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HDC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국내 주택 시장을 선도해 온 건설사다. 지금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주택만해도 45만 가구에 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모태는 과거 현대그룹 내에서 창립한 한국도시개발(1976년)과 한라건설(1977년)이다. 한국도시개발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하며 설립된 주택전문 건설사였다. 한라건설은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현대양행 회장이 설립한 건설사로 토목공사, 플랜트 등의 건축 및 토목 사업을 주로 영위했다. 두 기업은 1986년 합병해 '현대산업개발'으로 재탄생했다.
1999년 범현대가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 정몽규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같은 해 8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분리된 HDC그룹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정몽규 회장의 주도하에 현대산업개발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당시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했던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건설 경기의 흐름이 악화되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2004년 10월 현대역사를 설립하고 서울 용산 민자역사에 복합쇼핑몰 ‘스페이스9’을 오픈하며 유통업종으로 범위를 넓혔고, 2005년 2월에는 호텔아이파크 설립과, 4월 서울 삼성역 부근에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을 개관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2006년에는 영창악기제조를 인수했으며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성공적으로 개통시켰다.
2018년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HDC그룹'으로 변경했다. 이 때부터 모든 계열사 사명에는 일제히 'HDC'가 붙었다. 현대산업개발 또한 HDC로 사명을 변경함과 동시에 HDC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갖고 있던 건설사업 부분이 분할돼 'HDC현대산업개발'로 새롭게 출범했다.
◇ 아이파크, 명성에서 위기로
기존 현대아파트를 공급해왔던 HDC현대산업개발은 2000년 아이파크 삼성을 분양했으며 이듬해인 2001년 3월, 'IPARK(아이파크)'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그동안 축적해 온 건설 기술력과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이파크는 론칭과 동시에 주거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0년 분양을 시작한 ‘아이파크 삼성’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아이파크의 명성을 드높였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전국으로 아이파크 아파트를 확장해 나갔다. 2002년에는 서울 중랑구 ‘묵동 아이파크’, 부산 부산진구 ‘개금 아이파크’,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 현대아이파크’ 등이 입주를 시작했으며, 2003년에는 아이파크가 기존 아파트 외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주거 통합 브랜드로 확대됐다.
특히 2003년 12월 ‘등촌 아이파크’와 2004년 7월 ‘북한산 아이파크’ 등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걸쳐 대규모 입주가 이어지면서, 아이파크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명사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2021년과 지난해 발생한 철거 작업 중이던 학동 현장과 화정아이파크 사고는 아이파크의 성공 신화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과 주가, 신용도가 하락세를 보였으며,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전략적인 사업지에서의 도시정비 수주는 1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업계 최초로 이사회 내 비상안전보건위원회를 신설해 보다 체계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아파트를 개발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 해외 진출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
HDC현대산업개발은 1991년 말레이시아 사바주 간선도로 공사 이후 약 20년간 국내 시장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던 중, 2010년 5월 해외사업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2년 4월엔 베트남 하노이, 7월엔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어 2014년 1월 인도 부동산 개발 기업 RNA사가 발주한 메트로폴리스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을 따내며 해외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볼리비아 바네가스 교량, 베트남 흥하교량, 방글라데시 BSMMU 대학병원, 인도 뭄바이 남부 해안도로 2공구 등 동남아와 남미,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대규모 해외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해외 건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8년엔 방글라데시 BSMMU 대학병원 공사, 인도 뭄바이 남부 해안도로 2공구 건설공사, 에티오피아 고레-테피 도로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수주액을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현지화 전략, 기술력 강화 전략, 사업 다각화 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부동산 개발업체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과 토목 사업을 시작으로 47여 년 동안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국내 대표 종합부동산 개발업체로 성장했다.
토목사업 분야에서는 평택제천고속도로, 부산항대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연결철도 등 대규모 SO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화양-적금 3공구 도로건설공사, 양화대교, 부산향대교 등을 시공하며 도로 및 교량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건축사업 분야에서는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을 시공했으며 송파 헬리오시티 등 랜드마크 건축물을 세웠다.
플랜트사업 분야에서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하동 화력발전소, 이천 열병합발전소 등 화력발전소와 석유화학 플랜트 등을 건설했으며, 태국 빙켄 정수처리장,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시멘트 플랜트, 말레이시아 페락대교 및 연관도로 등 해외 SOC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도 부산 명륜 아이파크, 삼성 센트럴 아이파크, 신촌숲 아이파크, 송파 헬리오시티 등 지역을 대표하는 단지들을 성공적으로 조성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신뢰회복 토대로 경영정상화 본궤도
광주 사고 이후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아온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부진을 털고 경영정상화의 본궤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 85억 4475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6452억 1722만 원)과 비교해 22.08%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74억 7566만 원, 올해 558억 2281만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매출 세부 내역을 보면, 공사매출은 1조 4005억 7136만 원에서 1조 4791억 8452만 원으로 5.61%, 분양매출은 1079억 1891만 원에서 349억 74380만 원으로 224.08%, 기타매출은 1367억 2695만 원에서 1796억 1642만 원으로 31.37% 각각 증가했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재무지표를 개선했다. 단기차입금은 1조 2267억 원에서 1조 1089억 원으로 1178억 원 줄었고, 장기차입금은 3623억 166만 원에서 2650억 338만 원으로 972억 9828만 원 감소했다. 부채비율 역시 144.42%에서 132.63%로 낮아졌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전에 없던 투자자 소통과 지배구조 개편, 주주정책 강화 등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관련 정책 전반에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사고 이후 하락한 주가와 더불어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월 기업설명회(IR) 재개하고 이후 2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6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하는 등 주주가치 강화와 투명성 제고에 주력했다.
특히 사건이 터진 후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놓았고, 그의 장남 정준선 씨를 비롯해 세 아들이 보유한 HDC 지분도 대부분 정리됐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형 도시공간과 복합리조트 개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H1 프로젝트, 성문안 등 개발사업의 본격화에 따라 재무 건전성도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차별화된 개발사업을 통해 '라이프 플랫폼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