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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김인현 성남아트센터 무대기술부 부장

공연 진행되면 안전에 집중하죠

 

 

 

“무대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공연 종사자뿐 아니라 관객들도 극장의 안전룰(role)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대장치 분야에서 조명과 음향이 정적이라면 무대기술은 동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미 설치된 조명과 음향은 담당자가 다시 바꾸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지만, 무대는 공연이 진행되고 막이 바뀌면 그 모습을 바꾼다.

 

 

때문에 무대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공연이 중단될 수도 있고, 안전사고로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3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김인현(55) 무대기술부 부장은 무대의 ‘안전 우선’을 거듭 강조했다. 아름답고 화려한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배우뿐 아니라 그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은 배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오페라하우스서 13년간 웃고 울고

예술가들이 꼭 서고 싶은 무대 중 하나로 꼽는 서울 예술의전당은 3단계 걸쳐 지금의 복합 문화예술기관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88년 2월 15일 음악당과 서예관을 1차로 개관하고, 1990년 2단계로 미술관과 자료관을, 1993년 국내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인 ‘오페라하우스’는 마지막 3단계에 오픈했다.

김인현 부장이 본격적으로 무대기술 분야에서 종사하게 된 곳이 전당의 오페라하우스였다. 당시 전당 내 시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오페라하우스가 생기면서 인력 파견 근무 형태로 이 곳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현대식 무대시스템을 운영해 본 인력이 없다 보니 오페라하우스로 파견된 일부 근무자들은 개관 전 3개월 간 독일과 유럽 각국 극장을 돌며 외국의 기술을 습득해야 했다.

“당시 국내 업체 중에는 오페라 전용극장을 시공할 능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유럽 내 산업장비와 상용차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독일의 MAN AG(Maschinenfabrik Augsburg-Nurnberg AG)사의 무대제작 엔지니어링들이 극장 시공을 전담했어요. 그렇다 보니 독일 기술의 습득은 필수 코스였죠.”

그는 외국 기술에 의해 처음 도입된 무대기계 시스템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무대장치 디자이너와 의견이 맞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수정하면서 밤을 새웠던 적도 다반사였고, 공연 도중 무대이동 장치에 문제가 생겨 부랴부랴 고쳐 겨우 공연을 끝마쳤던 적도 있었다. 13년 동안 오페라하우스에서 웃고 울었다.

하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무대장치나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존재했다는 것.

“기획자나 무대 배우들 중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현재는 문화적·경제적 수준, 계통에 일하는 종사자들의 레벨 등이 높아지면서 많이 개선됐지만요. 하하”

초창기에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오페라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주연급 배우(교수였다고 한다)가 목이 말랐는 지 목소리가 잘 안나왔는 지 물을 마신 후 무대에다 뱉는 모습을 본 것이다.

“솔직히 무대는 배우에게 있어 자신의 안방과도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스태프들의 배려는 고사하고 자신이 생활하는 무대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몰상식한 거 아니겠습니까. 실망감이 아만저만이 아니였죠.”

그는 2005년 1월 13년 간 일해 온 예술의전당을 떠나 성남아트센터에서 근무하게 된다. 매너리즘(Mannerism)에서 탈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를 만났던 날이 쉬는 날임에도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성실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대는 누군가에게 꿈을 이뤄지게 하는 공간이라고 여깁니다. 이러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겐 소중합니다.”

▲ 비용 들더라도 보다 안정적 무대 시스템 도입 필요

김인현 부장이 외국의 극장을 방문해 보고 느꼈던 점은 무대의 안전 개념이 확실히 세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안전 수칙을 정해 놓고 그 수칙에 합당치 않으면 공연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는 안전 수칙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관객들이 많이 찾는 극장, 공연을 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생기는 공연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선 운영적으로 안정적인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무대장치를 들어 올리는 Counter Weight 시스템을 극장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Winch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라 한다.

C.W 시스템은 중간에 무거운 추를 달아둠으로써 무대장치를 들어올리는 모터의 에너지 효율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상의 문제가 존재한다. Winch 시스템은 추를 제거하는 대신 모터의 에너지 효율이 그만큼 증가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추라는 위험요소는 확실히 제거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온도차에 의한 대류현상 사고도 발생한다. 공연이 시작돼 막이 오르면 객석과 무대 사이의 온도차에 의해 공기의 이동이 생기게 되고, 새로운 무대장치가 이전 무대장치와 바람에 흔들려 겹치면서 찢어지거나 부서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부분은 보다 정밀한 무대 시스템 도입으로 충분히 방지 가능하다고 한다.

소방법 규정상 의무사항으로 돼 있지 않은 극장의 방화막 Safety Curtain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오페라 공연 도중 발생한 예술의전당 화재 사고도 이 방화막이 인명피해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무대라는 곳은 위험성을 많이 내재하고 있는 공간”이라며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관객들이 보다 안전한 공연을 보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돼야 된다고 여긴다”고 조언했다.

현재 성남아트센터 내 부대기술부에는 20여명의 담당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세련되고 멋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공연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방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극장 내 무대기술자들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관객의 박수소리를 듣는 순간, 배우뿐 아니라 무대기술자들도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및 극장이 보다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관객들도 극장 내 안전룰을 지키는 데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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