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한 가지 생각도 하는 것이 없다.’ 바로 이 귀절에서 자신의 깨달음이 깊지 않음을 자각하고 스스로 정진에 힘썼다. 그러던 중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봄, 그의 고향인 평안도 맹산에서 보림에 힘썼다. 한암은 늘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덩어리를 안고 있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을 끌고다녔고 그 괴로움 속에서 화두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참구하였다. 어느 날 부엌에 홀로 앉아 불을 피우던 한암은 홀연히 마음 속의 미진한 부분을 말끔하게 씻어내게 되었고 마침내 오도송을 읊었다. 아궁이에 불을 붙이다가 / 별안간 눈이 밝아오니 / 이걸 쫓아 옛 길이 인연따라 분명하네 / 누가 나에게 서래의(西來意)를 묻는다면 / 바위 아래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 젖지 않았다 하리라 한암의 나이 서른다섯이 되던 해 겨울의 일이었다. 나라는 일제에 빼앗겼지만 그는 깨달음의 빛을 얻었다. 덕분에 일제 치하에서도 우리나라 불교를 횃불처럼 높이 쳐들 수가 있었다. 말년을 오대산에서 보내던 한암의 속세 인연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마침 육이오가 발발하여 대중들은 더이상 절에 머물 수가 없었다. 한암은 대중들에게 각자 피난할 것을 지시하고 자신은 시자 한 명
이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부딪쳐보는 기막힌 수수께끼다. 일생을 바쳐 이 수수께끼를 풀어봐도 잘 풀리지 않는 참으로 교묘하게 정제된 일급 수수께끼이다. 이 일이 바로 어린 한암을 불문에 귀의케 한 직접적인 인연을 일으켰다. 유학을 공부하던 그는 모든 걸 정리해버리고 금강산 장안사로 나아가 수도승으로 변신했다. 어느 날 그는 보조(普照)의 수심결(修心訣)을 읽다가 ‘만일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자성(自性) 밖에 법이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려고 한다면 몸을 태우고 살갗을 불로 지지는 고행을 하고 팔만대장경을 아무리 독송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모래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는 귀절에 이르러 갑자기 추위가 엄습하는 듯한 극한 상황에 빠져들어 온 몸이 서늘하게 얼어붙는 듯했다. 그때였다. 밖에서 스님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간밤에 장안사 해운암에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었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암의 선기(禪機)가 불쑥 일어나 언제라도 터질 듯이 익어버렸다. 한암은 그 후 경북의 성주 청암사에서 당대 제1승인 경허(鏡虛)를 만나게 되었다. 한암은 기쁜 마음으로 설법을 청하였고 경허도 한암의 인품을
담백한 흥정으로 버무린 반찬시장 ‘명성’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까 재래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상인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까 재래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상인들의 표정은 밝습니다”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자리 잡고 있는 서수원권의 유일한 재래시장 ‘화서시장’. 1만3천㎡의 화서시장에는 하루 3천여명의 손님들이 드나들고 점포는 약 150여개, 상주하고 있는 상인들의 수도 300여명에 이른다. 1980년대 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가져다 팔면서 시장이 형성돼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 화서시장의 시초다. 우리의 식탁에 주로 오르는 채소와 과일, 김치, 멸치볶음 등 각종 밑반찬 가게와 이것 저것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늘 활기찬 화서시장은 수원에서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래시장하면 시장 상인들의 풍경, 점포와 점포사이 이웃의 정, 상인들과 물건을 사는 손님들의 실랑이 등 진풍경이 떠오른다. “아줌마, 오늘 고등어 물 좋아요. 한마리 들고 가셔요”“아 조금 더주세요. 하나 더 주셔도
범어사에서 하안거를 마친 후 통도사 백운암에 이르러 쉬던 중 새벽 종소리를 듣고 마침내 그 공안도 타파하였다. 참으로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느낀 만공은 다시 경허의 시험을 받았다. 만공은 그 후 서른네 살이 되어서야 경허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가를 받았다. 경허는 전법게를 내렸다. 구름에 잠긴 달 / 계곡의 산이 모두 같음은 / 그대의 큰 가풍이네 / 글자 없는 도장을 / 은근히 그대에게 맡기니 / 일단의 기틀이 활안(活眼) 중에 있네. 이 때 경허는 이때까지 월면(月面)이라는 법명으로 불리던 그에게 만공이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십 년이 지나서야 이룬 오도였다. 전법게의 첫 행이 그 십 년의 그림자를 담고 있다. 1946년 10월 20일, 양력으론 11월 말에 만공은 그가 거처하는 정혜사의 전월사라는 초가로 시자를 불렀다. “내가 오늘 가야겠다.” 만공은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만공과 거울 앞의 만공이 잠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만공은 조용히 그가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다비가 있던 날 백학의 무리가 온종일 배회하였다고 한다. 세수 75세, 법랍 62
2007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4·고양시청) 등 역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재개한다. 대한역도연맹은 17일 “남자 대표 12명과 여자 대표 7명 모두 19명이 오늘 오후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대표팀 훈련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장미란은 일단 이날 입촌한 뒤 18일 울산에서 열릴 2007-2008 프로농구 개막전에 시구자로 참가, 하루 늦게 대표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미란은 지난 달 말 태국에서 열린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15일 만에 다시 전국체전에 잇따라 출전하느라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다. 장미란은 이에 따라 11월 초 역도 대표팀이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할 계획이다. 오승우 여자 역도 대표팀 감독은 “장미란이 그동안 힘을 많이 쏟아 부었기 때문에 선수촌에서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해외 전훈 기간에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역도 대표팀은 전지훈련 예정지인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정예 멤버(올림픽 쿼터 기준)를 구성, 파견할 계획이다./연합뉴스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 기대 종목인 양궁이 대표 선발 방식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대한양궁협회는 17일 베이징올림픽 대표 선발 기간을 대폭 줄여 1∼3차 선발전을 22일부터 한 달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이달 27일까지 예천 진호 국제양궁장에서 남녀 궁사 250여명을 대상으로 1차 선발전을 치러 남녀 32명씩 64명을 골라낸다. 곧이어 2차 선발전에서 남녀 32명을 추리고, 내달 22일까지 3차 선발전에서 남녀 대표 16명을 뽑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2003년 10월부터 다음해 4월20일까지 대표를 뽑았던 ‘6개월 대장정’을 포기하고 한 달 안에 대표를 선발한 뒤 일찌감치 올림픽 준비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양궁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도입된 토너먼트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리그와 토너먼트 등 다양한 테스트가 포함된 장기 선발레이스를 거쳐 김경욱(1996년), 윤미진(2000년), 박성현(2004년)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내년 올림픽에서는 개인·단체전 화살 수가 줄고 화살 한발을 쏘기 위한 시간도 40초에서 30초로 단축되는 등 이변 가능성이 더욱 커진 만큼 국제대회 경
해가 더할수록 농익은 플레이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형택(세계랭킹 44위·삼성증권)이 내년 목표로 베이징올림픽 무대를 자력으로 밟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이형택은 16일 서울 장충코트에서 열린 아디다스 테니스 클리닉 행사에 참석, “올림픽이 매년 열리는 대회가 아닌 만큼 남다르다. 내년 올림픽 단식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올림픽 남녀 단식은 각각 64강전으로 치러진다. 남녀 세계 랭킹 48위에 드는 선수는 자동으로 참가하고 대륙별 와일드 카드 등으로 16명이 추가된다. 이형택이 현 랭킹을 내년 7~8월까지 지켜간다면 무난히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이형택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아시아 와일드 카드로 3회 연속 단식과 복식에 출전했다. 다시 말해 수준급 랭킹을 유지해 자력으로 본선 티켓을 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세계 36위까지 오른 이후 40위권에 머물며 내년에는 온전히 랭킹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래서 베이징올림픽은 이형택에게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형택은 “48위 안에 들더라도 한 국가에 두 명 이상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기
범아시아권투연맹(PABA·회장 심양섭)에 이어 한국권투위원회(KBC·회장 박상권)도 내년부터 솜이 덜 들어간 6온스 글러브를 도입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보영 KBC 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지난 12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PABA 총회에서 “한국도 내년부터 슈퍼플라이급(52.16㎏) 이하 네 체급 경기에서 8온스(226g)와 6온스(170g) 글러브를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8온스 글러브만 껴왔다. 한 부회장은 이에 대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6온스 글러브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앞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규정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논타이틀 매치에 한해 미니멈급, 라이트플라이급, 플라이급, 슈퍼플라이급 네 체급 6, 8회전 경기에서 당사자 합의를 거쳐 6온스 글러브를 끼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웰터급(66.68㎏)까지는 8온스, 슈퍼웰터급(69.85㎏) 이상은 10온스(283g)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랐지만 KO 승부가 적어 관중들이 복싱을 외면하고 있는 만큼 경량급 경기에서 솜이 덜 들어간 6온스 글러브를 끼워보겠다는 뜻이다. 태
프로야구에서 시작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바람이 농구장에서도 불게 될까. 18일 ‘2007-2008 SK텔레콤 T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 마케팅 부문도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 SK의 ‘별명 유니폼’과 창원 LG의 ‘농구장 생맥주 판매’ 카드다. 10일 ‘Mr.빅뱅’(방성윤) 등 별명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시범경기를 치른 SK는 18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서도 홈경기 일부에서 별명 유니폼을 입을 작정이다. SK는 또 장내 질서 정리요원의 검은 양복을 다양한 색상의 유니폼으로 바꾸고 코트 주변 좌석을 늘이는가 하면 20일 개막경기 시구를 수영 선수 박태환(18·경기고)에게 맡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프로야구에 이어 농구에서도 SK가 스포테인먼트 바람을 주도하는 셈이다. 삼성은 올해가 ‘농구단 3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 시즌 도중 이상민 등 선수들에게 삼성전자 시절 유니폼을 입히거나 추억의 올스타를 코트로 불러올 생각이다. 이들이 시각 효과에 주력한다면 창원 LG는 미각에 신경을 쓰고 있다. LG는 올 시즌 체육관 안에서 생맥주를 팔기로 창원시와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체육관 내 매점이 야구장처럼 맥주
“우리가 개발한 교통관제시스템을 설치한 후 교통사고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첨단무인교통단속시스템 등 교통관제시스템 분야와 산업용 CCTV 등 무인감시카메라 분야의 선두업체인 (주)토페스의 임철규(54) 대표이사가 느끼는 기업경영 매력 포인트다. 임 대표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찾아간 (주)토페스(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 294) 사옥의 분위기는 조용한 연구소처럼 보였다. 2층 그의 방에는 요즘 보기 드문 LP판과 진공관 앰프 그리고 색다른 턴테이블이 책상 맞은편에 놓여 있었다. 임 대표는 “취미로 LP판을 모으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며 “이 진공 앰프와 턴테이블 등 오디오시스템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라며 “틈틈이 LP판을 듣고 있다”고 했다. 차를 한잔 마신 후 이해를 돕기 위해 회사의 제품을 먼저 소개해 주겠다며 개발실과 연구실, 생산라인 등을 안내해 주면서 다양한 제품의 기능 등을 소개해 주었다. 첨단기술에 생경한 기자를 위해 브리핑 룸에서 10 여 분간 자사 홍보영상물도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였다. 세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