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것들은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다. 토끼는 지그재그로 달리고 사슴은 펄쩍 뛰어 오른다. 맹수의 추적을 따돌리는 방법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본능으로 안다. 사람 역시 다르지 않다. 몸을 숨기려는 사람은 목적지까지 단숨에 가지 않는다.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때도 미행하는 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버스나 전철이 도착해도 바로 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올라탄다. 내릴 때는 목적지로부터 두 정거장 전에 내리는데, 역시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린다. 최종 목적지로 향할 때도 곧장 가지 않는다. 큰길을 피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만 골라서 걷는데, 뒤따르는 그림자가 없는지 모서리를 꺾을 때마다 확인한다. 사내 역시 그랬다. 삼십여 년 전, 사내는 시국사건 수배자로 청춘의 한 토막을 보냈다. 그 시절, 사내에게는 지켜야 할 수칙이 있..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6월 21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탑재된 ‘누리호’는 매끈하고 날씬한 모습이었다. 발사대를 차고 오른 누리호는 탑재한 인공위성을 고도 700km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력 기술로 위성 발사가 가능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우주 강국은 물론 미래 세계의 꿈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위성을 실은 발사체의 발사가 언제든 가능한 만큼 우주 개발에 독립적인 ‘우주 주권’을 확보한 셈이다. 이는 37만 개의 부픔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게 하는 첨단 기술이 있었고 2010년부터 연 1000여 명과 300여 개 국내 기업 인력과 예산과 투지력과 단합된 가슴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달로 가는 길』이..
7월 4일은 1972년 남북 당국 최초의 합의 7. 4 공동성명이 채택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비공개 방북하여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과 남북조절위원회 구성 운영, 그리고 남북간 통신선 연결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당시 보도 등을 살펴 보면 7·4 공동성명 발표로 엄중한 남북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껏 올라갔던 상황으로 보여 진다. 당시 이후락 중정부장은 만일을 대비해서 청산가리를 소지하고 방북했다고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7.4 공동성명 채택이후 남북관계는 호전되지 못하였다.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남한에서는 유신독재 그리고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헌법 개정으로 김일성 장기 집권체계가 마련되는 등 남북한 정권 유지에 활용된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다..
우리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이은 고임금까지 ‘4고(高) 복합위기’에 무역수지까지 비상이다. 올 들어 6월까지 상반기 무역수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10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5월까지 10~20%대 증가세를 보인 수출도 지난달엔 5.4%대에 그쳤다. 무역수지는 4~6월 연속 적자다. 3개월 이상 무역적자는 14년 만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28년 만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다. 5월(10억9900만 달러)과 6월(12억1400만 달러) 연속 적자다. 199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기록들이 속출하고 있다. 만성적자인 일본에 이어 대중국 무역마저 적자구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중국 무역은 지난해 242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발생해 홍콩(352억달러), 베트남(328억 달러)에 이..
옥주현 사태로 헤겔의 변증법을 깨치다. 옥주현이 등장하는 뮤지컬 동네 논쟁에 ‘지양’이라는 말이 고개 들었다. 어떤 문제의 시비를 가리는 도구로 쓰인 이 말,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 ‘샤워기 물 낭비 사태’였다. 옥주현은 공연 날 ... 수증기가 목 관리를 위한 것으로 ... 배우와 관계자들이 ‘물이 낭비되니 지양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물을 쉬지 않고 튼다고... - ‘모든 허위 사실 작성, 유통 등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당사 및 배우와 관련해 추측성 보도는 지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그 단어를 썼다. 다른 기사지만 느낌이나 어색한(서툰) 어휘 전개가 흡사하다. 의도가 불결한, 낚시성 기사로 의심된다. 여러 매체가 약속이나 한 듯 이 기사를 실은 걸 보니 ‘대박’을 기대한 어떤 세력의 작전 아닌가 생각도 든다. 요즘 기자, 언론사들은 참 여러 가지 한다. 독자의 신뢰는 망가지겠고. 한자로 止揚이다. 止는 ‘멈추다’ 揚은 ‘오르다’의 뜻. 옳고 그름 시비(是非)처럼 ‘하지 말자’는 止와 ‘하자’는 揚의 서로 어긋나는 속뜻 단어가 함께 붙었다. 한자는 하나하나가 한 단어다. 한 글자만 써도 되고, 몇 개를 붙여 새 뜻을 만들 수도 있다. 원래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쓰던 말이 아니었다. 명치유신(1867년) 이후 구미(歐美)의 문물(文物)을 받아들이는데 온 힘을 쏟은 왜(倭 일본)가 헤겔 변증법을 번역하며 만든 ‘용어’였다. 유럽과 미국의 선진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왜는 구미에 굴종적이었던 것과는 딴판으로 이웃국가를 침략한다. 왜가 번역한 (한자로 된) 용어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쓰이데 된 계기다. 정반합(正反合)으로 기억되는 헤겔 변증법의 한 해설에서 이 용어의 의미를 보자. - 아우프헤벤(Aufheben)은 '폐기함'과 동시에 '보존하는' 것이다. 이는 헤겔 철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다. - 헤겔은 이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를 활용해, (변증법상에서) 낡은 질(質)이 부정되고 새로운 질로 옮겨 갈 때 낡은 질에 있던 것이 모두 부정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고 그 안의 적극적인 것은 새로운 질의 내부에 보존된다는 식으로 논리를 구성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독일어 단어 ‘아우프헤벤’을 헤겔은 ‘이러저러한 의미’의 변증법 (철학)용어로 채택했고, 일본이 이를 止揚이라 번역한 것을 우리가 쓰게 됐다. 이런 머리 아픈, 어려운 말을 어쩌다 ‘옥주현 사태’의 홍보팀이 ‘하지 말아달라.’는 뜻의 ‘좀 있어 보이는 말’로 쓴 것일까? 개 발에 편자, 상상해보자. 편자는 말굽에 대는 쇳조각이다. 이 편자처럼 ‘지양’이란 말, 뜻도 모르며 의미도 망가진 채 쓰는 이들이 꽤 있다. ‘옥주현과 개 발의 편자 언어’ 쯤으로 기억될, 요즘 말 ‘황당 시츄에이션’이다. 지양, 그 말 안 쓰는 게 낫다. ‘하지 말자.’면 너무 충분하다.
밤새 천둥을 동반한 굵은 비가 내렸다. 낮에도 앞을 가려볼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강물이 불어나면서 교통이 통제되었다. 이북지역인 북쪽에도 28일 밤부터 7월 1일까지 개성과 강원도 황해남북도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경보가 있었다. 그리고 평양을 비롯한 일부지역에 위험 수위를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남북이 동시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지만 사전 통지도 없이 황강댐의 방류는 불안한 예감을 넘어 괴씸한 생각마저 든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북쪽에서 최악의 재난상황이 된다. 도로와 철길이 파괴되고 농경지가 물에 잠기면서 눈앞에서 다 자란 농작물을 잃게 된다. 2020년에도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비롯한 일부지역이 폭우로 피해를 입었다.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최고지도자가 황해북도 은파군을 방문하면서 식량..
한겨레신문은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3월 6일부터 ‘노지원 · 김혜윤 기자 우크라 접경지대를 가다’ 라는 타이틀을 걸고 매일같이 현지 취재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라는 타이틀로 20회 이상 연재중이다. 기자에게 현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사들이 진실을 전달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겨레신문이 현지 취재라며 전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보도는 객관적 진실을 담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다른 모든 언론이 편향적이더라도 한겨레신문은 진실을 추적해 보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언론학자들은 대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면서 객관적 보도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형용모순이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이성적이라는 말이며, 그 안에 진실이 있다는 의미다. 주관적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가운데 오로지 이성의 판단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객관성이다. 한겨레신문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도는 이 본령에서 벗어나 있다. 6월 20일자 기사 ‘죽어서야 집으로…가족들은 관 위로 무너졌다 [우크라 현지]’는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 “군복을 입은 병사 여럿이 삽을 들고 새로 구덩이를 팠다.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영웅’을 묻을 자리다. …18일(현지시각) 낮 12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외곽 도시 부차에 있는 ‘영웅의 골목’ 묘지에선 이날도 장례식이 열렸다.” 주관적 감정을 배제한 이성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게 포퓰리즘이다. 기자들은 비교적 평화로운 수도 키예프에 머물면서 스케치한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돈바스 지역이 아닌, 우크라이나 정부가 허가한 제한된 지역에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로부터 보고 들은 대로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진중한 생각 없이 그런 현장을 보면 감정이 고조되기 쉬운데, 그걸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런 감정을 독자들에게 이입시키고 있는 셈이다. 6월 22일자 기사 ‘밤 11시 통행금지…적막 속에 불안이 스며든다 [우크라 현지]’를 보자. “우크라이나군이 수도를 탈환한 뒤 키이우 시민들은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듯 보인다. 그러나 어둠이 내리고 야간 통행금지 시각이 다가오면 거리는 적막 속에 빠져들고 전쟁의 긴장감이 다시 도시를 엄습한다.” 기사인가, 소설인가? 한겨레신문은 6월 28일, 우크라이나 시민 10명에게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요?” 라고 물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한결같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로부터 재탈환할 때까지 전쟁을 이어가야 하고,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강경한 발언들이이었다. 우크라이나 시민 10명이라고 했지만, 모두 키예프 시민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전달하는 기사에는 빠짐없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에 연대하는 한겨레에 후원해주세요’ 라는 내용의 배너가 등장하는 것도 개운치 않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조리 때 발생하는 매캐한 연기와 청소할 때 사용하는 독한 세정제 증기를 들이마시며 일을 해야 한다. 인력도 부족해 이른 바 ‘만성골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폐암에 걸리고 끝내 숨지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급식 노동자가 업무에 시달려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성실이 일했으나 지금 골병에 시달려 죽음 앞에 놓여있다”며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임태희 교육감 출근을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 정상화 ▲대체인력제도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등이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7일에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주최 ‘경기도내 학교급식실 집단 산업재해 고발 기자회견’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렸다. 당시 광명시 한 중학교의 급식실 노동자가 이렇게 절규했다. “튀김·볶음 조리 때는 3시간 가까이 가스·연기·열기·수증기·기름 냄새를 다 마시고 조리 후에는 대형 부침기와 볶음 솥이 식기 전에 화학약품을 발라가며 세척하면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속이 메스꺼웠다”고.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들은 작업 도중 쓰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학교급식 종사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심각하다. ‘고온의 튀김·볶음·구이요리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엔 미세먼지와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 성분을 국제암기구는 발암 발생 가능물질로 분류한다. 실제로 몇 해 전 수원시 모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 중 사망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조리노동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안양시의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조리실무사도 중 락스 중독으로 쓰러졌다. 이들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현재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신청은 총 64건이다. 이처럼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급식실 유해요인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학비노조 측은 급식 노동자 사망의 핵심 원인은 인력부족이라고 주장한다. 공공기관 급식노동자의 식수인원은 한 사람당 70명이지만 교육청은 150명이라는 것이다. 이에 학비노조 경기지부와 경기교육청은 급식실 적정인원 배치를 위한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그러나 노조는 교육청이 면피성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청이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산재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들이 불합리한 계급 사회를 배우고 있다’는 이들의 외침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도 생명력이 깃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1인 가구가 늘고 이웃 간의 단절현상이 심화되면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638만 가구였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313만 가구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이제 집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애완’이 아니라 ‘반려’로써 인간의 가족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가족을 잃은 것처럼 깊은 슬픔에 잠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는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법 때문에 반려동물의 사체를 자기 땅에 묻는..
애견 간식이 배달됐다. 가격은 종전과 같은데 크기가 줄었다. 점심시간, 1만 원 미만으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쉽지 않다. 휘발유 1리터 가격이 21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고속도로엔 시속 80~90km의 ‘정속’ 주행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高)물가 시대, 일상의 한 모퉁이다. 한편, 주가 급락에 따라 증시엔 신용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엔 이자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빚투’에 나섰던 젊은이들의 곡소리가 심상치 않다. 전기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최저임금 동결’을 주창한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이기주의적 발로의 주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28일,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가 연쇄 상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가상승에 걸맞은 임금인상이 확보돼야 경제도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최저임금 인상’에 줄곧 비판적이었던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기자들도 고물가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엔 동아일보가 4.7%를, 지난 4월엔 중앙일보·JTBC가 기본연봉 6% 인상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상승률 4.7% 전망”, 추 부총리의 “6~8월 물가 6%대 예상” 수치와 맞아 떨어지는 임금인상률이다. 예년엔 물가상승률이 2%대여서 임금인상률도 2%대였다.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4.7~6%대여서 그에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위기 상황서 경제주체 한쪽의 일방적 희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때엔 노 젓기(Rowing)보다 방향잡기(Steering)를 잘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재벌 대기업에게 법인세를 인하해주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법인세는 인하하지 않은 정책은 그 방향이 잘못됐다. 공감하기 어렵다. 사내유보금을 켜켜이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에겐 법인세 인하보다 신규 투자를 위한 ‘규제 타파’와 ‘원스톱 행정서비스 제공’이 급선무다. 중소기업 경영난 해결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인력난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노동 환경과 임금 수준이 대기업보다 열악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정부는 세세한 개입보다는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의 미래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경제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줘야 한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국내보다는 국외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정부는 외교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전쟁의 위기를 자극해선 안 된다. 대통령과 장관의 발언이 수시로 바뀌어서도 안 된다. 정책실패 최소화와 정부신뢰 제고… 고물가 시대에 필요한 ‘방향잡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