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반응 없는지 대기하셨다가 안내사항 받고 가시면 됩니다.” 잔여백신 당일예약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잔여백신 조회와 당일예약을 반복했는데 드디어 잡았다. 얀센이냐 아스트라제네카냐 가릴 여유는 없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5일 만에 접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겼다. 국민 5명중 1명이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했다. 나도 먼저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잔여백신은 사전예약자가 접종 당일 예약을 취소하거나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 추가로 생기는 물량이다. 잔여백신 안내를 예약해둔 병원에서 알림이 오기 전에 지도에 뜬 표시를 보자마자 클릭했다.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운영 종료시간이 저녁 6시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예방접종 예진표를 써서 접수했다. 정보 수신 동의에 ‘예’를 표시하고, 아픈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를 반복해서 표시했다. 대기실에는 예진표를 든 사람들이 띄엄띄엄 있었다. 다들 대기실 앞 TV 뉴스를 보고 있었지만 진료실과 주사실 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할 때마다 그 쪽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졌다. 내 순번 앞에는 젊은 나이의 남자 몇 명이 있었다. 얀센 백신의
비슷한 시기 20대 초반 두 청년이 사망했다. 한 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발견된 22살 손씨다. 또 다른 한 명은 22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300kg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23살 이씨다. 날벼락 같고 허망한 두 죽음 앞에서 슬픔의 무게는 가늠조차 어렵다. 다만 언론을 통해 매개된 세상이 사회의 애도 방식을 결정 짓게 한다는 점에서 비교의 이유를 두고자 한다. 이씨는 아버지와 1년 4개월간 출퇴근을 함께했다.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했지만 코로나로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틈틈이 아버지가 일하는 인력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평택항 현장에서 원청인 물류업체가 요청하는 작업에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고 인력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날도 원청의 현장 관리자가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 작업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씨는 해체 작업을 도울 인력과 함께 현장에 갔다. 지게차 기사는 컨테이너 날개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치우라는 지시를 반복했다. 이씨가 나뭇가지를 치우러 올라선 사이 컨테이너 한쪽 날개가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가 사용되는 현장에
“방역은 과학이다” 그렇다. 칼럼을 쓰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가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인지, 사망한 사람이 사망 전 백신을 접종한 상황인지 구분하지 않고 단순 사실을 중계한 언론이 문제라고 바라봤다. 선거를 의식해서 정치의 이슈로 백신과 방역을 논하는 것이냐고 의심을 가졌다. 정치가 끼어들면 불안은 불신과 불만으로 부정적 감정을 키우고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다시 정치의 힘을 빌리게 만들려는 계산이 아니겠냐 싶었다. 백신과 방역은 의학과 과학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백신 접종이 기대한 대로 빠르고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방역을) 정치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것이냐?” 같은 질문을 논할 가치도 없었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던 이탈리아와 미국 등은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하루 신규 확진자 4만 여명을 넘겼었고, 미국은 지난 1월초 30만 여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작년 연말 하루 1237명의 확진자수가 최대였다. 나라마다 방역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초기 방역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이제 감염병 유행을 통제하는 상태인 ‘집단면역’ 단계를 내다봐야 한다. 감염 후
3월 셋째 주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4‧7재‧보궐 선거보도를 모니터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보고서를 보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LH 분노…오세훈‧안철수 둘다 박영선에 18%P 이상 앞섰다’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로 LH 파문이 여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야권 후보의 지지세가 여권 후보를 앞지를지 모른다고 전망하는 내용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유용한 정보지만 해석에 늘 주의해야 한다. 마치 승패가 결정난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 남은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보자 정책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각되기 쉬운 거대양당 구도는 선거를 단순하게 압축시켜 버린다. 때문에 소수정당이나 신진후보가 나설 기회를 좁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배려를 선거보도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같은 보고서에 조회수가 높은 보도의 상당수는 정치인의 거친 입담이 그대로 실린 경우였다. “선거 거의 이긴 듯”, “○○○, 잘리겠네”, “양심선언 나오면 후보 사퇴” 등의 직접 인용 제목이 많다. 소위 잘 팔리는 선거 뉴스는 후보 동정을 포함해 막말 인용
포털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오는 25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보여준다고 해서 ‘실검’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한 이 서비스는 대중의 관심을 표시하는 척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급상승 검색어를 만들어내서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실검 마케팅’으로 불렸다. 정치에선 ‘총공’을 펼친다고 해서 특정 키워드 올리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실검 1위는 화제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확신의 징표로 종종 활용됐다. 실검을 폐지한다고 해서 어뷰징 기사가 사라지거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이 덜해지는 것도 아닌데 포털 서비스 하나에 왜 관심이 쏠릴까? 포털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사가 알아서 포털에 뉴스를 전송한다. 덕분에 포털은 오로지 뉴스의 배치와 전달만으로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다. 포털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성 언론 이상의 의제 설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볼만한 뉴스 가치에 맞춰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해야 할 언론이 포털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뉴스, 포털 메인에 걸리는 흥미로운 뉴스를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적응해갔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놓고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특정 방송사가 ‘정치적 가짜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났다는 발언이 나왔다. 지목을 받은 방송사는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어느 정치인의) 발언에 하나하나를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입니다”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정치인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냐며 응수했다. 한 쪽은 기준치를 초과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원전 지하로 방사능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기에 경위를 무조건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은 고농도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과장한 데다 검출은 일시적인 것으로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외부 누출 근거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관계를 왜곡・과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이 ‘멸치 1g’ 내외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용하면서 ‘본질’을 운운한다. 일상에서도 삼중수소는 쉽게 검출된다는 언론은 이번 문제제기는 원전 수사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