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한겨레신문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다 군사정권에 의해 해직된 기자들이 만든 신문이다. 그 해직기자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분이 바로 리영희 선생이다. 선생은 한겨레신문의 창간 멤버로서 재정적인 면에서의 기여는 물론이고 뼈를 깎는 실천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 방향을 제시해준 셈이다. 선생의 저널리즘 철학은 한 마디로 해서 진실의 추구였다. 선생이 『역설의 변증』(1987)에서, “이 글들을 쓰는 목적은 오로지 진실로 통용되고 있는 허위의 진상을 밝혀내고, 허위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허위구조’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회고한 글이다. “사실 말이지 나에게 있어서 글 쓰는 작업은 자료수집이 거의 90퍼센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니 그 고생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 순간마다 국제관계 전반에 대해서 날카롭게 살펴야 하고, 하찮은 것같이 보이는 어떤 힌트가 있어도 그것이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그 수평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이런 일은 소위 국제정치학자들은 하지 않고 또 하지도 못하는 일이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 특히 국제관계에서는 나라마다 국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와 그 나라 언론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정부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단서일 뿐, 본격적인 취재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다면서 키예프에 간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무슨 노력을 했을까? 한겨레신문의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보도의 취재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 미국과 영국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현지라고는 하지만 키예프에 한정된 지역에서 피상적으로 보고들은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쟁연구소의 발표도 그대로 인용한다. 리영희 선생이라면 기사를 이렇게 안이하게 썼을까? 선생은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외신들 가운데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는 자료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장은 단서를 찾는 데 유용할 따름이다. 무슨 큰 사고가 나더라도 현장에 가는 것은 단서를 찾기 위함이지 보고 들은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대학』에 이런 말이 있다. 생각을 집중하지 않으면, 보인다고 본 것이 아니고, 들린다고 들은 게 아니다.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물며 이해당사자 한쪽의 말만 듣는 안이함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다. 하루하루 전황의 보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이 정녕코 창간 정신과 리영희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글처럼 그리운 게 또 있을까. 그립고 그리워서 보물 같은 게 또 있을까. 보물은 박물관에만 있지 않아서, 달력에 적힌 글 몇 줄도 보물일 수 있다. 이를테면 농촌지도소에서 농민들에게 배포한 달력도 그중 하나다. 그림은 없고 숫자만 커다랗게 인쇄된 달력에는, 음력과 절기와 국경일이 적혀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날마다 그 달력에 기록을 하였다. 날짜가 인쇄된 네모난 칸 안에 ‘찹쌀 한 말(육손네)’, ‘비료 열 포대(화원댁)’, 같은 글귀를 써넣었는데, 빌린 것과 빌려준 것의 수량과 액수를 분명하게 밝혀 적었다. 빼곡하게 적힌 글귀가, 그러니까 잡다한 기록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음을 그녀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시골집 방에 걸린 달력이 그녀의 눈에 처음 밟혔다. 하마터면 불쏘시개로 태워지고 말았을 달력이었다. 아..
원·달러 환율이 비상이다. 지난주 15일엔 1326.1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만 1월1일 기준(1188.9) 11% 이상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우려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린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국내 고물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환율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환율은 계속 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게다가 오는 27일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6월 수출입물가지수’는 지난달보다 0.5% 올랐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3.6% 높은 수준이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5월보다 0.1%, 지난해 6월보..
본보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 창립 16주년을 앞두고 강순하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14일자 3면) 강위원장은 김 지사를 만나본 직원들이 “전임 지사와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어 직원들이 안심,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딱딱하지 않은, 소통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도 오랫동안 하셨기 때문에 누구보다 공무원의 심리를 잘 아는 김동연 지사가 폭넓은 마음으로 도청 공무원들의 고충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도지사로서 도민들과의 소통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식구인 도청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신뢰, 소통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지사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리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경공노 제16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김지사도 경기도 공..
나는 숙박형 체험학습 반대론자에 가깝다. 반대하는 이유가 대단히 많은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게 어린 시절 겪었던 수학여행이 지옥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낮까지는 평범한 체험학습인데 저녁이 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탈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술을 텀블러에 담아서 오고, 다른 누군가는 캐리어 숨은 공간에 소주를 넣어왔다. 밤이 되면 온갖 일탈이 벌어졌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숙취에 절여진 채 전세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끔찍했던 체험학습의 한 장면은 중학교 수학여행 첫째날 밤에 친구가 만취해서 똑같이 만취해서 복도를 돌아다니던 교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던 모습이다. 아무리 소지품 검사를 해도 무언가를 귀신같이 숨겨오는 아이들을 다 잡아낼 수 없었다. 나도 우리 방 분위기에 휩쓸려서 일탈을 함께 저질렀고 인생의..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베 총살과 관련해 우리나라 안중근 장군의 이등박문 총살(1909년)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一角)에서 ‘말’이 일고 있다. ‘이토(이등박문)를 처벌한 것은 독립운동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WSJ가 말하듯 ‘정치폭력 역사’에 해당하지 않으니, 미국인들의 역사인식 부재(不在)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먼저 명확히 할 것이 있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총격은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그것처럼) 한일(韓日) 간 전쟁에서의 전투행위다. ‘독립운동’을 넘어서는 뜻이다. 우리 임시정부 김구 주석 등과의 협의를 거친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 두목을 처벌한 하얼빈 역의 총격은 당연하다. 또 당당하다. 그게 그거 아녀? 할 이 있을까? 우리나라를 남한(South Korea)으로 부르는 것과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는 것의 차이보다 훨씬 큰 의미의 차이가 있다. 미국(언론)의 ‘정치폭력’ 시각(視角)도, 국내 일각의 ‘독립을 위한 민간운동(캠페인)’ 시각도 교정(矯正)되거나 조정(調整)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처절한 전쟁이었다. 흔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했듯, 뒤통수를 몰래 봐버리는 야비한 짓과 어찌 비교되랴. 하나 더 명확히 하자. 일본은 이미 우리(가 신경 쓰는) 상대가 아니다. 가끔 대한민국과 일본을 같은 줄에 걸어놓고 생각하는 국내외의 관성(慣性)이나 통념이 실소나 짜증을 부른다. 과거의 기억 때문이겠다. 근거 없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지우면 둘 사이 친선이 가능하다. 총살된 두 일본 정치인에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전쟁광(戰爭狂)들이었다. 황당한 논리로 제 국민과 이웃나라를 속이고 전쟁을 획책했다. 이토의 ‘동아시아 공영(共榮)’과 아베가 추진해온 ‘평화헌법’이 그것이다. 바탕과 명분 없는 정치꾼은 전쟁을 벌여야 먹고산다. 나라도 다르지 않다. 히틀러나 푸틴 사례에서도 읽힌다. 돈과 요트도, 미녀 애인과 검은 권력의 꿀맛도 실은 아지랑이 한 줄기에 지나지 않으니 저 어리석음을 어쩌랴. 이념, 애국심, 역사... 자빠졌네. 왜들 사니? 전쟁을 ‘함께 번영함(共榮)’이라고, 전쟁하는 나라를 ‘평화국가’라고 사기 치는 것을 모순어법(矛盾語法)으로 보자. 고대 그리스 철학이 빚은 개념 옥시모론(oxymoron)의 번역어다. 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보기를 통해 이를 배웠다. ‘옥시’는 똑똑한, ‘모론’은 멍청이란 뜻이니 ‘똑똑한 바보’라는 그 자체 모순된 단어묶음이다. 이를 배우는 이유는 그 사기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또 직감적으로 쉬 파악하고자 함이다. 영리한 졸장부들이 거는 제목(구호)은 늘 그 실체(속셈)와 다르니 극히 조심할 것. 하여간, 전쟁하려는 자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는다. 그 총성의 뜻일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하락했다. 조중동은 사설로 ‘인사, 검찰, 대통령 발언, 김건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미디어오늘, 7.13자). 지지율 회복을 위해 여권은 ‘서해 공무원 피살’ ‘어민 북송’이라는 ‘신북풍 몰이’를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하지만 매카시즘(초보수적인 반공주의)에 불과하다. ‘해묵은’ 전술이다. 어떻게 해야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까?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나토회의 참석 후 ‘두문불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이미지(President Identification)’도 관리를 해야 한다. ‘인사’, ‘검찰’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대단한 사건도 아닌 대통령의 발언, 혹은 복장 등이 대단한 문제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하지만 도어스테핑 중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 “(지지율)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는 발언은 대다수의 사람이 ‘틀렸다’고 봤다. 그것은 상식이다. 국민과 언론이 두렵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대통령의 발언은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국민적 관심거리다. 대통령 발언의 중차대함을 간과한 과실(過失)이 아닐 수 없다. 지지율을 깎아먹은 주된 이유다. 게다가 복장에도 뒷말들이 무성하다. 대통령의 복장이 가십거리가 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의 복장은 국가적 홍보행위이자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복장은 이미지와 권위를 나타내는 요소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 2는 공직자의 ‘단정한 복장’을 권장하고 있다. 복장은 몸에 잘 맞고 부조화가 없어야 한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크거나 작으면 곤란하고, 양복바지 가랑이가 너무 넓어도 안 된다(이대희,《감성정부》2008). 적어도 대통령의 언어와 복장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언어와 복장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다. 대통령의 내면과 연결되는 본질이다. 지난 5월, 조선일보의 윤 대통령 정장 재단사 인터뷰 기사. “바지통 넉넉하게, 대통령 이건 양보 안 하더라” “요즘도 TV에서 대통령님을 보면 다시 바지통을 줄여드리고 싶다”는 인터뷰이의 발언은 그래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 언어를 바꾸고 복장을 바꾸는 ‘변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인 마음먹기 나름이다. ‘생존 위기’에 처한 국민은 대통령에게 이데올로기적 ‘개혁’을 원치 않는다. <改>고칠 개, <革>가죽 혁. ‘개혁’은 가죽을 벗겨내는 일이다. ‘무거운’ 단어다. 하지만 ‘변신’은 ‘살가운’ 단어다. 간단하지만 ‘정답’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70여일, ‘대통령 지지율 33%(지난 14일자 발표 NBS)’. 대통령은 이데올로기를 멀리하고, ‘동반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 ‘승자독식’에 취해 있어선 안 된다. “지지율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여권의 언어유희에 휘둘려도 안 된다. 언론과 야권의 비판을 경청하고, 지지율 추이에 전략적으로 ‘변신’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하는 정부, 발전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단체 혹은 기업에서 주최하는 사전제작지원 공모사업에는 적게는 수백 편, 많게는 수천 편의 영화 시나리오들이 쏟아져 들어 온다. 제작 지원금의 규모는 실로 다양한데 단편의 경우에는 수백만원이나 천만원 짜리가 있고 장편의 경우는 1억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작품들이 너무 많다 보니 늘 문제는 심사를 하는 것이다. 심사 의뢰를 받고 자료들을 열람하면 항상 입부터 벌어진다. 이걸 다 언제 보나 싶어서이다. 응모 작품이 많다는 것은 두 가지이다. 영화를 만들겠다, 영화를 업으로 삼겠다, 영화에 일생을 걸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며 감독의 길이 됐든 시나리오 작가의 길이 됐든 영화계 안으로 들어 오는 등용의 문이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화 인력의 공급이 많다 보니 나눠 써야 하는 물적 토대는..
귀는 소리가 고이는 저수지 그대와 한 번 본 파도가 귀에 산다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찾아가는 공공사무원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찾아가는 공공사무원’ 중간 성과보고회에서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올해 용인시와 구리시, 안성시에서 각 10명씩 총 30명의 공공사무원을 채용했으며 현재까지만 해도 총 433개 소상공인 업체를 대상으로 908건의 사업 참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찾아가는 공공사무원이 “소상공인과 경력단절 여성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들이 소상공인이나 영세민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막상 혜택 대상자들은 정보에 어두워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찾아가는 공공사무원 사업’은 이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됐다. 이 사업은 회계·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