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Celeb). 젊은 세대에겐 일상화된 말이지만 기성세대에겐 익숙지 않은 말이다.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유명인이다. 언론이 본질적으로 좋아한다. 독자·청취자·시청자를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광고로 보상받고, 셀럽은 유명세를 더욱 공고히 한다. 반면 뉴스의 질은 곤두박질한다. 최고의 셀럽 중 한 명이 진중권이다. 그의 한 마디는 놓쳐서는 안 될 취재원으로 둔갑됐다. 언론의 짝사랑 정도를 알아봤다. 지난 한 달간(5월 20일-6월 19일) 네이버 뉴스에서 ‘진중권’이란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세계일보 37건, 중앙일보 34건, 국민일보 32건, 조선일보 22건(주간조선 6건 별도), 문화일보 18건, 서울신문이 10건을 기사화했다. 이어 한국일보가 5건, 경향신문, 동아일보, 내일신문이 각각 1건이었다. 한겨레만 한 건도 없었다. 이중에는 16일 자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처럼 진중권의 발언을 질타하는 경우도 있다. 진중권은 김건희 여사가 지인을 대동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데 대해 비선논란이 제기되자,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공식적인 자리에 비공식적으로 사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쁘냐며, 이런 식이면 예수도 잡아넣을 수 있다”고 했다. 안 위원에게 비판은 받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크게 성공했다. 진중권 발언 받아쓰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발언 내용의 옳고 그름 때문이 아니다. 언론의 천박한 취재원 인용 때문이다. 2018년, 한국의 주요 일간지와 해외 유력 일간지를 비교한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출간 됐다. ‘기사의 품질’(이화여대출판부)이다. 이 책의 4장을 조선일보 출신의 고려대 박재영 미디어학부 교수와 동아일보 출신의 연세대 이나연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공동 연구했다. 취재원 활용 방식을 분석해 기사의 품질을 평가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1면 기사에 포함된 취재원 수는 평균 3.33개로 뉴욕타임스(14.14개)의 23%에 그쳤다. 한국언론이 취재를 게을리하거나 기사의 깊이가 없다는 반증이다. 취재원 수 뿐만 아니라 투명성도 문제였다. 익명 취재원 이용 비율이 국내 신문은 34.3%였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1.4%였다. 취재 부실에 익명 인용까지 가세해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정인의 SNS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인용된 취재원의 숫자를 따져 기사 품질을 평가하는 것조차 사치처럼 보인다. 마침 ‘프로보커터(Provocateur)’라는 흥미있는 책이 나왔다. ‘나쁜 관종’,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다뤘다. 연세대서 포퓰리즘을 전공하는 김내훈이 저자다. 진중권과 서민 교수가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하는 프로보커터로 나온다. 지난 5월, 서민은 진중권을 손절했다. 그 이유가 “의견이 다르면 막말하고, 예의가 없어서”란다. 그런 분을 상왕으로 모시는 언론이 부지기수다.
6·25전쟁의 그날이 오고 있다. 고요한 일요일의 평화를 깨었던 총성이 울린지도 반세기를 넘었다. 그럼에도 이 땅에는 아직도 평화가 오지 않았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되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폭탄, 탱크, 피난민, 이러한 것은 국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에는 기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쟁은 다시 반복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꼭 무력으로 싸운 전쟁의 경험만이 아니다. 가볍게 시작하자면 북쪽의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0년대의 이야기이다. 한두명도 아니고 무리지어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6·25전쟁에 대해 2011년 개봉된 영화 '고지전'에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싸우기 싫으면서 싸워야 했고, 살고 싶으면서도 맞서야 했던 것이 '고지전'이라 한다면, 북쪽 고향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은 죽고 싶어도 가족을 위해 죽기내기로 살아내야 했다. 유일할 방법은 도강, 탈출하는 것이다. 6·25전쟁으로 분단이 되었고 그러므로 북쪽 사람들이 많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피난민들이 많이 왔으므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시댁, 우리 남편 쪽, 우리 친정 쪽 하면서, 북쪽과 인연이 되어 관심을 가지고 물어오게 된다. 어떻게 오셨어요?고 물으면 전쟁 같은 상황인 '고난의 행군' 시기를 평화롭게 답해주기가 어렵다. 전쟁 같은 상황을 평화롭게 기억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어떻게 기억해야할지가 어지럽다. 망각해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니면 새롭게 심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6월이 있어 잊을 수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디부터 이야기하지. 언젠가 행사가 있어 고향 동료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당시 상황을 물으면 동료는 그냥 헝~ 헝 소리만 내고 아무런 표현도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묘사를 찾지 못했다. 동병상련을 느끼는 가엽은 친구는 그 뿐이 아니다. 기억도 전쟁이다. 거룩한 이름아래 순결을 잃은 사람들, 두만강, 매콩강에서 불귀가 된 사람들, 학대당한 사람들, 수십년을 숨죽여 사는 사람들 등 이름을 호명 할 수 있다면 6월의 붉은 장미가 떨어진들 무순 대수랴. 다음해 6월이면 다시 필 것을. 주변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다. 모두 전쟁 같은 '고난의 행군'과 연관된 후유증이다. 그리고 그 치료법을 모른다. 전쟁의 기억법을 알고 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찌 일어나겠는가. 전쟁은 국가에 의해 일어나지만 개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내동이친다.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기억하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은 가족을 살리는 전쟁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부모는 무엇이든지 희생을 해야 했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비가 아니라 강을 건너 엉겅퀴숲을 지나며 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은 경계의 가시울타리를 부여잡고 해마다 6월이면 피어나는 붉은 장미이다.
요즘 도심이나 골목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샌드위치가 진열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락과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물결이 식당가로 밀려오면서 직장인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의 한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에서 평범한 점심을 하려해도 1~2만원은 기본인데 비해 편의점의 도시락 가격은 보통 5000원 안팎이고 샌드위치는 2500원 내외다. 서민들과 직장인, 특히 영끌‧빚투족이 고물가‧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자료를 인용해 연준이 올 연말까지 제시한 3%대(현재 1.5~1.75%)에서 4~7%까지 더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그만큼 불투명하고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이고, 6월 물가상승률은 1997년 IMF위기 이후 최고치인 6%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 3.1%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평가 대상 63개국 중 27위로 지난해보다 4계단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재정적자가 늘고 연금 적립금은 줄어드는 등 재정 여건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비상한 시기다. 윤석열 새정부는 지난 16일 향후 5년간의 장·단기 경제정책 밑그림을 담은 이른바 ‘윤노믹스’를 내놨다. 민간주도와 규제 개혁을 두 축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경감, 연금과 공공, 노동, 교육, 금융 구조개혁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문제 인식과 방향에서는 긍정 평가할 만하다. 우선 발등의 불인 고물가부터 대처해야 한다. 원자재 확보 등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근본적인 처방은 기초체력을 확실히 다지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게 규제개혁과, 노동, 연금 개혁 등이다. 하나같이 지역이나 노사, 세대 등의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험난한 과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인구까지 감소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더 큰 난관은 정책방향의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경감 등에 대해 ‘대기업특혜와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거대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실행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성남시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등 수사, 전 정부 정무직 거취 논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까지 신‧구 권력이 전방위로 대립하고 있다. 불가피한 갈등이나 수사라 하더라도 여야 전선이 너무 넓다. ‘전선확대‧강대강’이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전쟁중에도 막후 소통은 이뤄진다. 민주당도 지금과 같은 위기에 사회적 약자들이 더 취약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기업경쟁력과 국익창출에 협력해야 한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고대 설화의 소재 중 하나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뜻한다. 국민통합 역시 이 매듭의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갈기갈기 찢어 놓았기 때문이다. 서슬퍼런 적폐청산의 회오리 바람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휘말려 들어가 남모를 고충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다. 산에 오르거나 공부에 집중하면서 섭섭함과 울분을 달랜다. 회오리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을 삭히고 토로하지만, 이를 이해하거나 동정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이들의 아픔을 더한다. 한 때는 경쟁자였거나 자기보다 잘 나가던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뒤돌아서서 엷은 미소를 짓는 것이 인간의 생리다. 그러나 한 줄기 희망을 갖는 것은 우리사회에 주역에서 말하는 ‘大人’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인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한다.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고, 사계절과 더불어 그 질서를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한다.(夫大人者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주역의 인간관은 기본적으로 우주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현실 인간사회에 실천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그 본질이다. 우주 자연의 질서에서 인간 삶의 의미와 사적인 이익을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관점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간 뜻있는 지식인들 상당수가 입을 닫았다. 입은 있으되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로 갈려 치우기 어려울 정도의 불신과 반목의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역은 전쟁에서 승리한 왕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강조한다. 하나는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정을 맡길 인재 발탁이다. 그래서 주역 시대의 묘당을 상기한다. 묘당은 이데올로기 통합의 장소였다. ‘王假有廟 利見大人(왕가유묘 이견대인)’이라 했다. 왕은 묘당에서 지극히 제사를 지내고, 대인을 찾아 살피니 이롭다는 뜻이다. 새 정부 조각도 거의 마무리되었다. 국정을 이끌어갈 대인은 찾은 셈인 만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통합의 첫 단추가 지난 정부에서 형극의 길을 걸은 사람들을 解冤(해원)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일평생 몸을 던진 사람들이다. 법적 처벌을 거의 받은 만큼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면 복권해주어야 한다. 주역 地澤臨(지택림)괘는 이렇게 말한다. 大亨以正 天之道(대형이정 천지도). 크게 형통하는 것은 하늘의 도라는 뜻이다. 윤 정부는 하늘의 도에 따르기를 충언한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 불필요한 시비가 오가고 있다. 야당은 “비선 실세”를 들먹이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국정 농단 프레임”을 떠올리게 하려고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런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제2 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이기 때문에,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고, 또한 공적 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공격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건희 여사의 활동이 베일에 싸일수록 이상한 말들을 만들어내며 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개 행보를 하더라도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집에만..
서울민예총 주최로 광주에서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 전시회에 출품된 박찬우 작가의 작품 ‘기자 캐리캐처’를 두고 기자들이 발끈했다. 조선일보는 박찬우 작가에게 4월 8일까지 삭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납득할만한 조치와 답변이 없을 때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일보는 ‘명예훼손 등에 따른 전시 금지 요청의 건’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기자협회는 성명서까지 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전시회를 강행하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적 표현을 계속한다면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기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이라는 표현도 웃기고,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들먹거리는 것도 가관이다.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는데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자유를 기자들이 누리는 특권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며, 기자는 뉴스라는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언론사의 종업원이다. 물론 언론이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전제에서 그만큼 대우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다. 언론의 자유도 그 전제에서만 유효한 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언론과 기자들이 그 전제를 충족해주고 있는가? 언론의 자유는 기자들의 특권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가 천부적 권리라고 주장했던 자유주의 사상가들도 기자들을 그 권리의 주체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이자 자기들의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하고 걸핏하면 소동을 일으키는가? 시비지심이 없는데, 수오지심까지 없으니 기자 이전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철학 부재의 상태에서 어설픈 논리로 기자들의 만행을 두둔하는 언론학자들의 책임도 크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될 때 기자협회는 조건반사의 토끼처럼 반응했고, 일부 언론학자들이 기자들을 옹호하고 나섰던 것이다. 과거에 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을 상대로 투쟁했지만, 지금 기자들은 자유의 남용에 허위조작정보를 남발하면서 시민들을 상대로 싸운다. 기득권 기자들의 언론자유 과잉은 진실한 기자들의 자유를 위축시킬 따름이다. 이런 공식은 어떤가? C=R/L. 언론의 신뢰도(Credibility)는 규제(Regulation)에 비례하고, 자유(Liberty)에 반비례한다. 자유와 규제가 균형(1)을 이룰 때 언론의 신뢰도는 높아진다고 할 때, 한국 언론의 낮은 신뢰도는 자유의 과잉과 규제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정명근 화성시장 당선인이 최근 화성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과 인수위원 위촉장 수여 행사에서 화성시정연구원 설립을 제안했다. 화성시의 미래발전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정연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당선인의 생각은 옳다. 화성시는 균형발전이란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또 GTX-A, GTX-C, 분당선,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여러 노선이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교통현안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계속되는 인구 증가로 시민들이 행정서비스 측면에서 불편을 겪는 지역도 있어 분동 등 행정적 조치도 필요하다. 화성시의 시정연구원 설립 움직임은 몇 해 전부터 있었다. 서철모 시장은 지난 2020년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제8차 정기회의에서 인구 100만명 미만의 도시에서도 시정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진정한 지방자치 분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여자, 남자 혼성으로 구기 종목을 하기 어려워진다. 신체 발달이 달라지면서 힘에서 여자아이들이 밀리고 치인다. 더 큰 어려움은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으로 하는 운동을 접해서 발기술이나 손기술이 발달했는데, 여자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공과 점점 멀어져서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채 고학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여학생이 피지컬이나 힘에서 남자아이들과 견주었을 때 밀리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공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경기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체육에 자신감이 떨어진 여자아이들이 공으로 하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게 되고, 교사조차 여학생들이 체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초중고 여자 체육은 오로지 피구와 발야구에 머무르다 끝나는 상황이..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어린이집 원아 50명 가운데 14명이 결핵균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기준인데 아직 검사가 진행되지 않은 원아들도 있어 추가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한다.(본보 15일자 1면)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한 보육교사가 결핵에 걸렸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까지 감염됐다는 것이다. 이 보육교사는 2월 말 퇴사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고 3월에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 보육교사가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감을 느껴 원장에게 문의했지만 “문제없다”며 방치했다가 퇴사 후 폐렴, 폐결핵에서 양성이 나오자 뒤늦게 결핵 감염 사실을 알렸다며 분노했다. 어린이 집 원장은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건강검진과 2월 25일 진행된 CT결과에서 음성 판정이..
1. 2011년 일본 북동해안에서 진도 9.0의 강진이 일어났고, 10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밀려왔다. 쓰나미는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현 등을 휩쓸었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고, 대략 25,000명 넘는 인원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고베 대지진 이후로 다시 한번 일본을 덮친 끔찍한 재난이었다. 재해 복구 예산이 무려 250조 원이 넘는다는 엄청난 피해 앞에 일본 전역은 깊은 시름과 비통함에 잠겼다. 그런데 쓰나미가 빠져나간 뒤, 리쿠젠타카타 시를 찾은 조사관은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닷가에 심어진 7만여 그루 소나무가 모두 끝장난 상황에서 그야말로 낙락장송 한 그루가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높이도 27.5m에 달하며, 수형도 아주 예쁘고 우뚝한 소나무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일본인들은 그 나무를 기적의 소나무라 부르며, 어떤 재난에도 굴하지 않는 일본의 대화혼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그런 희망과 상징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은 헛된 꿈이었다. 쓰나미로 몰려온 바닷물이 뿌리를 완전히 침식해서, 소나무는 형체만 남아 있을 뿐, 이미 죽은 고사목이란 판정이 나오고 만 것이다. 섬겨야 하는 신(かみ)이 팔백만이나 되는 일본인들은 소나무 한 그루쯤 더 신으로 모신다고 무슨 큰일이랴 싶었나 보다. 이미 죽어버린 소나무 속을 다 파내고 시멘트를 채우고, 방부 처리한 껍질과 줄기 몇 개를 남겨서 거대한 인공 소나무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적의 소나무란 이름으로 공원을 만들어 탐방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살아남은 듯 보였던 소나무로 위로받고, 희망을 걸어보자는 마음이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그 소나무가 종내 회생할 수 없는 고사목이란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15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서 좀비 소나무를 만들고, 그 시멘트 덩어리를 기적의 소나무라 불러도 좋은 것일까? 2. 골프란 운동은 그날 굿샷을 몇 번이나 날렸느냐가 아니라, 배드샷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스코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앞자리가 6자로 바뀌니 가끔 살아온 나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비교적 큰 풍파 없이 살아왔다 싶기도 하지만, 이런 구비 저런 곡절이 왜 없었겠는가. 바라보면 부럽고 멋져 보이는 친구들은 다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고, 사고를 덜 친 친구들이다. 살면서 사고를 안 칠 수는 없다. 문제는 ‘이왕 버린 몸’이란 생각이다. 이왕 버린 몸이니, 운세가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운세가 나쁠 때 틀린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이왕 버렸으니 폭삭 망해보자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드문 패에 모두걸기하다 정말 거덜 나는 것. 그리고 불에 다 타버려 폭삭 주저앉은 집구석이지만, 그래도 뭐라도 건져보겠다고 잿더미를 뒤적이는 행보다. 무얼 택할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만 때려잡으면 민주주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분단 조국은 단박에 통일이 되리란 생각이 얼마나 나이브했던가. 그렇다면 윤석열이 대통령 됐다고 세상 다 망한 것처럼 해야 할 일도 손 놓고 있는, 좋게 말하면 직무유기요, 있는 대로 말하면 시대 앞의 저 죄인들을 어찌할꼬. 민주당 이야기다. 분김에 고향말로 적어본다. 시방 뭣들 하는겨. 이왕 버린 몸이라 이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