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5월 16일 정부는 코로나 방역협력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제의했고, 6월 21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장소, 의제, 형식 등을 가리지 않는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7월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신종코로나 진원지로 대북전단지를 지목하며 대남 비방에 나섰다. 이 점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제의에 대한 답변을 북한 신종코로나 확산의 원인제공자로 남한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해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통일부에서 북한..
경기도보건교사회와 경기도전문상담교사협회 회원들이 화났다. 지난 2일 도교육청이 비교과 계열(보건‧영양‧전문상담‧예술창작 4군) 장학사를 기존 전문전형(5년)이 아닌 임기제 전형(3년)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부터다. 전문전형 장학사는 5년, 길게는 9년까지 일하면서 장기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임기제 장학사는 임기가 3년이다. 책임감 있는 상담과 위기지원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2년간 장학사 지원이 제한돼 직무연속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학사는 교육현장을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전문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교육의 목표와 내용, 학습지도법 등 교육에 관한 모든 조건과 영역에 걸쳐서 협력과 조언을 해준다. 전기한 것처럼..
불멸의 작가 기 드 모파쌍(Guy de Maupassant). 그 역시 천재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의 부르심은 너무도 빨랐다. 그가 생을 마감한 건 서른일곱 살 청춘. 하지만 100년을 살다 간 사람을 무색게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첫 성공작 ‘비곗덩어리’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여자의 일생’, 그리고 파리의 불쌍하고 추잡함을 고발하는 ‘롱돌 자매’ 등 주옥같은 소설을 300편 넘게 썼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의 대화, 시선을 섬세하고 애잔하게 표현했다. 이런 모파쌍의 탄생지는 특이하다. 그는 미로메닐 성(Château de Miromesnil)에서 태어났다. 노르망디 페깡(Fécamp)에 있는 이 성은 18세기 프랑스 법무재상이었던 미로메닐 공작의 소유였다. 백성을 사랑한 미로메닐 공작은 죽으면서 이 성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모파쌍의 부모는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던 페깡시장과 주임신부에게 부탁해 이 성을 빌렸고 거기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어린 모파쌍은 지극히 평범했다. 말이 없고 페깡의 바다와 항구, 선원들을 무척 좋아했다. 스포츠광에 자유를 만끽한 행복한 아이였다. 그가 페깡을 떠난 건 스무 살 때. 파리 해양부장관실 공무원이 되면서였다. 이때 플로베르로부터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았다. 플로베르는 문학에 심취한 어머니의 친구였고 어머니는 플로베르의 대모였다. 플로베르는 모파쌍에게 위스망스와 도데, 졸라를 소개시켜줬고 이 유망한 청년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훗날 손꼽히는 작가가 됐다. 모파상은 농부, 간교한 사람, 부르주아, 바보, 불우한 사람들의 삶 속을 파고들거나 외관을 그리는 데 열중했다. 그는 특히 노르망디 농부들의 사투리를 재치 있게 표현했고 그들의 삶을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런 그의 문학적 원천은 고향 페깡이었다. 이곳은 노르망디 공작의 저택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공작들의 궁궐이 많고, 아주 빼어난 생트 트리니티 사원까지 어우러져 있어 기품이 넘친다. 어디 이뿐인가. 기괴한 베네딕틴 궁과 맛과 색깔이 신비한 페깡의 위스키인 리큐르 베네딕틴은 매력적이다. 거기에 온갖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와 향료들의 풋풋한 냄새. 코를 찌른다. 페깡에서 에트르타로 넘어가는 알바트로 해안의 하얀 절벽과 모파쌍이 사랑했던 이뽀르(Yport)에 펼쳐진 특이한 여름별장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본 마을과 바다, 갈리아 요새, 대서양의 장벽까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은 찾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사람들이 죽기 전에 걸어봐야 할 코스로 이곳을 선정했을까. 올 여름 페깡의 자갈해변에서 강렬한 태양을 즐기고, 바람의 언덕으로 옮겨 리큐르 베네딕틴을 마시며 아름다운 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유유자적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녹아내릴 일이다.
"고난의 역사! 한국역사 밑에 숨어흐르는 바닥 가락은 고난이다. 이 땅도 이 사람도, 큰 일도 작은 일도, 정치도 종교도 예술도 사랑도, 그 무엇도 다 고난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말 듣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끄럽고 쓰라린 사실임은 어찌할 수 없다."ㅡ함석헌(1901~1989)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중에서. 8.15 광복과 다름 없던 '80년 서울의 봄'은 그 해 5월, 전두환 일당이 광주를 피로 물들이면서 겨울공화국으로 되돌아갔다. 신군부의 12년 만행은 짙은 살의의 시간이었다. 그후 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는 문민정치의 싸구려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거창하고 유혹적인 구호로 시작했지만, 아는 바대로 예외없이 끝은 좋지 않았다. 씨알들이 끝도 없는 고난의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요즘은 윤석열 정치에 대한 불편함과 우려가 뒤섞인채 연관된 기억과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나날이다. 내 주변의 착한 시민들 다수가 비슷한 입장이다. 신명을 잃은채 집단적으로 무기력 증세를 보인다. 그 그룹의 폭주 때문만도 아니다. 내 경우는 문재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반이다. 참 힘들다. 주말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숲속을 걷다가 1930년대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심훈(1901~1936)의 '그날이 오면'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에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울리오리다. .... ....." 위의 '그날이 오면' 이후, 50년이 또 지난 뒤(1980년대) 제2의 '그날이 오면'이 만들어졌다. 그 노래는 또다시 30년 넘도록 엄숙하고 장엄하게 불리고 있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 함석헌과 심훈의 '그날'은 일제로부터의 해방일이었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왔다. 그러나 이내 6·25 형제간 내전으로 금수강산은 지옥이 되었다. 그 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나쁜 정치 40년은 일제의 잔학한 36년 식민지배를 능가하는 악마의 시간이었다. 그 셋의 비극적 말로(末路)는 마치 사전 제작된 드라마 같았다. 경술국치(1910년) 이후 100년도 더 지났지만, 그 정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갈망(渴望)은 절망적이다. 그래서 안스럽다. 구슬픈 숙환이다. 그날, 과연 오고 있는가. 정말로 오기는 오는 건가. 아니라면, 지금은, 우리가, 또 다시, 지옥으로, 건너가는 시간인가.
경기도가 사회적 또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관광소외계층을 위해 ‘노동자 휴가비 지원사업’이란 것을 펼치고 있다. 도가 대상으로 삼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기간제, 파견‧용역 등으로 연 총소득 3600만원(월 300만원) 이하, 만 19세 이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15만원을 적립하면 도가 25만원을 추가 지원해 총 40만원 적립금을 휴가‧여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정된 노동자는 이 적립금으로 전용 온라인몰’(www.ggvacation.ezwel.com)을 통해 여행, 문화, 교육, 여가 등을 즐길 수 있다. 숙박권·입장권 등 국내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은 물론, 캠핑, 문화예술시설, 베이킹·가죽공예 등의 취미·여가 용품까지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이즈음 강남 좌파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계층을 일컫는 이 말은 전통적 계급이론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생산수단을 둘러싼 제 관계인 계급이론에 따르면 강남 좌파는 그저 소(쁘띠)부르조아일 뿐이다. 강남 좌파는 형용 모순의 조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남 좌파란 말이 언론이나 담론 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강남 좌파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서 일까? 아니면 그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해서 일까? 말이 새롭게 태어나고 사멸하는 것은 역동적 인간 삶에 있어 자연스런 일일 터이다. 하지만 강남 좌파의 사멸을 인과 관계적으로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담론 장에서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브라만 좌파란 말이 주목을 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한 브라만은 중세 유럽의 3신분(전사·사제·평민) 사회에서 제2 신분인 사제를 뜻한다. 이런 브라만은 현대 사회에 있어 종교지도자뿐만 아니라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교수 등 지식인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브라만 좌파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브라만에 속하면서도 우파가 아닌 좌파인 사람들을 일컫는다. 기득권의 이익보다는 약자의 이익을 옹호하며 당연히 공동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 좌파와 엇비슷하거나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그러나 브라만 좌파란 말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깃들어 있는 점이 낭만적 뉘앙스의 강남 좌파와 크게 대비된다. 정의와 공정 등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가치를 자신의 존재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내세우지만 이는 구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브라만 좌파는 자신을 고상한 가치로 치장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토마 피케티는 사례와 통계 위주의 명저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프랑스 브라만 좌파들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 행위를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유리한 사회적 지위를 통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이익이 되는 교육 제도를 관철시켰다. 이는 그들이 깃발처럼 내세우는 가치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의 광범위한 브라만 좌파들은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은 만큼 그것을 이행하고 있을까?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고 있는 기성 언론을 조금만 톺아봐도 그렇지 않다는 팩트가 넘쳐난다.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문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모든 영역에서 정의와는 거리가 먼 불공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론 장에서 한국 브라만 좌파를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보니 좌파니 하는 말들은 영혼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쁘띠부르조아에서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쪽으로 진화를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타락한 것일까?
수많은 정권교체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정권교체기 인사논란은 의외로 잠잠한 편이에요. 지명된 인물을 놓고 국회 안에서 ‘교통위반 딱지’, ‘표절’,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문제를 놓고 지지고 볶는 일이 뉴스가 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논란 여지가 있는 인물들은 아예 지명되기 어려운 인사시스템 덕분이에요. 그 기능 한복판에 플럼북(Plum Book)이라는 지침서가 있어요. 겉표지가 자두색(Plum)이어서 붙인 이름이어서 붙여진 이 지침서의 정식 명칭은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책’이래요. 플럼북에는 연방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9000여 개 주요 직위의 명칭, 현직자 이름, 임명 형태, 보수 등급과 직급, 임기 여부, 임기 만료일 등에 관한 인사 정보를 담고 있대요. 상·하원이 인사관리처의 지원을 받아 함께 펴내기 때문에 당리당략..
기억력의 퇴화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 데뷔라고 할 수 있을 NATO정상회의 방문에서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하긴 대통령 스스로 집단군사동맹기구인 NATO정상회의에서 15분 동안 15개국 정상에게 원전세일즈를 했다고 하니 ‘노룩악수’를 제외하곤 기억할만한 것이 있을리 없다. 대신 스포트라이트는 김건희여사의 1억원대 목걸이와 1600만원대 팔찌 등에 쏠렸다. 박지원 전국정원장은 “영부인의 패션은 국격”이라며 “꿀리지 않고 멋있었다”고 추켜세웠다. 언론은 한술 더 떠 ‘우크라룩’이니 ‘외교패션’이니 하면서 추앙을 더했다. 김정숙여사는 2만원짜리 국산 브로치를 달았다가 숱한 언론들로부터 무슨 돈으로 2억원대 명품을 샀느냐며 난도질을 당했다. 나는 궁금하다. 그때의 기자와 지금의 기자가 같은 호모思피엔스종이 맞는지.. 이건 태세전환 차원이 아니고 기득권동맹의 추악한 이중잣대다. 말이 나온 김에 명품이라면 필리핀 이멜다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남편 마르코스대통령이 20년 동안 7만명을 투옥하고 3200명을 살해하며 철권통치를 휘두르다 86년 피플파워혁명으로 쫓겨날 당시 이멜다여사는 미군용기 두 대를 빌려 자신의 금괴와 보석을 하와이로 실어날랐다. 미처 못가져간 구두 3천 켤레, 1200벌의 드레스와 1500개의 핸드백이 말라카낭궁에서 발견되었다. 그녀는 최근 93세 생일을 맞아 필리핀 전역에 축하광고가 내걸렸다. 아들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였다. 아들은 아버지 마르코스의 통치 기간에 나라가 발전했으므로 사과할게 없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된 것도 이멜다가 빼돌린 부정축재 자금이었다. 이멜다는 빈민가에서 현금뭉치를 들고 다니며 지폐를 나눠주는 것으로 환심을 샀다. 아들은 과거 선거할 때 유세차에서 돈뭉치를 길거리에 뿌려대었다. 데쟈뷔랄까? 우리도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았었다. 지금은 명품으로 치장된 영부인 팬덤이 생긴다. 이멜다가 말했다. “빈민가를 방문할때면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며야하죠.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별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다른 세상, 달아오른 철판을 녹여 배를 만드는 조선소의 여름은 그야말로 지글지글 끓는 염천지옥이다. 역대급 초여름 폭염이 덮친 거제에선 조선하청노동조합의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m(1㎥) 쇠창살에 몸을 가두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들의 요구는 ‘임금 원상회복’이다. 조선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5년 동안 하청 노동자 임금이 30%가량 삭감되었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이했으면 5년 전 수준으로 임금을 되돌려주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수십년 일한 숙련된 조선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열악한 현실 앞에서 언론은 조선경기 호황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 한탄한다. 일감은 넘쳐나도 임금은 여전히 깎아서 주겠다면 일하러 오는 사람이 이상하다. 파업 때문에 산업은 망하지 않는다. 늘 산업은 경영진의 탐욕 때문에 망했다. 억대의 목걸이를 걸치고 돋보이고자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미안해하지 않는다. 이를 추앙하는 언론도 국민에게 미안하지 않다. 낮은 세상에서 쇠를 녹이는 노동자는 일할 수 없음이 자뭇 미안하다. 그들이 내건 현수막이 내 가슴을 친다. “국민여러분 미안합니다. 지금처럼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왜 미안하단 말인가? 울컥한 마음 가눌 길 없어 모금계좌 우리은행 1005-603-022783(예금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조합)으로 작은 성의나 보태야겠다. 같이 비를 맞는 심정으로..
먼 길을 며칠에 걸쳐 걷는 등산가들이 해가 지고 나면 불 옆에 둘러 앉아 하는 게임이 있다. ‘내 몸에 난 상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하는 것. 오르막을 오르고, 거센 물살을 건너고, 본인 몫의 짐을 지고 여기까지 걸어오며 몸에 남은 흔적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책 (보통의 존재)에서 이석원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삶의 풍경들을 세밀히 묘사한다. 환상이 끝난 다음의 결혼생활, 끔찍했던 이혼을 이야기한다. 산책을 하다가 정신질환으로 폐쇄병동에 입원했을 때 마주쳤던 환자들의 기이한 행렬을 떠올린다.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 등 여러 가지 병을 앓았다. 그때, 먹었던 약들로 자신도 복도를 걷는 행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고 주먹을 쥘 수 없을 만큼 기운을 앗아갔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시간들과 힘들었던 가족사의 끔찍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에 빨간 불이 동시에 들어온 가운데 연일 권력 암투 소음만 일으키는 집권당 국민의힘의 추태가 심각하다. 과거 대선 승리 후 일어났던 권력 쟁탈전 악습이 재발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여소야대(與小野大) 난관에다가 일치단결하여 묘책을 찾아도 모자랄 가혹한 경제위기 먹구름까지 몰려오는 판에 제대로 된 여당 노릇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가 어렵다. 국민 삶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여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집권 초기임에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3주 연속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로 6월 초보다 10%포인트나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42%까지 올랐다. 국민의힘 지지도 역시 한 달 사이 5%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밑도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도 잇따르고 있다. 취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6.1 지방선거가 곧바로 닥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지지율 추락은 윤 대통령과 집권당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는 이유는 ‘인사 문제’다.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아마추어’ 또는 ‘독선’ 이미지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작금 국민의힘의 난맥상은 ‘이런 집권당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 도무지 사명감, 책임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 달 내내 이준석 당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재 삼아 권력투쟁에 골몰해왔다. 실체적 진실 규명과 건설적 해법 논의 없이 이 대표를 쳐내려고 하는 쪽과 이를 결사반대하는 쪽으로 갈라져 암투를 벌이는 형국이다. 특히 요 며칠 사이 이준석 대표가 보여준 대응태세는 도무지 공당, 그것도 집권당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개인적인 일탈이 논란의 핵심인데, 음모론을 앞세워 감정적인 반응을 너무 많이 노출하고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당정 모두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듯한 수준이다. 예측하건대, 이 대표는 자신이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친이-친박 갈등으로 무너졌던 한나라당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경험이 부족한 정치 초보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가지도자에 대한 민심의 인내 폭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야멸찬 시각일 수는 있지만, 이 대표가 정말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 있다면 희생의 용단을 내리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퍼져나간 논란만으로도 사태는 이미 심각하다. 모름지기 대한민국은 비상상황이다. 미·중 대립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징되는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고물가와 무역적자로 경제도 마구 흔들리는 중이다. 대선에서 여당을 만들어주고,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도록 만든 표심의 의미를 더욱 엄중하게 읽고 무겁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의 지리멸렬한 행태를 조금 더 지속한다면 민심의 바다에서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대체 뭐라고, 젊은 대표의 ‘성 상납’ 의혹 하나로 나라의 미래까지 위태롭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