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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정갈하고 단아한 한복문화

한복전문가 김인자씨에 듣는 한복이야기

설 명절이 가깝다. 한참 설빔으로 바빠야 할 한복집이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한복을 짓기 시작한지 30여년 가까이 되다보니 자연히 옛생각이 난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명절이면 아이들 설빔으로 무척 바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입혀보고 사가곤 했다.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라 2년 쯤은 입혔으면 하는 바램으로 큰것을 소매와 치마, 바지 길이를 줄여서 입혔고, 어떤분들은 한번 입히면 두 번도 못 입는다고 자라는 아이를 원망(?)하곤 했는데 그 말속엔 대견스러워 하는 마음이 묻어있어서 듣는 이도 기분좋아지곤 했다.

어린시절 설 전 즈음에는 잠결에 어렴풋이 눈을 떠보면 머리맡에서 바느질하시는 할머님과 어머님이 계셨고 아침에 일어나 고운 빛깔의 새로운 설빔으로 갈아입고 집안어른과 동네 세배를 다녔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자랑스런 훈장을 꺼내보이듯 당신 할머님이, 어머님 손끝이 야무졌으며 한결같이 반가부인네의 모습으로 예쁘게 물들이고, 푸세하고, 다듬이 두드리는 모습과 여름에 모시손질 할 때면 본인들이 인두질을 거들었었다는 얘기 등등…

나 또한 그랬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인천 만석동에서 보냈다. 설빔을 지어주시던 어머니는 아니지만 60년대 나의 어머니나 친구 어머니들은 어린자식을 키우면서 생활전선에 나서야했기 때문에 다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어쩌다 있는 집안잔치나 나들이에는 꼭 한복을 차려입으셨다.

그런 날이면 깜짝변신하시는 어머니모습이 평소와 다르게 얼마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웠던지…. 외출했다 돌아오셔서 저고리를 벗고 그 안에 입은 하얀 인조 속점삼에 치마를 살짝 걷어올리고 식사하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영화배우였는데 평소에는 왜그리 잔소리꾼이셨는지 알수가 없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경북 예천 친가 할머님댁에서 몇 달 지냈던 나의 유년은 삶에 지칠때면 돌아가는 내 영혼의 쉼터 같은 곳이다. 눈이 내린 겨울날, 흰고무신을 신고 치맛자락을 나폴대며 걷던 할머니 손을 잡고 산을 넘어 외가에 갔던일, 할머니 고동색 스웨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이 시려 종종걸으면서도 얇은 고무신을 신은 할머니가 넘어지면 어쩌나, 발이 시렵겠구나 어린 가슴에도 걱정이 많이 되었던…. 내 안을 들여다보면 화인(火印)처럼 맞닥뜨려지는 한복입은 할머니 모습.

내안의 추억을 찾아가는 길이 내가 한복을 지어가는 행로(行路)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젊은 엄마들에게는 이런 추억이 없는 것같다. 한복의 추억이 없는 엄마가 어떻게 자녀에게 그 추억(보물)을 알려준단 말인가. 금방 자라는 아이들 한번 입을 옷을 왜하냐고 다른집 아이들의 일에도 참견하는 세태에는 할말이 없다.

국민소득 2만불이면 자국(自國)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소멸되어가는 전통문화가 살아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지금 천대받고 있는 우리의 한복이 그때는 각광받을 것이라고,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볼 분야라고 하셨던 모 신문사 주간의 강연을 듣고 시작한 한복이다.

아! 국민소득 2만달러가 이미 넘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천시 받는 한복. 이제 4만달러 시대를 다시 기다려야 할지. 통과의례인 혼례 때 조차 잘 안입으려드는 세대에 어떻게 한복을 얘기해야할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은 새색시의 모습을 노년의 남편이 기억해야할 젊은 날의 내 새색시 모습일텐데 혼례 때 마저 한복을 입지 않은 부모가 어떻게 자녀들에게 추억 도우미가 될수 있을까. 추억이, 향수가 있는 사람이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다음세대에 그 추억을 향유하게 할 것이고 추억들이 모여서 내일을 이루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한나라의 고유문화가 되지 않을까.

한낱 바느질장이지만 우리 옷에서 먼 미래를 생각해본다. 복식은 한나라의 문화를 상징한다. 사라져가는 우리 옷,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음력 설 밑에 설빔을 꿈꾸는 동심을, 세배 돈을 꿈꾸는 동심을 6~70년대의 지나간 카드에서 찾아야할까. 그리운 지난날이여./정리=김상희기자 ksh@

김인자(56)

● 당초문 김인자 한복 대표

● 중요무형문화재 89호 침선장 이수자

● 남산한옥마을 개인전 ‘하늘 섬김 옷’

● 일본 동경문화원 초대전

● 프랑스 가나화랑 개인전

● G20 청와대 사랑채, 시청 패션쇼

●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패션코디네이션과 강의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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