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국내 제철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가 포스코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에서 글로벌 건설사로 거듭나며 한국 건설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1982년 포스코그룹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제철소 프로젝트를 도맡으며 포스코그룹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다. 특히, 제철소 건립공사의 경험을 축적하며 국내 제철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칠레, 페루, 인도네시아 등지에 석탄화력발전소, 펠릿공장 등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세계적 철강업황 부진에 따라 포스코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포스코이앤씨 역시 주택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도시정비사업 및 신도시 구축과 같은 굵직한 사업을 수행하며 대형건설사로 거듭났다.
포스코이앤씨의 이러한 성장은 철강플랜트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 개척 노력, 그리고 주택사업 진출로 인한 사업 다각화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1995년 시공능력평가 23위에서 시작해 2011년 4위까지 상승하며 10대 건설사 가운데 짧은 역사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설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초고층 빌딩·대규모 SOC사업으로 확장
포스코이앤씨의 '뿌리'는 1982년 4월 설립된 제철정비주식회사(이하 제철정비)에서 출발한 거양개발이다. 제철정비는 포항제철소의 설비 대형화·합리화와 최신예 광양제철소 건설에 따른 제철 설비 정비 업무 증가 및 부수 설비·부품의 안정적 공급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제철정비는 이후 1984년 동양철관 포항공장을 인수하면서 철구 영업을 개시하고 1985년에 '제철정비철구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제철정비철구공업주식회사는 정비를 비롯해 플랜트, 철구, 토건 등의 4개의 사업본부를 운영했으며 광양제철소 가동을 본격화했다. 이어 시장 다변화를 통해 국제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가기 위해 1987년 1월 캐나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포스코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인 UPI의 설비공사 및 캐나다 HVC 파쇄기 공사, 일본의 TMP공사 등을 수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장의 다변화를 기함으로써 제철정비는 국제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갔다. 또 국내에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전무했던 난관을 극복하고 선진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자체 개발에도 힘써 경영의 합리화와 기술혁신, 품질향상 등을 기했다.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제철설비의 종합정비와 철구제작, 건설, 기계제작 부문에서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밑바닥부터 닦아 나갔다. 이후 1980년대 후반 들어 광양제철소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광양제철소 정비 업무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1989년 7월 광양 정비 부문을 별도의 법인(현재의 포철플렌텍)으로 분리했다.
그 후 제철정비철구공업주식회사는 정비를 비롯해 플랜트, 철구, 토건 등의 4개의 사업본부를 운영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1991년 5월 정비와 플랜트본부를 합쳐 포항의 정비 부문을 별도 법인화(현재의 POSMEC)시키고, 철구와 토건사업본부만으로 운영하는 건설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그 해 8월 거양개발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함으로써 건설회사로서의 진정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광양제철소 종합 준공을 앞두고 포스코 그룹 내의 건설 인력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다가 일반 건설회사의 설립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또 거양개발의 설립은 당시까지만 해도 비자금 조성과 부실공사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새로운 건설문화를 조성해 보자는 포스코의 의도도 담겨 있었다. 이런 목적으로 탄생한 거양개발은 1994년 12월 그 의미와 정신을 더욱 확대한 포스코건설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플랜트 사업 중심에서 초고층 빌딩, 주택, 대규모 SOC사업에 이르기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시키기 위해 2002년 2월 포스코개발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포스코건설'로 사명을 변경한다. 주택사업에 진출한 포스코이앤씨는 2019년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수주를 2조 원을 달성했으며 2만 가구 이상의 주택도 공급하며 10대 건설사 가운데 상위권에 올랐다.
포스코건설은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올해 3월 친환경 미래 신성장 선도 기업으로의 의지를 담아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사명을 다시 한 번 변경한다. 기존의 '건설' 산업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조치다.
'이앤씨(E&C)'는 에코 앤 챌린지(Eco & Challenge)의 약자로, 친환경 미래사회 건설과 더 높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기존 건설업을 뛰어 넘어 저탄소철강 분야인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EPC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시장 선점, 그린 라이프 주거모델 상품화 등 친환경·미래성장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으로 세계를 무대로
1998년 포스코이앤씨는 브라질 남동부 두바라옹 항구 인근에 연산 400만 톤(t) 규모의 펠릿공장을 준공하면서 중남미 시장 개척을 알렸다. 당시 건설사들은 일제히 중동 시장에 집중하던 시기였지만 포스코이앤씨는 미개척 유망지역인 칠레, 페루 등 중남미 국가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2007년 칠레에 진출해 270MW급 캄피체와 520MW급 앙가모스 석탄화력발전소를 연속 수주했으며 2010년, 400MW급 산타마리아 Ⅱ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연이은 수주로 중남미지역에서 인정받자 2009년 페루에서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830MW급 칼파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고 2010년 다시 페루에서 2억 9000만 달러 규모의 810MW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이때부터 포스코이앤씨는 중남미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2002년 '더샵'을 론칭한 포스코이앤씨는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이후 신도시 건설에 뛰어드는데 송도국제도시와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미국의 부동산개발 회사인 게일사와 함께 합작법인인 NSIC를 설립해 송도 국제업무단지의 개발사업을 주도하며 2005년부터 사옥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이후 2010년 강남에서 인천 송도로 포스코이앤씨 사옥 이전했다. 이는 송도국제업무단지 추진에 대한 포스코이앤씨의 확고한 신념을 나타내는 사건이었다. 현재 트윈 타워(Twin Tower)로 건립된 포스코이앤씨 사옥은 송도 국제업무단지내에서도 빼어난 디자인과 규모로 랜드마크가 됐다.
포스코이앤씨는 마천루 공사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데,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 ▲동탄 메타폴리스(249m)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237m) ▲부산 더샵 센트럴스타(207m) 등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시공 실적이 다수다. 2015년에는 411m, 101층 규모의 엘시티더샵을 시공하며 초고층 건물 강자로 등극했다.
◇ 친환경 신사업 본격화
포스코그룹은 올해 7월 철강과 수소,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에너지, 건설, 식량을 7대 핵심 사업으로 천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우선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구성을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 플랜트·인프라·건축의 틀을 뛰어넘어 탄소 저감과 그린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미래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4월 27일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인증기업인 노르웨이 DNV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해상풍력 사업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상반기 원자력사업추진반을 구성한 뒤 i-SMR(혁신형 소형 원자로) 개발과제 및 사업화에 참여하는 등 기술개발도 진행 중이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포스코홀딩스 아르헨티나법인(S.A.U)의 염수리튬 상업화 2단계 공사와 율촌 광석리튬 상용화공정 신설사업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포스코그룹 또한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사업에 56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룹 차원의 2차전지 소재 공장 증설 및 리튬확보 전략에 올라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