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구름조금동두천 26.0℃
  • 맑음강릉 30.6℃
  • 구름조금서울 27.8℃
  • 맑음대전 27.3℃
  • 맑음대구 28.5℃
  • 맑음울산 27.1℃
  • 흐림광주 27.7℃
  • 맑음부산 27.4℃
  • 구름많음고창 27.9℃
  • 맑음제주 28.9℃
  • 구름조금강화 26.6℃
  • 맑음보은 25.9℃
  • 맑음금산 26.1℃
  • 맑음강진군 26.4℃
  • 맑음경주시 26.3℃
  • 맑음거제 27.2℃
기상청 제공

[지역특집] 칼칼한 육지맛에 반하고 개운한 바다향에 빠지고

양기 북돋는 새우젓으로 간맞춰여행길 피로해소 등 보양식 적격

 

■ 돼지갈비와 새우젓이 만나면… 강화 명물 ‘젓국갈비’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으나, 사실 모든 길은 바다를 통해 닿는다.

중국대륙과 황해를 마주보고 있는 강화도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던 옛 사람들의 뱃길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강화도가 외세와 충돌하는 역사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원인이 되기도했다.

섬 전체를 요새화하고 바다와 더불어 삶을 영위해야 하는 주민들은 식생활 또한 타 지역과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새우젓’이며 바다에서 생산된 새우젓과 육지의 육류가 결합된 ‘젓국갈비’라는 독창적인 음식을 탄생시켰다.

강화도 명물 ‘젓국갈비’의 미감을 전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동이 지나고 곱던 단풍도 발끝에 채이는 낙엽이 되어 뒹구는 요즘, 강화도를 찾으면 메마른 억새 사이로 병정들처럼 늘어선 나목들의 풍경이 보는이로 하여금 초겨울 정취에 젖게하고, 싸늘한 바람과 허허로운 갯벌, 망망한 바다는 서정적 기회를 제공한다.

처연한 역사의 현장 한 두 곳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레 아랫배가 허기지고 뭔가 먹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뭘 먹을까? 그러나 강화도 하면 딱히 떠오르는 먹거리도 없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강화도는 천년을 내려오는 질긴 생명력과도 같은 음식이 있다.

바로 ‘젓국갈비’가 그것이다.

맑고 쌉쌀한 맛의 젓국갈비는 최고의 보양식

강화에서는 “길을 나선 남정네들에겐 새우젓을 내놓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새우젓하고 남자가 무슨 관계일까? 이미 짐작하겠지만 새우는 양기를 북돋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젓국갈비의 장점은 맛은 물론이요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방법에 있다.

돼지갈비와 두부, 애호박, 단호박, 표고버섯, 파, 청양고추, 팽이버섯을 넣고 여기에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끓이면 되는데 생각보다 비린 맛도 없고 맛이 칼칼해 긴 여행을 했거나 힘든 일을 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기엔 이보다 적합한 음식이 없다.

강화도 안 거의 모든 음식점 메뉴판에서 ‘젓국갈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만큼 강화도에서는 유명한 음식이라는 의미다.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뉘며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이면 밥한 두 공기쯤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사라진다.

강화군, ‘젓국갈비’를 전통음식으로 지정 적극 홍보

강화군은 지난해부터 젓국갈비를 강화의 대표적 음식으로 키우기 위해 시민단체와 더불어 대대적인 보급 활동에 들어갔다.

강화군과 강화읍재창조사업추진위원회, 강화군음식업지부가 손잡고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오래된 강화의 전통 음식을 알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음식을 통한 공동체 의식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강화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음식점마다 상이한 맛을 표준화하기 위해 관련 학계와 전문가를 초빙해 ‘젓국갈비’와 ‘젓국갈비구이’의 조리방법에 대한 전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정례화 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강화관내 음식점을 둘러보면 저마다 ‘젓국갈비’의 맛이 다른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음식맛을 표준화 한다는 것 자체가 획일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을 낳지만 선택 여부는 주민들의 몫이다.

유명한 젓국갈비 식당으로는 강화읍 용흥궁 옆에 위치한 ‘일억조 식당’을 비롯해 ‘신아리랑’, ‘국화호수’, ‘두촌가’ 등이 있다.

강화도 ‘젓국갈비’에 밴 역사의 흔적

고려시대 몽골 고원을 통일한 징기스칸 부족은 1231년 먼저 두 곳에 대한 해외원정을 단행하는데 그중 한곳이 동북아의 최강국 고려다.

몽골의 침략을 받은 개성의 고려 조정은 항복 보다는 항전을 결의하고 국왕을 비롯해 수많은 백성들이 강화도로 들어오게 된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강화거주 인구가 오십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거의 지금 인구의 열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 많은 사람들의 배를 뭘로 채웠을까? 도대체 뭘 먹고 세계 최강의 군대와 맞서 39년을 버텨냈을까.

옛부터 강화도 주변 바다는 먹거리로 넘쳐났다.

계절마다 다양한 어종과 갯벌에서 채취되는 해산물들은 육지를 떠나와 섬에 갇히게 된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용기를 키워주는 강장제 구실을 했다.

그 가운데 새우젓은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도 엄청나게 많아 굶주림 해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많은 새우가 유독 강화에서만 잡히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지리적 여건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잡은 강화도는 한강과 예성강 그리고 임진강이라는 큰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강화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강줄기들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그물을 드리우고 있는 형세다.

새우는 이러한 지형에서 나고 자라는 어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도 강화도 인근에서 잡히는 새우가 우리나라 총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하니 강화도에서 새우젓과 관련된 음식이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여행자들의 든든한 한끼 식사 ‘젓국갈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풍부한 해산물과 더불어 세계최고의 소금생산지로 유명하다.

강화도 새우젓은 이러한 최고급 소금으로 절여 짠듯하면서도 단맛이 혀끝을 살짝 감싸고 돌아 입맛을 적시는 특징이 있다.

이 새우젓과 돼지고기가 만나 탄생한 것이 젓국갈비다.

‘젓국갈비’는 새우젓과, 돼지고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강화도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자고 일어나면 코끝을 파고드는 바람에 자칫 병치레하기 쉬운 환절기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어머니들의 정성과 지혜가 맛으로 스며든 강화도 ‘젓국갈비’로 기도 보강하고 건강도 챙겨봄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