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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우리말 셈

이창식 주필

수효를 세거나 주고받을 액수를 서로 따지어 밝히는 것을 셈이라고 한다. 셈은 순수 우리말이다. 옛날 양반들은 한자를 즐겨썼다. 유식을 뽐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자 쓰기는 우리말을 오염시켰다.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의 3분의 2는 한자를 직역한 것이고 순수 우리말은 3분의 1이 채못된다.

 

 ‘목민심서’ 라는 책을 통해 백성을 깨우치기에 힘썼던 다산 정약용(1762-1836) 조차도 우리말 속담을 한자로 뜯어 고친 ‘이담속찬(耳談續纂)’을 쓰면서 우리말을 훼손하는 실수를 범하였다. 이담속찬은 명나라 왕동궤가 지은 ‘이담(耳談)’에 우리 이언(俚諺.속담) 120조를 여덟자로된 한자로 고쳐 증보한 것이다. 그런데 다산은 “하릅(한살)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를 “하룻강아지(一日之狗) 범 무서운 줄 모른다.”로 잘못 고쳤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 나이는 한 살, 두 살, 세 살로 부른 반면 동물 나이는 다른 말로 구분해서 썼다. 예컨대 한 살은 ‘하릅’, 두 살 ‘이듭’, 세 살 ‘사듭’, 네 살 ‘나릅’, 다섯 살 ‘다습’, 여섯 살 ‘여습’, 일곱 살 ‘이릅’, 여덟 살 ‘여덟’, 아홉 살 ‘아습’, 열 살 ‘열릅’ 이라 했다. 함북에서는 하릅 · 이릅 뒤에 접미사 ‘째비’를 붙혀 ‘하릅째비’, ‘이릅째비’라고 했는데 째비는 ‘짜리’의 뜻이다.

 

생선은 ‘마리’ 외에 민어 암컷인 ‘암치’와 조기를 셀 때는 크고 작은 것 두 마리를 ‘한 손’ 이라 하고, 명태 스무마리, 오징어 스무마리를 ‘한 축’, 북어는 스무마리를 묶어 ‘쾌’라고 했다. 꽤는 원래 열냥씩 묶은 엽전 열 꾸러미를 이르던 말로 곧 백량을 뜻한다. 꽃은 ‘송이’, 옷이나 그릇 따위는 ‘벌’로 쓰는데 벌이란 여러가지가 한데 모여서 갖추어진 한 덩이 또는 그렇게 이루어진 물건을 셀 때 쓰는 말이다. 바늘은 스물 네 개를 ‘한 쌈’이라 하고 집은 ‘한 채’, ‘두 채’로 쓴다.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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