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다 만 하얀 눈을 제친 동백꽃 골짜기 시린 해풍(海風)에 시달려도 눈이 부실 듯 불이 붙은 다홍 花여! 누구를 그리워하여 못 기다린 채 깊은 삼동(三冬)에 피었는가. 시인소개: ‘한울문학’으로 등단 한국한울문학문인협회 충청지회 부지회장 한국문인협회, 호서문학회 회원 충남도청 재직
어머니 눈초리는 으레 햇살 고사리 손 끝에 몽당연필 진하디진하게 침 발라 콧등 저리도록 꼭꼭 눌러 도표를 그려가는 개구쟁이 칸 밖 손등에서 번개같은 선생님 회초리 웃고 있다 아버지 눈초린 울뽕가지 레일처럼 곧은 회초릴 키우고 훈령이라는 멍 밭에 아린 장단 오감은 하늘에서 춤추며 흔쾌히 국가를 부른다 방종에 시달리는 가치여 회초리는 自由의 성숙 法 나는 詩라는 회초리를 든다 시인 소개: 1944녀 화성 태안면 능리 출생. 월간 <시사문단> 등단,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빈여백 동인, 수원기능학원장, 경기이미용협회장, 한국직능단체총연합회 선정 신지식인.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시인소개: 정성수 1945년 11월 3일 서울 출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문화정책위원, 한국녹색시인회 회장 1965년 시문학 시 ‘나의 깃발처럼’ 데뷔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시인소개: 정성수 1945년 11월 3일 서울 출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문화정책위원, 한국녹색시인회 회장 1965년 시문학 시 ‘나의 깃발처럼’ 데뷔
거문도에는 파도를 건너오는 싱싱한 햇살과 바람만이 문안드리는 고운 여인이 숨어 있어라 맑은 해초 바람에 매무새 고치며 정월 대보름 그 넉넉한 달빛 가슴에 안기고 싶어 숨막히도록 숨막히도록 수줍은 얼굴로 이 아침 해변에 고개 내민 연분홍 동백 시인소개: 김포 출생, 한국 방송 통신대학 국문과 졸업, 1990년 문단 데뷔,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 문인협회 회원 주요 저서: 시집 <그리움을 끌고 가는 수레>, 시집 <바다로 침몰하는 여자>, 시집 <따스한 날의 아침> 등
떨구는 아픔을 기쁨으로 생각할래 전신주 같은 기둥을 흙에 뭍어 흔들리지 않는 眞理 나머지 하나를 버리기까지 참을 인(忍)자 석자 입술을 꽈악 깨물고 새 날의 그것을 기대할래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울지 않을래 고통의 탄생을 위해 초록의 역사를 위해 그날 하루를 꼬박 새워서라도 새 날의 그것을 기대할래 그리하여 떨구는 아픔을 기쁨으로 생각할래 시인소개: 1962년 서울 출생. 서해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시집 <사랑아, 너를 부른다>, 화성시 문인협회 회원, 경기도 문인협회 문학공로상 수상, 21세기 스피치 아카데미원장, 한국 학원총연합회 경기도 지회 웅변분과위원장.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 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시인소개: 춘천교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한국시인협회 회원 주요 저서: 시집 <거울 보기>, <꽃의 결별>, 수필집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 등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인소개: 1926년 11월 5일 경북 안동 출생.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성탄제’ 데뷔. 2007년 제8회 청마문학상, 2005년 제2회 이육사 시 문학상 수상. 현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
평창 계촌 산골에 펜션 지어놓고 장사하는 환갑의 사내는 한때 종로 1번지에서 등기이사까지 했던 사람이다. 항상 골잡이로 살았는데 호적나이가 은퇴 나이였다. 곁길 모르고 모은 재산으로 공기 좋다는 육백고지에 터를 잡았지만 사업은 하는 둥 마는 둥 잡초가 무성하다. 해발 오십미터에서 잔뼈가 굵은 뼈 된 사람이 산신령 되기가 그리 쉬운가? 잡초들 이름 외우다 이태 보냈다며 쓸쓸히 던지는 말이 솔직하다. “돈도 벌어 봤고 해볼 거 다 해봤는데 인생 뭔지 모르것어” 시인소개: 이천 출생.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 현재 강원도 문막에서 ‘행복한 인테리어’ 운영. 시집 : ‘도배일기’
작은 아이가 자다 빠져 나온 잠자리 거푸집처럼 부푼 이불이 애벌레의 동공으로 고개를 쳐든다 간 밤 아이가 만들어 놓은 웅크린 흔적들 뻣뻣하게 굳은 석고붕대 같은 고치의 무게만큼이나 그 속에서 떨었을, 아이의 잠이 실타래를 펼치며 올올이 흩날린다 오래지 않아 산다는 게 거추장스러운 옷 한 겹을 벗어던지는 것처럼 밤낮으로 잠의 나이테를 갈아입는 거라고 아이는 잠에서 깨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게도 휴화산같은 잠들이 우물 속에서 인 파문으로 너울너울 보드라운 잠자리를 하나 짓는다 잠이 잠을 자면서 나이를 먹는다. 시인소개: 평택 출생. 단국대학교 국문학과,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