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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향연 마술? 아름다운 힘 기술!

[백스테이지] 심경진 부평아트센터 음향감독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힘(Power)이 있고, 공기는 보이지 않지만 생물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엄청난 에너지(Energy)가 있다.소리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지만 의사와 뜻을 전달시켜 감정을 발동시키는 힘으로 웃고, 울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영화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의 사실감과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음향과 사운드의 영향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실체가 없는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소리(음향). 이를 기술적으로 전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음향 감독’이다. 이들은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예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술자가 예술가로 승화되는 거요?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술도 기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을 홀릴 정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있는데, 수많은 관중 앞에서 음향기기 없이 노래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가수의 뛰어난 음악성이 전달이 될까요?

저는 그 뛰어난 음악성을 기술적으로 전달해 주는 것이 기술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무대 뒤 주인공 중 한 명인 부평아트센터 심경진(36) 음향 감독을 만났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심 감독은 대학 시절 ‘극장식구(근로장학생)’로 일하면서 음향을 전담하다 시피 했다고 한다. 1학기에 40작품에 참여했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뮤지컬전문제작회사인 ‘서울뮤지컬컴퍼니’와 음향장비 렌탈회사 ‘서울음향’에 입사해 공연 무대, 음향, 조명 등 전반적인 분야의 일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 이 계통에서 일하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배들의 뒤만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서울음향은 조금 달랐죠.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지 직원들에게 매일 브리핑을 통해 알려 줬거든요. 그렇다 보니 자신이 담당하고 있지 않은 분야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서울음향에 있으면서 전문적인 작업체계를 알게 된 것은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그는 2004년 제주에서 열리는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 마임을 담당하는 스태프들과 교류를 갖고 친해지게 되는데, 부평아트센터에서 음향감독으로 일하게 된 것도 이 때 알게 된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부평아트센터가 BTL사업(민간이 자금을 들여 시설을 지은 뒤 소유권을 정부로 이전하고 정부가 민간업체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설립되기 전 컨설팅 자문위원단으로 활동했다.

그렇기에 부평아트센터 내 음향 시설에 대해선 자신의 손금 보듯 꿰뚫고 있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당연히 공연장에 최신 장비를 구비해 놓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만, 부평아트센터가 BTL사업으로 건립되다 보니 부평아트센터 주변의 지역특색, 경제학적인 측면 등 효율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어요. 센터 내 음향 시설이 타 지역의 극장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부평아트센터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공연팀이 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무대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로서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예술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 듯 기술도 기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술자가 예술가로 승화되는 거요?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술도 기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을 홀릴 정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있는데, 수많은 관중 앞에서 음향기기 없이 노래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가수의 뛰어난 음악성이 전달이 될까요? 저는 그 뛰어난 음악성을 기술적으로 전달해 주는 것이 기술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무대, 음향, 조명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면에서 아쉬움을 토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기술자의 처우 개선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라는 사실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아직까진 사라지지 않았다고 봐요. 앞으로 나와 같은 일에 종사하게 될 후배들이 존경을 받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그는 전기음향만큼, 아니 오히려 중요한 것이 건축 음향이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어야 맛이 더 나는 것처럼 제대로 된 건축 음향은 공연의 질을 향상시키고 음의 조화를 이루도록 해준다.

심 감독은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국내 음향 기술도 외국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고 확신한다”며 “이제는 양질의 콘텐츠 도입과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뿌듯해 하는 시대를 지났다고 봐요. 이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기술을 잘 토핑해 배우나 공연관계자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기술자가 진정한 실력자가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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