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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꼴불견

이창식 주필

모양이나 하는 짓이 같잖거나 우수워서 참아 볼 수 없는 것을 꼴불견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꼴불견이 있게 마련이다. 당나라는 그 후기 때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갖은 불법 행위가 만연돼 국가 질서가 말이 아니였다. 정치가는 나라를 바로 세울 생각보다는 대세를 눈치 보고, 백성들은 될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식인들 조차 침묵을 지켰는데 유미주의(唯美主義) 시인 이상은(813-858)만은 몰락하는 세태를 개탄하는 고발의 글을 썼다. ‘잡찬(雜簒)’이란 책에 ‘눈 뜨고 참아 볼 수 없는’ 꼴불견 여섯 가지 사례를 발표했는데 다음과 같았다. ‘청천탁족(淸泉濁足)’ 약수터에서 발을 씻는 것은 자기만 좋을 뿐 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 독선이다.

 

둘째 ‘화상건군(花上乾裙)’ 꽃 위에 빨래를 말리는 것은 꽃을 꺾는 것보다는 났지만 생명과 아름다움을 경시한 것이니 세상의 도리를 망각한 짓이다. 셋째 ‘배산기루(背山起樓)’ 산을 등지고 누각을 세웠으니 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차단한 폭거다. 집은 산을 등지고 물가에 짓는 것이 옳지만 누각은 높은 곳에 지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게 해야한다. 넷째 ‘분금자학(焚琴煮鶴)’ 거문고를 불쏘시개로 삼아 학을 삶아 먹는 것은 욕망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니 폭군적 사고이다.

 

다섯째 ‘대화상차(對花嘗茶)’ 꽃을 감상하면서 차를 마시는 것은 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시 한 수를 짓는 군자의 풍모와 멋을 상실한 것이니 권력만 알고 민생을 모르는 바보와 다를 바 없다. 여섯째 ‘송하갈도(松下渴道)’ 청아한 숲에서 고요를 즐기는데 느닷없이 사또 행차요 소리 지르는 것은 개인의 안식과 수양을 방해하는 것이니 인권 침해나 다름이 없다. 시인답게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백성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나아가서는 끝없이 썪고 추락하는 조정 권력을 향한 따끔한 고발이었다. 요즘 우리나라는 당시의 당나라 사정보다 낳을까, 더 못할까. 후자라면 욕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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