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에 대한 악성 댓글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피랍자 가족 중 일부에게 협박성 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악성 댓글은 최근 경찰의 전격 수사가 이뤄지며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발신자 표시제한이 가능한 핸드폰 전화 협박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30일 본보 기자가 피랍자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피랍자 가족 중 일부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협박에 가까운 전화나 피랍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랍자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전화 내용은 갖은 욕설과 함께 피랍자들의 아프간 봉사활동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피랍자 가족에게 욕을 한 뒤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피랍자 가족에게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되어 있어 협박이나 욕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 조차 없어 악성 댓글 보다 더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
한 피랍자 가족은 “가뜩이나 피랍자들의 생사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어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붇는 전화로 피랍자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가족이 납치돼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태라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랍자 가족은 “아직도 피랍자들의 미니 홈피에는 갖은 욕설이 가득하다”며 “모 기업에 사용 정지를 요청했지만 일부 소규모 인터넷 싸이트에는 아직도 가족들을 비방하는 글이 난무해 가족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인터넷에 올라있는 악성 댓글이나 협박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더 심한 악성 댓글과 협박 전화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해 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같은 일이 초조하게 석방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인 김모(36)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랍자들이 하루 빨리 석방되기를 원한다”며 “일부 사람들이 악성 댓글이나 협박 전화에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