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귀화한 이슬람인 김사민(42)씨는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 한달을 하루 앞둔 15일 자필로 한글과 ‘우르두어’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더 이상의 희생을 원치 않는다’면서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한국인을 석방하라는 성명서를 발표<본보 3일자 1면>했었다.

김사민(42)씨는 한글이 서툴긴 했지만 탈레반 무장단체에 갇혀있는 나머지 19명의 석방을 위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그는 이날 ‘탈레반 형제들에게...’란 메시지를 통해 “현재 2명의 인질이 석방 됐지만 하루 빨리 나머지 19명의 피랍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줘야 한다”고 썼다.

그는 “미국 정부도 하루 빨리 협상에 적극성을 띄어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인 19명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인들도 한국 국민들처럼 마음 아프고 속상해 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 책임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2002년에 귀화했다”면서 “한국인으로서 잘 살고 있고 이제는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의 ‘한국 외국인 근로자 지원 센터’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고민 상담이나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93년 입국,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다 지난 2002년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정영순(40)씨와 만나 결혼 했다.

김씨는 이번 탈레반 사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결코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살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13일 2명이 풀려나긴 했지만 하루 빨리 남은 19명의 석방 소식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이번 사태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안좋은 인식으로 보게 될까봐 걱정된다”면서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다른 이슬람교 친구들은 길거리 다니기를 두려워한다”고 탈레반 사태 이후 달라진 환경을 설명했다. 또 이번 샘물교회의 아프간 방문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다. 비록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다르지만 그 이전에 하나의 사람이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일이고 피랍자 가족들에게 격려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교를 목적으로는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종교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을 크게 우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