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전면허증 시대가 시작된다. 스마트폰에 능숙한 세대는 적극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는 또 하나의 불편한 장치가 생긴 것이다. 옛 것과 새 것이 함께하다 결국 새 것이 대세를 이루는 것이 세상 이치니 적응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아무튼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폰으로 운전 자격 유무와 신원확인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이를위해 경찰청은 2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신 3사는 운전면허증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 내부 안전 영역에만 저장해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분산원장을 활용해 암호화된 최소한의 데이터만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개인정보유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약관에 의해 개인정보를 기업에 위탁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자가 직접 개인정보 제공 시점과 상황을 선택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기반은 패스(PASS)라는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이다. 통신 3사는 이 앱을 기틀로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패스’에는 2천5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어 서비스를 빠르게 배포할 수 있고 응용프로그램
여기 고집스러움이 엿보이는, 나이 지긋한 한 남자가 쓸데없이 큰 책상 앞에 앉아 있고 그 앞으로는 여러 동물들이 나란히 정렬해 있다. 맨 왼쪽엔 언제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새 한 마리가 단정히 앉아 있다. 그다음은 원숭이, 나무타기 명수인 그의 공인실력을 넘볼 동물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펭귄은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날개를 달고 잘 걷지도 못하는 둔재 같지만 물속에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극한기후를 두려워하지 않는 늠름한 녀석이다. 코끼리의 재능은 어떤 것일까? 어느 유아에게 물어봐도 이 설명보다 훨씬 더 좋은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는 여기에서도 수조 안에 들어 있지만 아무도 왜 밖으로 나오지 않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그들 중에 사람도 있었다면 수조에서 나와야 공정하다고 주장했겠지?). 거구를 웅크린 바다표범은 매우 둔한 것 같지만 물에만 들어가면 무서운 힘으로 헤엄칠 수 있다. 맨 끝에는 우리의 반려동물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엉뚱한 일을 시키진 않겠지?’ 생각하며 인간을 신뢰하고 안심하는 표정이다. 동물들 뒤에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남자는 여러 동물들을 일부러 그 나무 앞으로 불렀다.
역대 정권마다 잘못된 형사사법체계의 구조를 바로잡고자하는 시도는 반복돼 왔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의 이해관계로 접점을 찾지 못해 아직까지 어떠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한이 경찰과 검찰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해 사법 체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돼있다. 한국도 형식적으로는 수사-기소-재판으로 단계를 나눠 각각 경찰-검찰-법원에 분산시켰다. 하지만 검찰이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독점, 독점적 영장청구권 등 수사와 기소 모두에 대해 막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 수사는 경찰에서 기소는 검찰에서 담당하게 해서 경찰 수사의 책임성 및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검사 기소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경찰에서 실질적인 대부분의 수사가 이뤄졌음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는 ‘이중조사’의 불편함이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이중조사가 사라지고 복잡한 수사절차도 간소화된다. 형사사건의 97%가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되고 대부분의 사건이 경찰에서 끝이 난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검사만을 수사의 주체로 정하고 있다. 수사
“엄마, 핸드폰 액정이 고장 나서 서비스센터에 있는 PC로 톡 보내요” 필자가 근무하는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피해 신고사례는 ‘메신저 피싱(카톡사기)’에서 범인들이 이용하는 대화방식이다. ‘메신저 피싱’ 범죄는 피해자의 가족 또는 친구 이름과 같은 대화명을 이용해 카톡을 보내온다. 대화명 심지어 프로필 사진까지 똑같이 설정하기 때문에 속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혼 등으로 독립한 자녀가 있는 50대 이상의 장년층에서 주로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2천400건의 사례와 70억 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경찰청도 지난 9월부터 시행하는 3不(국민을 불안, 불신, 불행하게 하는) 사기 단속의 주요 내용에 메신저피싱 범죄를 추가해 집중적 단속에 돌입했다. 범인들은 어떻게 해서 우리 가족과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아낸 걸까? 범인들은 ‘인터넷 계정의 주소록’을 노린다. 메신저 피싱의 경우 피해자보다는 주변 사람의 계정이 해킹됐을 가능성이 높다. 해킹을 통해 주소록에 ‘엄마 010-0000-0000’라는…
제13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11월 29일 김대중 후보는 영하 10도의 여의도 광장에서 연설을 했다. 130만 명의 시민이 여의도 광장과 인근 고수부지를 가득 메웠다. 이에 질세라 12월 2일 노태우 후보, 12월 5일 김영삼 후보도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외신들은 대중 집회에 동원된 사람 수가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지난 주말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도 연출됐다. ‘검찰개혁’을 내걸고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2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반대편에서는 2천여 명이 모여 ‘조국퇴진’을 외쳤다. 한국당은 5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함께 150만 명이 모이는 개천절 ‘조국사퇴’ 집회를 예고했다. SNS에서 ‘좋아요’가 몇 건인지가 정당성과 돈벌이를 담보해주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집회참가자 수가 정당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논리적 정당성을 따지지 않고 그저 주장자가 어느 편인지, 동조자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겉은 멀쩡한데 극악한 죄를 저질러 놓고도 죄책감이 없는 사람을 ‘고장난 마음’의 소유자,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1920년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독일 심리학자 슈나이더는 광신, 자기현시, 의지력 결여, 폭력적 성격 등 10가지를 특징으로 꼽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냉담하다. 또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하는 유일한 범죄자 들이며 인구의 4%가 이런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도 한림대와 경기대 연구진이 전과 있는 강력범 450명을 조사해보니 25%가 사이코패스로 나왔다. 사이코패스의 재범률은 80%에 이르지만 이들을 격리할 대책은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누가 사이코패스인지 도무지 눈치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장 차림의 뱀’이란 별칭도 붙어있다. 1970년대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도 ‘귀공자’로 불릴 만큼 잘생긴 데다 달변이어서 피해자가 많았다. 100여명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번디는 35명 살해만 인정했다.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여성에게 책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둔기로 머리를 때려 납치하는 등 교활한 수법을 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으로
두통 /이서린 이미 저녁, 섬의 한 끝에 닿았지요 짙은 화장의 중년 여자가 시중드는 선창가 횟집, 바다 빛의 술잔에선 비릿한 향이 나고 바람에 덜컹이는 손때 묻은 창 너머 침울한 얼굴의 어부가 지나가더군요 목까지 차 오른 취기, 흩어지는 담배연기 사이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횟집을 나서자 해무처럼 몰려오는 어둠에 우리는 잠시 휘청거렸을 거예요 만조를 이룬 검은 바다, 등대가 있는지 멀리 불빛 깜박이고 돌아온 어선들이 일렬로 정박한 선착장은 곧게 뻗은 돛대들로 장엄하였구요 그 돛대 끝에 매달린 달이 바다에 투신하고 쿨럭이며 뒤척이는 내나로도의 밤을 낡은 생애들이 지나고 있거든요- 시집, ‘저녁의 내부’ 중에서 만조를 이룬 검은 바다를 지나 섬의 한 끝에서, 목까지 취기 오른 눈으로 달을 따라간다. 흔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달빛이고 휘청거리는 건 내 가슴이 아니라 그의 눈빛이다. 오늘 따라 짙은 화장의 선창가 횟집 아낙과 술잔과 손때 묻은 창은 왜 바람이 자신을 흔드는지 모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휘청거려지는 이 마음이 끝 간 데 모르고 날뛴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점점 낡아가는 생애가 계속해서 지나가고 일렬로 정박한 선착장의 곧게 뻗은 돛
내 나이 어언 백 스물둘이다. 오늘 일흔두 살인 내 손자가 죽었다. 그가 누구인가. 천금 같은 내 손자. 그가 내 무릎 위에서 재롱을 떨고, 내 등에 업혀서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이제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슬프다. 슬픔이 앞을 가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모진 놈. 무정한 내 손자 놈. 이 할미를 홀로 두고 하늘나라로 간 내 손자가 너무너무 그립다. 내 품에 안겨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머리에 백발이 와서 앉았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온전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몹쓸 당뇨병까지 덮쳤다. 내 손자는 늘 이 할미 앞에서 병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약 먹으면 낫는다”고 했지만, 비싼 약값을 치를 돈이 없었다. 돈 없는 신세라니. 나도 그를 도울 만큼 부유하지가 않다. 그 위에 나는 그가 죽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현대의학이 어떠한가? 당뇨병 정도는 병도 아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백 스무 살까지 능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내 손자는 현대의술을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들은 걸핏하면 장기를 바꾼다. 심장도 갈아 끼우고 위장도 인공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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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내년 2월까지 특별방역기간을 연장한다고 한다. 걱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에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 명분에는 동감하지만 이를위해 투입된 공직자들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살처분으로 명명되는, 동물학살에 동참한 이들의 후유증이 걱정돼 더욱 그렇다. 사람의 목숨이나 동물의 생명이나, 살아있는 것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비정함은 같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생명을 앗은 후에 ‘여시축생발보리심(如是畜生發菩提心)’을 발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전쟁 후 증후군으로 자살을 하는 많은 참전용사들의 고통도 다르지 않다. ASF와 AI, 구제역을 막기위한 최전선에 서 있는 공직자들의 헌신에 존경과 고마움을 보낸다. 특히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진심을 담은 방역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같은 열정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예고없는 현장 방문에서도 증명됐다. 도는 이 기간동안 ‘심각 단계’에 준하는 최고 수준의 차단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AI 차단 방역을 위해 10억 원을 투입하고 14억 원을 들여 5만 마리 이상 사육 산란계 농가 앞 통제초소를 운영한다. 철새 도래지와 반복적으로 AI가 발생하는 15개 시·군 102개 읍·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