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오늘 유신헌법이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된다. 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하루 전날 실시된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91.8%. 이날 새벽 5시쯤 투표자의 반수를 넘는 찬성표가 나와 유신헌법은 확정됐다. 개표결과 찬성률은 91.5%에 달했다. 정상적 방법으로 재집권이 어려워진 박정희 정권이 남북대화의 명분을 앞세우며 발표했던 유신헌법이 확정됨에 따라 대통령 선출은 간선제로 바뀌면서 군부독재가 시작됐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 1963년 오늘 우리나라에 돌아온다. 1907년 일본에 인질로 잡혀간 지 56년 만이다. 그리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영친왕은 뇌혈전증으로 실어증에 걸려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친왕은 귀국한 뒤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부인 이방자 여사, 아들 이구씨와 함께 여생을 보낸 영친왕은 1970년 일흔세 살을 일기로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고추꽃이 지고 나면 고추 열매가 매달립니다. 가지꽃이 지고 나면 가지 열매가 자랍니다. 오이꽃이 지고 나면 오이 열매가 매달립니다. 상추밭에서 볼일 보시다가 아버지가 들킵니다. 어머니 부지깽이가 온 집안을 들쑤십니다. 봉숭아꽃이 지고 나면 누이의 꿈은 사라집니다. 나팔꽃이 오므라들면 아침도 저녁이 됩니다. 나리꽃은 활짝 피어도 징그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머니 몸 꽃이 붉게 피던 시절에는 아버지도 꽃밭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배춧잎에 배추벌레 일일이 잡아내던 시절도 상추 잎에 벌레길 이리저리 뜯어내던 시절도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것이 싱그러운 입맛이라. 알고 보면 아버지의 아버지 되는 가르침이었으니 배추꽃이 다 지도록 텃밭을 버려두지는 말라. /장종권 이 시 한 편이 텃밭의 성쇠를 한 눈에 보여준다. 싱싱하다. 생명의 연속성이 있고 푸름과 푸름이 연대감을 이뤄 무성해 가는 텃밭의 분주함을 보여준다. 가족사를 잘 보여준다. 한 때 부지깽이는 어머니가 가진 가르침 대이다. 나도 어릴 때 장난꾸러기여서 그 날 사준 고무신을 신고 숲이며 바닷가며 뛰어다니다가 그 날 찢어져서 저녁에 부지깽이를 피해 달아났다가 별 초롱초롱할 때 집으로 그야말로 몰래 숨어 들어간 적이…
열병 든 여자의 입술처럼 바싹 마른 하늘 금가며 쏟아지는 겨울비 진종일 속으로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잿빛 하늘 견디고 있는 눈썹천정 안에 숨은 상처는 저를 드러내는 법이 없다 저는 한 방울 남김없이 부서지지만 도란도란 가난한 창을 덥히는 램프빛 - 시집 ‘봉긋하게 부푼 빵’ /2008 /시와문화 사람들은 추울수록 열병을 앓는다. 가난함이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이 추위가 되는 계절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간에 빗장을 내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때때로 눈(雪)이 아니라 비로 창문을 두드리는 일기(日氣)는 숨은 상처를 안으로만 감싸며 얼어버린 영혼을 깨우는 반가운 노크가 된다. 겨울에는 더러 눈이 아니라 겨울비로 오는 것이 도란도란 가난한 창을 덥혀주는 램프 불빛일지도 모른다. 성큼 다가온 겨울에 작은 햇살에도 이내 녹아버리는 눈이 아니라 잘 마른 드라이플라워에 생수를 머금어 다시 향기를 피우듯 우리의 마음에 수분이 되어주는 겨울비가 그립다. 우리는 추울수록 내 속으로 들어오는 그 누군가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외로운 이에게 겨울비의 쓸쓸함이 때로 따뜻한 램프가 되기도 한다.
2000년 오늘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서구 경서동을 연결하는 영종대교가 개통됐다. 1993년 12월에 착공해 7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위층은 6차선 도로, 아래층은 4차선 도로와 복선철로가 놓인 2층 구조로 돼 있다. 세계 최초로 케이블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의지하지 않고 고정시킨 자정식 현수교은 총 연장 4천420m로, 자정식 현수교로는 가장 길다. 영종대교에 사용된 케이블은 직경 5.1mm짜리 와이어 6천720가닥을 겹쳐 만든 것으로 총중량이 1천300t에 달한다. 수도권의 다른 교통망과 연계돼 항로와 육로 고속화 시대를 이어주고 있다. 2001년 2월에는 육지 쪽 입구에 영종대교 기념관이 건립됐다.
이란에 대한 무기판매로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레이건 미 대통령이 1986년 오늘 마침내 이란에 대한 무기판매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한다. 레이건은 18개월 전 이란에 군 장비 수송을 허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무기판매 스캔들은 미즈 미 법무부장관의 폭로로 더욱 가열됐다. 미즈는 미행정부가 무기판매 수익금을 니카라과의 반정부군인 콘트라반군에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미의회 상하원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공식적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87년 11월 3인 조사위원회는 무기수익금을 콘트라반군 지원에 전용했다는 보고서를 미의회에 제출했다.
새가 나무에 날아와 앉습니다 새의 무게만큼 나무가 휘어집니다 새가 날아갑니다 나무는 새의 무게만큼 일어섭니다 또 다른 새가 날아와 나무에 앉습니다 새의 무게만큼 나무가 휘어집니다 새가 날아갑니다 그러나 새의 무게에 길들여진 나무는 일어설 줄 모릅니다 하늘도 새의 무게만큼 휘어져 일어나지 않습니다 휘어진 하늘로 날아간 새도 나무만큼 휘어져 무겁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존의 아름다운 세상을 이뤄가는 풍경이 잔물결 쳐 온다. 나무와 새로 이처럼 생을 극명하게 드러난 시가 치명적이게도 아름답다. 나도 언젠가는 나무인 누구에게 내려앉던 새 한 마리였을 것이다. 내 무게만큼 휘어졌던 그 누군가 내가 떠나자 다시 제 생의 탄력으로 제자리를 찾았을 테지만 한 번 휘어졌던 가지의 기억은 그대로 굽어진 채 가슴에 있을 것이다. 누가 떠난 흔적 위에 때 되거나 아니면 사시사철 서성거리는 것이 사람의 참다운 모습이다. 이 가을 자신에게 날아왔다가 떠난 새를 기억하는 나무처럼 가을 숲을 오래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발아래 떨어진 나무 잎에 그물맥으로 돋아난 옛 추억을 읽어가면서 가을을 깊게 앓아보는 것도 생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자 우리도 가을 숲으로 가서 가을
桐風驚心壯士苦(동풍경심장사고) 오동잎에 바람 이니 壯士장사의 마음 괴로운데 衰燈絡緯啼寒素(쇠등락위제한소) 희미한 등불에 풀벌레 소리 차가워라 誰看靑簡一編書(수간청간일편서) 그 뉘일까 나의 글을 읽으며 不遣花蟲粉空?(불견화충분공두) 책벌레가 좀먹지 않게 할 사람은 思牽今夜腸應直(사견금야장응직) 온갖 생각에 오늘밤 창자가 곧추서고 雨冷香魂吊書客(우랭향혼적서객) 비 내려 차가운 이 곳, 香魂향혼이 내게 조상 오네 秋墳鬼唱鮑家詩(추분귀창포가시) 가을무덤 속에서 내 넋은 포조의 시를 읊으리니 恨血千年土中碧(한혈천년토중벽) 한스러운 내 피는 무덤 속에서 천년을 푸르리라 - 李賀詩選 /1976 /민음사 /문이재 등 참고 이 시를 읽고 온 몸이 떨려 잠 못 이룬 기억이 있다. <한스러운 내 피는 무덤 속에서 천 년을 푸르리라>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은 언제 다시 보아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본래 당나라 황실의 후손인데 이때는 집안이 몰락하여 시문에 운명을 걸고 주유하던 중 한유의 눈에 들어 장안에까지 진출을 하지만 시인을 질투하는 장안의 세력가들에게 쫓겨 뜻을 펼치지 못하고 스물일곱 나이에 요절하게 된다. 이상은 두목 등의 시인이 직접 영향을 받았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과 명지동 사이의 낙동강 하류를 가로막은 낙동강 하구둑이 1987년 오늘 준공됐다. 2천400m의 낙동강 하구둑 준공식에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참석했다. 낙동강을 댐식으로 가로막은 낙동강 하구둑은 국내 최대 규모이다. 둑 위에 4차선 도로가 만들어져 교통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됐다. 낙동강 하구둑은 인근지역 식수난 해결과 쌀 증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1989년 오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드 클레르크 대통령은 흑인들에게 사용이 금지됐던 공공시설들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소수 백인들의 인종차별 정책으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드 클레르크 대통령은 백인들이 특혜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며 인종차별 정책들을 폐지했다. 이 조치로 백인들만 사용하던 해수욕장도 흑인들에게 개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