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미 행정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합동훈련 기간 중인 8월 21일~24일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 갔다. 성김 대사는 미국 부시 정부부터 시작해서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 그리고 바이든 정부까지 소위 공화 민주당 정부 모두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북한문제에 대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식 교육을 받았으나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글문서를 독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성김대사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계 미국인의 입지전적인 성공에 대한 감탄과 함께 미국은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공화와 민주로 정부가 바뀌더라도 그 연속성은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된다. 보수와 진보 정부 교체로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전문성있는 인사도 과거 정부와의 차..
데이비드 캠버비치가 열연한 드라마(셜록 홈즈)에서 홈즈는 마지막에 사건 해결의 중요한 정보가 있는 애들러 핸드폰의 암호를 풀어 패를 뒤집는다. 그는 애들러가 그에게 사랑을 느꼈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그것을 핸드폰 비밀번호와 연관 지어 놓았다고 추리한다. 그 사실을 부인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예전에 한번 마주 잡은 손목에서처럼 지금도 그녀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으로 그에게 호감이 있다는 단서를 확인한다, 이와 유사하게 손목의 요골동맥의 박동은 몸의 상태에 대해 환자가 말하는 증상의 표현과 겉모습에 드러나지 않는 단서를 표현한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동서양의 의사들은 이 혈관의 박동을 확인하는 과정을 진단에 사용했는데 같은 부위의 맥동이지만 인식하는 방법은 전혀 달랐다. 동양의 몸과 서양의 몸을 비교한 책 (몸의 노래)에서 동..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한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행 ‘성범죄자’ 관리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전과 14범인 강모 씨는 특수강제추행 등으로 15년여를 복역하고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연쇄 살인마 행각을 벌였다. 여기저기에서 온통 전자발찌 탓만 하느라고 또다시 ‘성범죄자’ 관리 전반의 허점과 부실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전자발찌 채워서 무구한 국민 속에 섞어놓고 괴물 취급만 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모 씨는 지난달 27일 도주 전후로 40~50대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첫 번째 범행은 감시 사각지대인 자신의 집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평소 범..
“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이므로, 법에서 규정한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명백히 요구되는 경우 이외에는 누구도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려 목을 자르고 대혁명을 완수한 프랑스 시민들이 1789년 8월 26일 선포한 프랑스 인권선언 제17조다. 여기서 소유권의 핵심은 토지다. 대혁명 이전 프랑스 시민들은 토지에 종속되어 살아갔다. 땅에 종속된 인간은 땅을 가진 자의 노예로 살아야 했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귀족과 성직자들의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프랑스 대혁명은 시민을 타인의 땅에 종속되어 농사짓는 노예가 아닌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로 만들었다. 프랑스 인권선언이 소유권을 신성불가침한 권리로 규정한 이유다. 이렇듯 농경사회에서 땅을 가질 수 있느냐 또는 그렇지 않으냐는 그의 신분을 규정했다. 땅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나 품격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없는 것이 바로 그 품격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헌신짝처럼 취급한다. 기이한 것은 배운 사람들일수록 그런 행태가 더 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나왔든 미국 어디서 유학 생활을 했든 그래서 국내에 돌아와 KDI(한국개발연구원)같은 유수의 기관에서 몸을 담았든 오히려 품격 제로의 현상을 보인다. 그저 자기네들이 옳으니 너희들은 따라오기만 해라, 라는 식이다.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으며 악다구니도 이런 악다구니가 없다. 한국사회를 가로지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노자(勞資) 모순이 아니다. 半봉건적 양반-상놈의 대물림의 신분, 계급의식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이 엘리트냐 그렇지 않으냐(서울대를 나왔느냐, 미국 유학을 다녀왔느냐, 판검사나 의사, 교수, 조중동같은 언론사에 다니느냐) 하는 엘리트주의이다. 그야말로 품격 없는, 천박한 선민의식이다. 이 ‘나 잘난 주의’가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모든 장점, 모든 미덕을 가로지른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공로를 가로챈다.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 ‘더 체어’는 미국 동부에 있는 명문 대학 펨브로크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 전체 8개 아이비리그 중 가장 작은 학교이고 전통적으로 공학부가 강세라는 설정이다. 드라마는 영문학부 교수들의 얘기인데 공대가 중심인 학교에서 당연히 늘 총장의 눈밖에 있는, 인원 감축대상의 학과이다. 사실상 매년 학생 수가 30% 이상씩 줄어들고 있는 상태여서(누가 요즘 문학을 공부하려 하겠는가.) 새로 학과장으로 부임한 한국계 미국인 지윤 킴(산드라 오)은 첫날부터 총장(데이빗 모스)에게서 연봉만 많고 수강생은 거의 없는 ‘늙다리’ 교수 세명을 ‘명퇴’ 시키라는 압력을 받는다. 지윤 앞에는 세 가지의 중층 모순-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첫째 늙은 교수들을 내몰지 않고 그들의 품위를 유지시켜 주는 것, 동시에 학생 수를 늘리고 학과의 운영과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거기에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한국인 아버지(나중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깜짝 놀라게 한다.)와 조숙해서 일찍 사춘기를 맞고 있는 입양 딸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를 잃고 딸아이마저 멀리 보낸 후 실의에 빠져 사는 ‘또라이’ 남자 동료교수 빌과의 우정과 로맨스도 어찌어찌 지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윤은 이 모든 난관의 약한 고리를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이 때론 눈물겹고 때론 좌충우돌 웃음을 만들어 낸다. 첫 장면부터 다소 웃기고 상징적인데 학과장실에 호기롭게 들어와 학과장 자리에 앉자마자 낡고 오래된 의자가 부서져 지윤은 옆으로 나자빠지고 만다. 학과장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울뿐인 자리라는 걸 보여 준다. 이 드라마가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강하게 회자(膾炙)되고 있는 건 내용이 갖고 있는 휴머니즘, 脫엘리트주의, 품격 우선주의 등등 여러 가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한국 시청자들을 더 놀라게 하는 건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것도 명문 대학교의 학과장 역이(세탁소 주인 역이거나 편의점 주인, 안마시술소 여급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정확한 한국 이름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가 구사하는 한국어도 완벽한 한국어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회에서 이제 완전히 주류사회로 편입됐음을 알려 준다.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는 한국식 돌잔치와 돌잡이 장면까지 나온다. 한국이 그 정도가 됐다. 2,3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국가의 품격이 올라간 것이다. 탈레반으로부터 400명 가까운 아프간 ‘친구’들을 극적으로 구조해 낸 ‘미라클 작전’도 국가의 품격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것인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건 단순히 군사적 작전만이 아니다. 이번 작전에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뒤따랐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뿐이야 라는 묵묵한 자기 겸양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다. 모든 사람은 같다는 수평적 관점의 인류애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기층 민중들의 수준이 그 정도가 됐다. 현재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적 품격은 대중과 낱알의 민중들이 한켠 한켠 쌓아온 것이다. 어떻게 정치인만 되면 저 모양들이 되는지 미스터리다. 영화 소재 감이다. 자신도 투기용으로 집 네 채를 갖고 있으면 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을 사고팔았다 해서 나서서까지 비난하지는 못한다. 염치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SH공사 사장 자리를 달라고는 못한다. 사람의 얼굴은 두껍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가 땅을 3000평 정도 사놓은 게 있고 그 와중에 나는 집을 옮겨 다니느라 잠시 전세와 월세를 살고 있지만 사실은 어딘 가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나는 임차인이다 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해석에 따라 현재 임차인으로 살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해도 사실은 그러면 안된다. 사람은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게 좀 이상하고, 거짓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염치는 영어에 쉐임(shame)이 들어 간다. ‘쉐임 온 유(Shame on You)!’ 하면 창피한 줄 좀 알라는 뜻이다. 윤희숙, 김현아, 차정인 씨 등에게 하고 싶은 얘기다. 각각 누군지는 찾아보시기들 바란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25일 “야당 의원 흠집내기”라고 반발하며 대선 경선후보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문제의 땅이 윤 의원이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근무 당시 KDI가 연구용역을 한 산업단지 인근 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다시 윤 의원은 공수처 등에 수사의뢰한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윤 의원과 관련한 부동산 의혹 부분은 수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권익위의 부동산 조사로 촉발된 논란은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내며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정치인의 자기중심적 눈높이다. 윤 의원의 주장대로 부녀유별(父女有別)로 윤 의원 자신은 위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임차인입니다’와 함께 현 정..
저녁 먹고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이바라기 조선학교 여학생 합창단의 노래를 들었다. 제목은 <저고리>. 화면 중간중간에 옛날 흑백 필름이 나온다. 8.15 일본 패망 직후 동포들이 조선학교를 개교하던 시기. 일본 정부의 폐교 압력과 경찰의 물리적 탄압을 뚫고 (온전히 자력으로 설립한) 학교를 지키기 위해 안타깝게 싸우는 장면들. 위는 흰 저고리 아래는 검은 한복 치마 입은 소녀들이 머리를 질끈 묶었다. 하나의 입으로 ‘우리 학교’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티 없는 아이들의 표정 아래에는 그러나 모국을 떠나 떠도는 디아스포라의 슬픔이 어쩔 수없이 배어있다. 가슴 한 구석이 싸했다. 그러다 갑자기 몇 달 전 기억이 떠올랐다. 작년부터 우리 학과에 일본에서 여학생 2명이 유학을 왔다. 한 명은 아키다견(犬)으로 유명한 열도 북쪽의 아키다 현에..
옛날 아프리카의 한 왕국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받던 산파는 아이를 떨어뜨릴 뻔합니다. 흑인의 나라에서 태어난 하얀 피부의 아이. 백인보다 더 희디흰 피부였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숨겨서 키우기로 합니다. 왕국에서 ‘하얀 피부 인간’은 저주였습니다.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얀 피부 인간의 신체, 혹 신체 일부를 지니면 돈과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문 사냥꾼들이 돌아다니며 하얀 피부 인간을 납치해 주술사에게 팔아넘겼습니다. 주술사는 주술의식 후 시체를 잘라 팔았습니다.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숨겨 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저주는 계속됩니다. 아이는 피부뿐 아니라 털까지 하얀색이었는데 눈동자마저 하얗게 변하더니 시력이 나빠졌습니다. 글을 읽기 힘들게 되자 여러 악기들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 2일부터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9.8%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총 조합원 5만 6091명 중 4만 5892명이 투표(투표율 81.82%)했고, 이중 4만 1191명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노동쟁의조정 기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정부-노조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오전 7시부터 파업이 시작된다. “더 이상 참고 버틸 수 없어 피눈물을 머금고 9월 2일 파업을 예고했다”는 노조 측의 ‘호소’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 자금까지 파업에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국민들이었음에도 조합원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의 노고를..
가짜뉴스에 대한 손해배상 강화를 골간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는 8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에는 언론의 고의 중과실의 사례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유발, 충분한 검증절차 없는 복제·인용 보도, 내용과 무관한 제목·시각자료 사용 등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해왔듯이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한 사업체가 하루아침에 파산할 수도 있고, 한 집안이 ‘무간지옥’으로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