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PLO 평화협정 조인 1993년 오늘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PLO, 즉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이 조인된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 그리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PLO측 협상대표인 모하메드 압바스가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PLO 자치를 인정하는 등 평화공존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이날 서명식에는 10여개 나라의 고위 인사 2천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클린턴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이 협정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영화잔치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 오늘 개막됐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500여 명의 국내외 초청인사와 관객 6천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영화제는 같은 달 21일까지 아흐레 동안 31개 나라에서 출품한 171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 해마다 열려 서구 영화에 억눌렸던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세계화에 크게 기여
뜰에 익지 않은 감이 떨어진다 아흔의 아버님은 그걸 주워 들고 멍하니 바라보시며 손을 떨고 계신다 - 조영일 시조집 ‘시간의 무늬’ /2008년/동방기획 가을이면 고향 뜰에서 봄직한 풍경이라고 고개 끄덕이고 미소로 돌아서기에는 가슴을 툭 치는 깊은 울림이 있는 시조(時調)다. 구순(九旬)의 어르신이 주워 든 감 한 알에서 시인은 세월의 무게만큼 다 익지 못한 회환의 떨림을 함께 노래하고 있다. 덜 익은 감을 들고 떨고 계시는 아버지의 손에서 시인도 독자도 함께 떨림을 느끼게 된다. 내 손에 쥐어진 생애의 열매들, 잠잠히 보면 설익은 채 그냥 떨어져 버린 낙과는 아니었을까? 우리가 지내 온 시간을 값으로 계산한다면 얼마만큼 잘 여물어야 할까? 아무리 잘 살아도 잘 산 것 같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떨어지는 감 한 알에도 한 생애를 돌아보게 하는 시인의 노래는 오늘도 분주한 우리를 잠잠히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오래된 경전(經典)처럼 결코 흥분되지 않게 ‘시간의 무늬’를 돌아보게 하는 시편이다. /김윤환 시인
9·11 테러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5분. 아메리칸항공 소속 AA11편이 미국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가운데 북쪽 건물과 충돌한다. 이어서 9시 3분 유나이티드항공의 UA175편이 남쪽 건물을 들이받는다. 9시 40분에는 AA77편이 위싱턴의 국방부 건물과 충돌한다. 9시 50분에는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이 붕괴되고 이어서 10시에 UA93편이 피츠버그 동남쪽에 추락한다. 10시 29분에는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이 여파로 오후 5시 25분에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인 7호 빌딩도 주저앉았다. 세계 경제의 중심부이자 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이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다. 9·11테러는 90여개 나라 사람 수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은 용의자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인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발표 1989년 오늘 노태우 대통령은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발표한다. 1년 전인 1988년의 7·7선언에서 천명한 남북 동반자 관계를 구체화한 제6공화국의 새 통일방안이다. 자주, 평화, 민주 3대 원칙에
살아 생 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 가신다. - 시인축구단 글발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 고영 이 시는 짧지만 징하다. 자신의 탈모가 어머니가 하늘정원을 가꾸시기 때문이라는 발상이 강한 충격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의 상실이 결국 상실이 아니라 자기 어머니를 향한 절차라 말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살아 있다. 결국 백골난망인 어머니를 자신의 아픔 속에서 찾고 일상에서 찾고 있음을…. 우리도 우리가 잊고 있는 어머니를 또 한 번 찾게 하므로 이와 유사한 내 졸시도 실어본다. /김왕노 시인 별수제비 추억의 어머니 누가 저 저무는 하늘가에 모셨을까. 아직은 도처로 뿔뿔이 흩어진 자식들 / 귀가하지 않았는데 밥상 가에 빙 둘러앉아 숟가락 하나씩 / 챙겨 들지 않았는데 어머니 별 수제비 뚝뚝 뜯어 넣으신다. 허기진 자식들, 사연 많은 자식들 다 모여들어 따뜻한 별수제비 한 그릇씩 거뜬히 비우라고 추억의 어머니 저무는 하늘 떡 하니 / 솥으로 걸어 두고 어머니 남은 청춘이니 여생이니 다 반죽해 / 별수제비 쑤신다.
독일군, 런던 집중 폭격 1940년 오늘 나치스 독일 공군이 영국의 수도 런던을 집중 폭격한다. 수천 톤의 포탄이 시가지로 쏟아져 내리면서 런던은 불바다가 되고 유서 깊은 건물들도 불길에 휩싸인다. 히틀러는 독일 지상군으로는 영국 침공이 어렵게 되자 전 공군력을 동원해 대공습을 펼쳤다. 독일 폭격기가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역에 집중공습을 퍼부은 9월 7일에서 9월 30일 사이 매일 500여 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남아공 자치군, 시위대에 발포 1992년 오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자치국인 시스케이. 시스케이 자치국군이 반정부 데모를 벌이던 ANC, 즉 아프리카민족회의 시위대에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이 발포로 24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쳤다. 시스케이는 명목상 흑인들을 위한 독립지역이었지만 실제로는 ANC에 적대적인 지도자가 통치하고 있었다. 만델라 ANC 의장은 유혈진압 현장을 찾아가 조의를 표한 뒤 이 사태가 백인정부와의 민주화협상 재개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공동체 회원국 등 세계 각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충격과 우려를 표시하고 남아공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담벼락 위로 푸른 감들이 매달려 있다 골목은 비틀려 있다 비틀린 골목에서는 판단과 / 구분을 잘해야 한다 한곳만 보며 가면 나오는 길이 지워진다 감들은 한곳만 보면 익는다 떫을 만큼 떫은 후에 붉게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다 감들이 매달려 있다 골목을 지우며 당도한 곧은 햇빛이 푸른 감을 감싸 안는다 판단도 구분도 안 하고 꼭 감싸 안는다 - 박시하 시집 ‘눈사람의 사회’ / 2012년/문예중앙 판단과 구분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마당과 옥상이 반듯한 자신의 집까지는 간신히 도착할지 모르지만 친구에게 가는 길은 못 찾을 겁니다. 친구와 우정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푸른 감을 볼까요. 몸통에서 꼭지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파란, 생겨난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지 못한 채 치욕에 가까운 떫음을 견디는, 그래야만 탐스러운 붉음을 획득하는, 그러기 전에는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나올 길 없는 열매. 햇빛은 그런 열매를 판단도 구분도 안 하고 꼭 감싸 안습니다. 우리들, 비틀린 골목처럼 불안한 판단과 구분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그래서 잘 판단하고 잘 구분해야 하지만, 골목을 지우고 당도한 곧은 햇빛은 푸른 감이 곱게…
‘검은 9월단’ 올림픽 선수촌 테러 1972년 오늘 뮌헨 올림픽을 피로 물들인 ‘검은 9월단’ 사건이 일어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의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의 게릴라들이 이스라엘 선수단의 숙소에 자동소총을 난사하며 침입했다. 역도 코치와 레슬링 코치가 게릴라들의 총탄을 맞고 바로 숨졌다. 이들은 9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억류 중인 200여 명의 검은 9월단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서독 경찰이 비행장에서 구출작전을 폈지만 ‘검은 9월단’ 단원 5명과 경찰 1명, 이스라엘 인질 9명 전원이 현장에서 숨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올림픽대회가 24시간 동안 중단돼 올림픽 사상 최악의 사태로 기록됐다. 마더 테레사 수녀 타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헌신한 테레사 수녀가 1997년 오늘 인도 캘커타에 있는 ‘사랑의 선교회’에서 87살을 일기로 타계했다. 테레사 수녀가 타계하자 전 세계는 인류사에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성녀의 영면을 기원했다. 테레사 수녀의 장례식은 엿새 뒤인 9월 13일 거행되고 유해는 ‘사랑의 선교회’ 구내 묘지에 묻혔다. ▲황성신문 창간(1898) ▲韓,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국교(1963) ▲평양 지하철 개통(
책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어요 나는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고 그저 펼쳐볼 뿐이에요 내 거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일 뿐 나는 어스름한 빛에 얼룩진 짧은 저녁을 좋아하고 책모서리에 닿는 작은 바스락거림을 사랑하지요 예언적인 강풍이 창을 때리는 겨울엔 그 반향으로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지만 나는 벽에 부딪혀 텅 빈 방안을 울리는 메아리의 말과 창밖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식사를 하고 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거처를 순간 속에 마련할 뿐 죽음이 뻔뻔하게 자신의 얼굴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안을 드러내는 밤중엔 여유롭게 횡단하지요, 나는 어둔 책 속에 발을 담그지 않아요 그저 책상에 흐르는 강물 끝에 손을 적실 수 있을 뿐 책상에 넘치는 강물 위로, 검은 눈의 처녀가 걸어 나오는 시각엔 바람의 냄새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속에 얼굴을 묻고 대양을 꿈꾸지요 시인은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강물을 펼쳐서 볼 뿐, 그러다가 간신히 손을 적셔볼 뿐, 발을 담그거나 몸을 모두 담그지는 않는다. 강물과 자신 사이에 다른 존재들이 흘러가게 둔다. 시인의 거처는 ‘예언적인 강풍’이 때리는 창이 있는 ‘텅 빈 방안’이 아
베트남 지도자 호치민 사망 북베트남의 최고 지도자 호치민. 베트남전쟁 한창이던 1969년 오늘 79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호치민은 1911년 21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식민지해방운동을 시작했다. 1945년 태평양전쟁이 끝나자 구엔 왕조의 정권을 탈취한 뒤 베트남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정부 주석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1939년 오늘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스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한다. 이로써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앞서 이틀 전인 9월 1일 독일군 125만 명이 폴란드에 전격 침공했다.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킨 지 2주일도 안 돼 폴란드를 점령하고 영국과 프랑스에게 화평을 제의하지만 두 나라는 이를 거부한다. 이후 1941년의 독일·소련 전쟁과 태평양전쟁의 발발을 거쳐 1945년 8월 원자폭탄 투하와 일본의 항복에 이르기까지 6년 동안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미국, 이라크 미사일 공격 1996년 오늘 미국이 이라크 군사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군은 순양함과 구축함, 그리고 폭격기를 이용해 토마호크 미사일 44발을 45분 동안 발사했다. 이라크군이 사흘 전 이라크 북부 쿠르드반군 거
펄펄 끓인 물 부은 컵라면 위에 젓가락 올려져 있다 손끝에 치인 젓가락 가벼운 용기 뒤집어엎는다 치마 위로 건더기 쏟아진다 국물 맨살 타고 흐른다 샅을 거쳐 허벅지 타고 흐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앞에 오오, 오래된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다니! - 현대시세계 시인선 백미아 시집 ‘물구나무’/북인 /백미아 컵라면을 엎지른 에피소드와 헤어진 연인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고 개인적 기억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어떤 사건에서 불현 듯 떠오르는 어떤 기억은 신비롭다. 그러나 미뤄 짐작할 수는 있으리라.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을 마주했을 때 우리들이 겪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일. 애인으로부터 컵라면 엎지르듯 예기치 않은 이별을 통보받은 기억이 있었거나 아니면 예쁜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애인 앞에서 라면국물이 ‘샅을 거쳐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황당한 일을 겪었는지 모를 일이다. 뜨거움은 뜨거움대로, 갈아입을 옷도 없는 그런 사건은 두고두고 기억된다. 절대 구부러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이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