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오늘 경상북도 포항. 베트남전쟁에 참전할 우리나라의 첫 전투부대인 청룡부대의 결단식이 거행된다. 비전투부대인 비둘기부대 병력 2천 명이 베트남에 파병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결단식에서 해병 제2여단을 청룡부대로 명명하고 부대기를 수여한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 파병이 우리 나라의 안전보장을 위한 방위활동의 하나라며 청룡부대 장병들을 격려했다. 청룡부대는 같은 해 10월 3일 부산을 출발해 10월 9일 베트남에 도착한다.
고요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새소리를 잡아먹으며 눈이 내리고 세 개의 발가락은 얼음을 가두고 숲 속에는 누가 사나 검은 발톱 바람 흘러내리는 시간은 시계에 잊어버리는 표정은 벽지에 고독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윤곽을 지우며 고양이의 눈은 내리고 여자는 잠에서, 고요한 고독에서 그리고 ‘슬픔’에서 언제 깨어날까요? 어느 행에도 슬프다고 쓰지 않았지만, 행간은 여자의 잠이 슬픔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슬픔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안간힘이라고 간절히 일러주는 듯합니다. 눈은, 소리를 잡아먹으며, 윤곽을 지우며, 슬픈데도 슬프다고 가까운 이에게조차 고백하지 못한 채 홀로 찾아든 어느 머나먼 민박집에서 시간도 표정도 잊고 하염없이 빠져든 여자의 잠처럼, 역시 하염없이 내릴 것 같은데. 여자의 잠이 혹 영원한 잠이 아니기를, 찐득한 슬픔이 말개지도록 자고 난 후에 크게 기지개 켜며 일어난 여자가 온통 흰빛인 바깥으로 걸어 나와 눈 위에 노루처럼 깨끗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바래봅니다. /이진희 시인
1955년 오늘 후안 페론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년 동안 지켜 온 권좌에서 쫓겨난다. 레오나르디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페론 정부의 부정부패와 높은 물가상승률, 가톨릭과의 갈등에 염증을 느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쿠데타 세력을 지지했다. 실각한 페론은 파라과이와 파나마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1973년 9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기적의 부활을 이루지만 이듬해 7월 세상을 떠난다.
이스라엘이 1988년 오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다. 이날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길이 2.3미터, 무게 155킬로그램 나가는 오페크(Ofeq) 1호! 이로써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8번째 인공위성 발사국이 됐다. 이스라엘은 오페크 1호가 군사용이 아니라 실험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랍국들은 이 위성이 첩보용 위성일 것이라고 반박한다.
1932년 쿠데타로 절대왕정이 무너진 뒤 군부의 지배가 계속된 타이. 1957년 오늘 이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난다. 주동자는 사리트 타나라트(SARIT THANARAT) 장군. 쿠데타군은 별 저항을 받지 않고 정적들을 쫓아낸 뒤 정권을 장악한다. 사리트는 이듬해 10월 의회와 정당을 해산한다.
오 년째 천정만 보던 분이 일어나 앉아 생일상 드시고 가문들 일견하시고 가셨다 남은 몸을 펼 때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났다 살얼음 걷는 일이구나 사는 일이, 그게 마지막 말이라 했다 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끝은 얼마나 빠르기에 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욕창의 이부자리 쪽은 벌써 바삭하게 말라있다 - 문학의 전당 시인선 김박은경 시집/문학의 전당 죽음을 대면한 사람들은 왜 눈앞에서 빨리 치워버리려고만 할까? 죽음은 삶의 마무리라곤 하지만 또 너무 빨리 잊히는 건 아닐까? ‘남은 몸 펼 때’ 팔다리 안 펴고 죽여도 안 움직이려는 심통(?)을 부리지만 빨리 잊으려는 우리에게 부응하기라도 하듯 따뜻했던 체온은 금세 차디찬 얼음장으로 변하고 부드러운 눈빛, 다정한 말투는 어디로 사라졌나? 산사람들은 죽음을 치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주검을 묻고 오면 아랫목을 차지하던 이부자리도 존재의 허무만큼 누군가 말끔하게 치웠다. 대부분의 죽음은 몇일 내 거의 말끔하게 치워진다. 시인은 인간들의 그런 냉정한 속성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시인의 따뜻한 감성이 읽혀지는 시(詩)다./성향숙 시인
제24회 서울올림픽 개막 1988년 오늘, 제24회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160개 나라, 만3천3백여 명의 선수단의 참가로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서울 올림픽! 각국 선수들은 이날부터 10월 2일까지 16일 동안 34개 경기장에서 23개 정식종목에서 기량을 겨뤘다. 서울 올림픽은 이념과 인종의 벽을 넘어서 16년 만에 오륜이 모두 참여함으로써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실현했다.
태풍 14호 사라가 1959년 오늘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강타한다. 특히 통영과 대구, 영천, 청도 등 경상남북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이튿날 동해로 빠져나갔다. 최대 중심풍속이 초속 85m, 평균 초속 45m에 달했다. 1904년 한반도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태풍으로 기록됐다. 이 태풍으로 사망 또는 실종한 사람이 8백40여 명에 이르렀다.
1991년 오늘 개막한 제46차 유엔 총회에서 남·북한 유엔 가입안이 159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 확정됐다. 가입신청서 제출 순서에 따라 북한은 백60번째, 남한은 백61번째 유엔 회권국이 됐다. 남·북한이 각기 정부를 수립한 지 43년 만에 동시에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남과 북의 관계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을 만지고 싶네 빛을 향하여 오르는 따뜻한 그 상승의 감촉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의 문을 열어보고 싶네 문안에 피어 있을 붉은 볼 파르르 떠는 파초의 떨림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에 별똥별 하나 던져 넣고 싶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추락의 별똥별을, 추락의 상승이라든가 추락의 불멸을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떨리는 추락의 눈썹에 빗방울 하나 매달고 싶네 그 빗방울 스러질 무렵이면 돌아오는 귀이고 싶네 - 강은교 시집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 /2011년/서정시학 이슬비가 내렸나보다. 마당에는 파초 잎이 가늘게 떨고 있다. 시인은 그 가녀린 떨림 속에서 우주의 심연을 본다. 떨림 속에 별똥별을 던져 넣고서 추락의 상승이거나 나아가 불멸에 관해까지 시야가 넓어진다.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화학물질이나 원소들이 우주를 이루는 원소들과 동일하다고, 그래서 우리가 우주라는 발견을 그 가녀린 떨림에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그 빗방울 스러질 무렵이면 귀를 살며시 닫겠다고 말한다. 그 고요 속 떨림 속에 나도 귀 기울이고 싶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