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위에서 내려와 펼쳐지는 놀라운 선물 혼돈의 구름을 뚫고 놀랍게 빛살이 들어온다 머릿속에 창세기가 시작된다 물과 하늘이 갈라지며 기화요초가 대지에 가득하다 생명이 피덕이며 세상을 채운다 끊이없이 새롭게 지평이 열린다 자유가 시도하는 실험실이다 허락한 만큼 갖는 자유 시간 공간 소유 모두 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언제인가 모르게 깊이 심어져 속에서 자라 넘쳐 솟아낸다 빛나는 손으로 우주를 빚어간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울려 퍼져 속에서 올라온다 평이한 비밀 일상의 기적이지 우화가 그린 시와 그림과 음악이지 시인소개: 내과전문의, 의학박사, 인제대학교 총장, 인제대학 명예의료원장.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빛과 소리를 넘어서>, <햇빛 유난한 날에>, <청진기와 망원경>, <순간의 창>, <바람의 지도>.
내가 그 여자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고 어젯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소리없이 웃었던가요 쓸쓸한 일이지요 처자 있는 사람이 젊은 여인과 친구가 되어 연인이 되어 그 시절을 견디었지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던 때였던가요 참담한 고통과 지극한 기쁨이 따가운 햇살과 서늘한 그늘처럼 함께했지요 불같이 뜨겁고 얼음처럼 차가웠던가요 가을은 가고 또 오는데 귀 밑에 늘어난 흰빛과 먼 하늘 바라보는 그림자 데리고 아직껏 길 위에 서 있네요 시인 소개:1956년 6월 4일 전남 나주 출생, 나해철성형외과의원 원장, 오월시 동인,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영산포’ 등단, 주요 저서, 시집 <무등에 올라>, 시집 <동해일기>, 시집 <그대를 부르는 순간 꽃이 되는>, 시집 <아름다운 손>, 시집 <긴 사랑>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시인소개: 1942년 5월 2일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버클리대학교 방문교수, 1968년 시 ‘잠 깨는 추상’ 데뷔, 은관문화훈장, 제4회 김삿갓문학상 수상
하늘로 가는 길목에 외줄 하나 걸어놓고 합죽선 펴들고서 쭈그리고 앉은 광대 은유를 애써 외면한 속 갈피를 들춰 보면. 시름의 보자기에 담긴 사랑 가늠을 못해 을씨년스런 텍사스는 황당하고 두렵더니. 말씀의 향낭을 풀어 기름지게 하고 있다. 시인소개: 현대시조 제3회 신인상 당선 등단(‘88),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여성문학회 회원, 경인시조시인협회 고문, 끼리창작동인회 회장 저서 : ‘광대의 춤’, ‘세상구경’ ‘외눈으로 본 세상’ 제1회 경인시조문학 대상 수상
눈이 옵니다 펄펄 재미있게 탐스러운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한참 후 싸락눈이 솔솔솔 뿌려집니다 사르륵사르륵 사락사락 소리가 납니다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입니다 삽사리도 좋아서 펄펄 뛰어 다니며 눈을 핥아 봅니다 눈 장난을 하자고 달려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시인소개: 한국문인협회회원.수필문학추천작가회 회원.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경기수필문학회회원 경기여류문학회회원.
핼쑥한 낮 빛으로 한겨울을 견뎌내고 안으로는 삭혀낸 불덩이를 다스리며 연 분홍 치마 날리는 꿈을 심은 우리부부 망가짐을 알면서도 털어 낼 수 없는 마음 주어진 답안지에 머리를 맞대고서 내 마음 훔치고 초치네, 은근슬적 몹시 밉다 시인소개: 서울 출생. 현대시조 신인상 당선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한국여성시조문학회 간사, 경인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끼리창작동인회 총무 2001년 제1회 정운엽시조문학상 수상 시집 :‘구름이 머무는 나무로 서서’‘어떤 동행’
요란케 아주 요란케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 온 몸을 휘감고서 전율하며 몸부림친다. 빗방울 세차게 굴러 고함치며 울어 댄다. 시인 소개 : 정기명 경기 이천 출생, 중대 문창과 졸업 ‘문예사조’ 신인상, ‘현대시조’ 신인상 등단 국제 펜클럽, 한국문협, 한국시인협 회원 여주 한국수필가협회 회장, 문협 여주지부 부회장 한국예총 여주지부 이사 여주 교육대상, 향토상 수상, 교육부 장광 표창 수상 홍천중학교 교감으로 정년 퇴임 시집 : ‘여강의 돛을 달고’, ‘출항일기’ 문집 : ‘화원에서 피운 꽃’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속이 시원하다 파도가 밀려오면 가슴으로 들이킨다 저 어선 뱃고동 소리까지 다 묻히는 겨울 바다 훨훨 나는 갈매기 한 쌍 넓은 품에 안겨 있다 나도 따라 날아 볼까 수중 여행을 떠나 볼까 차가운 바닷바람을 타고 신선이나 될까나 ※ 시인소개 : 이 현 주 경기 평택 송탄 출생. 중앙대 신방과 졸업.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 : ‘춘산을 오르며’ 산문집 : ‘앞만 보고 걷다가 뒤돌아보는 인생’
나비떼 하얀 마음 날아간다 하늘하늘 심장을 열어두고 그리움 촛불로 켜 안으로 뜨거운 사랑 꽃잎으로 편지 쓴다. 시인소개: 전남 고흥 출생. 1992년 시조문학 천료. 1997년 조선문학 신인상 시 당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경인시조시인협 회, 달가람시조문학회 회원. 시조집 : ‘잃어버린 계절’, ‘가을산’, ‘청학동’
단 하루 살다 가는 이 짧은 귀천 앞에 한두 번 혼절하며 부활을 꿈꾸다가 마침내 나부끼면서 정을 빚고 뜨는 인생. 시인소개: 시조문학 천료, 국제펜클럽, 한국문협,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경인시조시인협회 고문, 시집 ‘세월의 江을 건너며’ 외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