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가장 먼저 풀려났던 김경자(37)·김지나(32)씨는 4일 “아프간 선교활동을 떠나기 전 유서를 쓰고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귀환한 19명과 함께 안양시 샘안양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병원 지하1층 샘누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간에서의 피랍 상황과 심경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에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팀원들이 유서를 써두고 갔다”며 “아프간으로 떠나기 직전 교회에 제출했으며 자율적으로 썼기 때문에 팀원 중 절반 이상이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서를 쓰는 것은 아프간 출국을 앞두고 좀더 의미있는 삶을 살자는 뜻에서 교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쓴 것”이라며 “아프간 팀이 구성되고 난 뒤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유서를 쓰고 선교활동을 떠나느냐는 질문에는 “(유서를 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경자·지나씨 모두 아프간 출국 전 유서를 작성했으며 지나씨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제가 살아온 삶이 감사하는 삶이었다는게 유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샘물교회 관계자는 “팀원 23명 중 팀장 배형규 목사를 제외한 9명이 유서를 써두고 갔으며 교회 사무실 배 목사의 개인 사물함에 보관했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 23명의 선교단원이 납치된 뒤 교회측은 단원들의 유서 작성에 대해 “그런 일 없다”며 부인해왔다. 경자·지나씨는 또 “2~3명이 망을 보는 사이 눈을 뜨고 대화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기도를 했다”며 억류중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지나씨는 또 빈 노트에 피랍생황을 기록했다며 찢어온 피랍일지 한장을 공개했다.
석방 이후 이날 국내 언론을 상대로 처음 기자회견을 한 두 사람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듯 때때로 웃음을 보이는 등 시종 여유있는 모습으로 답변을 이어갔으나 함께 억류됐던 심성민씨의 살해 상황 등을 설명할 때는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