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코로나19와 함께 장마가 50여일이나 계속되고 있다. 지금 남·북한 할 것 없이 한반도 전체가 먹구름에 덮여 있다. 삼복중에 한줌의 햇살이 이렇게 그리워지는 건 처음이다. 수해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7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상지역은 경기도 안성, 강원도 철원, 충북 충주·제천·음성군, 충남 천안·아산 등 7곳이다. 각 지역에서도 재난지역 선포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도 신속히 피해 조사를 실시해, '특별재난지역'을 추가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 장기간 폭우까지 미증유(未曾有)의 재난이 겹치고 있는 지금 국민들은 불안하고 우울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도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로운 이야..
중국 헌법 제9조와 10조는 토지의 국가 소유를 명시하고 있다. 9조는 “광산, 하천, 삼림, 야산, 초원, 황무지, 갯벌 등 자연자원은 모두 국가 소유다”라고 못 박고 있다. 이어지는 10조 역시 “도시의 토지는 국가 소유다”라고 적시하고,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침범하거나 매매, 어떤 방식으로든 전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국가 소유’ 토지 위에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 특급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중 그 누구도 중국 헌법의 ‘토지공개념’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사용기한이 만료되더라도 개인이 수십 년간 살던 아파트를 정부가 회수해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는 음속(마하) 5이상의 속도를 가진 것으로 현재의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어려워 차세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미군의 대표적인 순항(크루즈)미사일인 토마호크는 마하1 이하라 요격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경우는 마하 20 이상의 속도를 갖고 있지만 비행궤적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어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극초음속 무기는 지구반대편이라도 1시간 안팎에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른데다 고도와 방향이 불규칙해 요격이 그만큼 어렵다. 서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파괴하는 대규모 핵전쟁이 아닌 한 미래의 전쟁은 속도와 정밀도를 가진 극초음속..
지금 우리 한국과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 본부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소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매일 발표한다. 이 바이러스는 기도를 통해 기관지와 폐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열이 나면서 심한 통증을 가져온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과 코를 막아 원천적으로 출입구를 막아야 하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음성이지만 언제 변형되어 비말로 전파될지 모르기 때문에 소모임이나 외식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단절 상태가 되어 서로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사회로 변하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 이웃의 왕래가 막혀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다. 오직..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상작의 표절시비에 관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올해 1월 양영희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일본 NHK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의 9분40초를 홍형숙 감독의 ‘본명선언’(1998)에서 무단 도용했다는 문제제기를 한지 6개월 만이다. 지난 7월 24일 부산영화제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입장문은 크게 네 가지 내용이다. 1998년 당시 ‘본명선언’이 부산영화제 운파상을 수상할 당시의 경과와 홍형숙 감독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인정, 수상 철회 여부, 양영희 감독에 대한 사과, 그리고 지난 2월 7일 열린 비교상영회(주최 김명화 양영희)에서 홍형숙 감독의 동의 없이 ‘본명선언’을 제공한 것에 대한 사과 등이다. ‘본명선언’ 논란은 지난 1998년, 부산영화제의 기록영화 부문인 운파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재일교포 다큐멘타리 감독 양영희가 ‘본명선언’은 주제가 자신이 만든 ‘흔들리는 마음’과 유사하며, 장면 중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등의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용을 넘어 ‘표절’ 문제로 번졌다. 두 작품을 살펴 본 모 언론사에서도 ‘표절’로 결론짓고, 영화제 측의 시상 철회와 재발방지를 위한 다짐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오히려 ‘표절’을 부정하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영화제 측의 편을 들어줄 평론가나 교수들을 앞세워 ‘주제는 비슷하지만 표절은 아니다’라는 여론을 만들었다. 이 일을 주도한 인물은 이용관 부집행위원장(당시)이었다. 이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매듭을 짓지 못한 것은 양영희 감독의 신분이 조총련계라 출입국이 제한되어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던 탓에 자료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 1월, 양영희 감독이 다시 문제제기를 하면서 비교상영회까지 열었다. 세월이 흐른 탓인지 양영희 감독의 입장에 동조하는 영화인들도 나왔다. 일부 영화인 중에서는 양 감독의 예전 주장을 외면한 것에 대한 반성과 양심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부산영화제 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아쉬운 것은, 영화제 측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사태를 규명하기보다는 마지못해 끌려가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양영희 감독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홍형숙 감독도 배려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선정을 철회하지 않은 채 명확한 결론은 미루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택시운전사’도 비슷하다. 5.18 광주사태를 처음 보도한 독일기자 위르겐 핀츠히터를 태우고 현지에 잠입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전국적으로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붐을 일으켰다. 정치에 대해선 도무지 관심이 없던 택시운전사가 현장을 목격하면서 새롭게 자각한다는 구성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만 해도 김사복의 존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직업이 택시운전사이며 독일 기자를 태우고 현지에 잠입했다는 이야기만 떠돌 정도였다. 때문에 영화의 구성은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각색되었다.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었다거나 광주 험지까지 가게되는 중요한 이유를 제공하는 월세 사정 같은 것이다. 반전이 생겼다. 김사복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그의 아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사복씨는 1986년에 사망했으며, 직업도 일반 택시기사가 아니라 호텔에 소속된 ‘택시사업자’였다. 외국어도 영어, 일본어에 능통했고, 민주화 인사들과도 광주에 가기 이전부터 교분이 있었다. 영화속 김사복과 실존인물 김사복은 여러 가지로 다른 모습이다. 사실에 기초했다던 영화 구성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영화사 측이나 감독의 해명, 사과가 한마디 없다.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주는 대로 보기만 하면 그만인가? 아니면 말고 인가?
세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명단에 한국은 삼성전자 단 1곳만이 올랐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LG화학·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사의 기업가치가 미국의 15분의 1,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ICT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외국기업에만 놀이터를 깔아준 꼴이어서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년간 주요국 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시총 기준 톱100 ICT 기업 명단에서 한국의 위상은 초라했다.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등 57개사의 글로벌 스타기업을 보유한 미국이었다. 이어서 중국은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 11개사, 유럽..
지난 8월 1일부터 인천과 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운항횟수가 1일 2회로 늘어났다. 이전에는 하루 1회 왕복에 그쳐 연평도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육지에서 1박, 또는 2박한 뒤 돌아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연평도 항구 부두시설이 열악, 물때에 맞춰 배가 다니느라 출항 시각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배편을 늘리면서 여객선이 항상 접안할 수 있는 준설 공사를 진행해 정시 운항이 가능해졌다. 연평도가 1일 생활권역이 됐다는 얘기다. 인천~연평 항로는 올해 2월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여객선 준공영제 사업자 공모’에 선정됐다. 여객선 준공영제는 도서지역 주민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선사의 운항 비용을 국비로 보조하는 사업이다. 민간사업자가 자기소유 선박을 투입해 운영하는 항로 중 1일 생활권이 구축되지 않은 항로와 2년 연속 적자인 항로를..
현대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의 대표 업적은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구성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지 100년이 넘었다. 이제 아인슈타인과 상대성 이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성 이론은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 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더 발전 된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1905년 발표한데 반해 일반 상대성 이론은 10년이 지난 1915년에 발표했다. 보다 더 발전된 이론은 10년이나 일찍 발표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통제되는..
국회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곳일까?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행정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17세기의 철학자 존 로크는 권력이란 무서운 존재이기에 쪼개야 한다고 역사상 처음으로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몽테스퀴에도 권력분산을 말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몽테스퀴에의 경우는 권력의 속성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절대 왕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나눠, 왕정을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하나씩 던져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권력분산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크와는 다른 이유에서 권력 분산을 주장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17세기부터 권력의 위험한 속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분립 노력은 지속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분립을 통한 권력..
수년 전 일본어 공부한다고, 한동안 일본 영화며 드라마를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다. 그중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다뤄지기 힘들법한 그리고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라이어 게임(Liar Game, 2007년)’이라는 만화 원작의 드라마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흥미로웠던 이 작품은, 두 개의 시즌과 스핀오프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까지 제작되었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2014년,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동명의 드라마가 tvN에서 방영되었다. 여태껏 경험상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결과물들은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과거 ‘하얀 거탑(2007년)’과 같은 완성도 있는 작품도 있었고,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지라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니 다른 부분은 차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