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IPTV가입자들이 넷플릭스를 보게되었다. 이때부터 성장세가 커졌고 코로나가 넷플릭스의 가입자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티빙은 국내 최초의 OTT였으나 존재감이 미미했다. 2020년 jtbc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OTT비즈니스를 펼친다.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웨이브에 이어…
추석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반도가 들썩거린다.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방문을 위해 장을 보고 선물을 준비한다. 상인들도 이만한 대목이 없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기 마련이다. 방송에서는 귀향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역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찾아 행복해하는 귀성객을 인터뷰하는 것이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추석의 기원은 고려시대부터라고 한다. 원래 달을 기리는 의식이었지만 그 당시 농사를 짓던 조상들은 달을 기림과 동시에 더 먼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표현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은 삶의 패턴이나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으로 자리 잡으며 현대사회까지 존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216만 6000명(농림어업조사결과, 2022년 말 현재)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4.2%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풍요를 가져다주었다고 믿는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 그저 관성적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처럼 추석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되는 명절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이웃집 담장이 높지 않았다.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소리로 들을 수 있었고 눈으로…
뉴스의 본질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고 씹고 먹는다. 뉴스는 사회적 존재의 영양식이다. 곧 내 의사결정의 바탕이 된다. 오늘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공동체적 삶인 사회적 하루를 놓친 셈이다. 뉴스는 사회적 생활의 자양분이 되고, 감정과 정서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니 저널리즘은 독자들이 편식하지 않고 균형식을 하도록 도와야 하고, 그 뉴스 정보는 사회적 의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우리 뉴스의 풍경 미국에서 신문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신문의 상업적 경쟁은 치열하였다. 뉴욕 월드(New York World)와 뉴욕 선(New York Sun)의 격렬한 경쟁은 언론 역사와 저널리즘에서 다루는 주요 현상이 되었다.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도 이들 미디어 보도가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의 극단적 경쟁을 선정주의적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뉴스 풍경은 믿을만한가. 백년도 더 지난 미국의 선정주의적 뉴스 풍경을 닮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뉴스는 공론장(公論場)이다 국내에도 철학자와 사회학자로 명성이 알려진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J. Harbermas)는 전통사회에서는 주민들과 지식인들이 마을회관이
이제 얼마 있으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라 할 수 있는 추석이다. 명절이 되면 그 동안 떨어져 지내던 일가 친척들을 만난다는 기쁨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쁨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있어 스트레스는 일상적인 일이라고도 하지만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는 특히나 큰 것 같다. 흔히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 안에 있는 균들도 변하게 될까?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의 유익균들도 그 스트레스를 같이 받고 변화가 일어날까? 스트레스는 진짜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집중력 약화, 주의 산만, 기억력 감소, 공허감, 혼란,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정신적 변화가 가장 대표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손톱 깨물기, 다리 떨기, 폭식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상하부의 바소프레신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로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코티솔(COTISOL) 분비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로 증가한 코티솔은 혈당을 높이고, 신경세포를 제어하여 우울, 불안, 인지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고 면역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