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우크라이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식량안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09.19(2020년 100)로 1년 전보다 7.6%나 올라 10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여파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 1분기 식비 지출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식비 비중(13.2%)의 3배를 웃돌았다. 유럽의 빵공장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2년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158.3포인트 대비 0.6% 소폭 하락했지만 밀 등 주요 곡물가는 전월보다 2.2% 오름세를 이어갔다. FAO는 2022~23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과 소비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0.6%, 0.1% 감소..
“이 땅에 저널리즘은 있는가?”는 지난 6월 4일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굿바이전‘작가 일동이 내 성명서의 제목이다. 이 성명이 나오기 전날인 6월 3일 한국기자협회는 “서울민예총...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기자협회 ‘협박 성명서’ 덕분에 서울민예총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광주시의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 전(展)-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 ‘조선일보 두루마리 휴지’의 오종선 작가, 박근혜-최순실을 풍자한 ‘더러운 잠’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이구영 작가 등 만화, 회화, 캐리커처, 일러스트 분야의 작가 18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던 테라·루나의 가격 폭락으로 인하여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테라는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탈중앙화에 대한 매니아들의 맹목적 신뢰와 가격상승 편향의 알고리즘 구축으로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테라 신화 몰락의 요인은 알고리즘 자체의 결함이다. 테라의 알고리즘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시장을 상정하였기에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가격안정 시스템은 적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본 것이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거나 이를 경시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법정화폐는 수십만 년 인류 진화의 DNA가 내재화된 정치·경제·사회적 산물이다. 암호화폐는 정치로..
성장과 부를 추구하며 빠르게 달려가던 세상은 육체적, 정신적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웰빙(well-being)’을 일으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와 회복을 추구하는 ‘힐링(healing)’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제 칠랙스(chillax)의 시대다. ‘쉬다, 놀다’를 의미하는 ‘chill’과 휴식을 의미하는 ‘relax’가 합쳐져 생겨난 속어 ‘chillax’는 ‘느긋하게 쉬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다. ‘chill’의 본래 뜻은 ‘무언가를 얼지 않을 정도로만 차갑게 한다’지만, 영어적 표현인 ‘cool’과 비슷하게 쓰인다. 즉, 시원하고 차분(cool)한 태도는 한층 나아가 삶이 과열되지 않도록 차갑게 식혀주는(chill) 삶에 대한 태도로 진화됐다. 실제로 칠랙스는 ‘긴장 풀다’를 의미하는 ‘chill out’..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폭넓게 정의한 전시·박람회와 산업을 마이스(MICE)산업이라고 한다. 대규모 회의나 전시회 등을 아우르는 마이스 산업은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획사·개최지·숙박업체·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면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한국관광공사는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1배나 되며 체류기간도 1.4배라고 한다. 일자리 창출과 도시브랜드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 세계 각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산업’ ‘굴뚝 없는 산업’이라며 마이스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마이스산업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수도 서울과 인접해 있는 데다 국제공항, 국제항구가 지척에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역사와 자연·문화에 더해 안보라는 특화 관광자원이 있다. 갖출 것을 다 갖춘 지역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엔 마이스 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도 마이스산업 중장기 육성 종합계획(2022~2026)’을 수립하기도 했다. ▲경기 마이스 정책기반 강화 ▲경기 마이스산업 역량강화 ▲경기 지역특화 마이스 육성 지원 강화 ▲경기 마이스 유치·개최 지역협력 강화 등 4대 전략 방향의 14개 세부 추진사업이다. 31개 시·군을 특색별로 구분해 유망 마이스 도시를 발굴하고, 지역 기반 산업을 반영한 마이스 행사를 적극 유치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스마트 마이스 기업 육성 및 지원과 함께 유니크 베뉴(이색 회의명소) 지역 마이스 선도 모델 개발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마이스산업은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도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시·컨벤션 행사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벌써부터 유의미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세계적 권위를 지닌 ‘BD 트래블 어워즈 2022’에서 ‘아시아 최고 마이스 개최지(Best Destination for MICE, Asia)’ 부문을 수상했다. 여행업계 권위지인 ‘비즈니스 데스티네이션즈’가 수여하는 이 상은 비즈니스 잡지인 ‘포춘’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의 경영자와 마이스 관계자 등이 투표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번엔 업계 관계자 1500여명이 참가하는 고부가 가치의 의학·공학 분야 국제학술대회 3개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8일엔 대한세포병리학회, 한국연소학회, 필드로봇소사이어티와 경기 마이스(MICE)의 성공적인 개최와 홍보를 위한 상호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7~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3 대한세포병리학회 학술대회'가 열린다. 그동안 서울에서 열렸던 이 대회는 국내 세포병리분야 교육의 대표 학술대회다. 또 내년 6월 19~2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로봇 전문학회인 필드로봇소사이어티 주최 ‘2023 국제지능형 자율시스템 학술대회’가 열린다. 내년 7월 23~28일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한국연소학회의 '2023 국제 연소화학반응 시스템공학 학술대회'도 개최된다. ‘국제적 마이스 개최지’를 만들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경기도 분도론은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경기북도 설치주장이 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선 후엔 인수위 안에 ‘경기북도설치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하는 등 경기북도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여야 협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당선인은 지난 7일 오후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김성원 위원장에게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측 인사추천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협치에 동의했다. 김 도당위원장은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어 김 당선인과 생각이 같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역대 도지사들은 정치력 약화 등의 문제로..
기억을 환기하는 일조차 두려운 2014년 4월 16일, 언론은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사건을 보도했다. 정부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가 초대형 오보가 된 사례였다. 정부발표도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정부발표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었다. 더구나 학생들의 생명과 관련된 정부발표였기에 언론이 그대로 믿을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니었다. 결국 언론이 전달한 거짓뉴스에 국민은 속았다. ‘기레기’는 이때 잉태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국토교통부가 큰 잘못을 했다. 6월 4일 오전 “장관 바뀌더니 미래를 내다보는 ’영험한‘ 국토교통부”라는 제목의 기사로 SBS 김범주 기자가 세상에 알렸다. 김 기자에 따르면 선거 이틀 전인 5월 30일 월요일 아침 7시 37..
석파정 미술관에서 본 비구상 화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는 너무 낯설어서 잊고 싶은 그림이다. 브레히트가 연극에서 시도했던 낯설게 하기, 생소화효과(소외효과)가 회화에서 통용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잊고 싶을수록 잊혀 지지 않아서 왜 그런지 따져 묻는다. 어디서부턴가 시작된 선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진 건 무얼 뜻하는 것일까?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선으로부터는 '작은 것의 큼'으로 받아들여질 법 하다. 선은 위에서 아래로 소멸돼 가지만 거꾸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없음 혹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이 생성된다. 도덕경 63장에 나오는 '대소다소(大小多少)'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적은 것이 곧 크고 많은 것이라는 선문답 같은 가르침을 비구상 회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비구상은 경전과 일맥상통..
‘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필자가 본지에 기고를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주거환경 개선 등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 사회적경제기업의 연구개발(R&D)과 제조기반 조성 및 기술사업화, 마을공동체 기금조성과 활용, 사회적경제 육성 정책과 사회적기업 혁신, 일반기업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 사회적기업 창업과 성장, 지속가능한 마을 경영, 사회적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자산으로서의 기술가치, 사회적기업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위한 사회적금융, 그리고 소셜벤처와 ESG경영 등을 다루며 독자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구하고자 하였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한 가지는, 생존과 지속가능 기반이 부족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법·제도의 보완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이전 정부·여당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관련 법을 법제화하지 못하고 차기 정부에 중요한 책무를 넘김으로써 사회적기업인과 사회적활동가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기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업인들이 수십 년 동안 공들여 다져온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조성을 짧은 기간에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등을 통해 너무 과한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 2007년과 2012년에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15년여 동안 사회적기업 육성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소셜벤처는 가장 최근에 법제화되어 중소기업의 새로운 가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주안점을 두는 대표적인 사회적경제기업이며, 예비사회적기업들은 정부 부처와 광역자치단체의 공공제로서의 역할 중 일부를 대행하기도 한다. 마을기업은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주체로서 양적인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으며, 협동조합은 7가지의 원칙과 기본 가치에 충실해야 하는 사회적경제의 핵심이 되는 이해당사자이다. 이러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균형잡힌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 창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공공부문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가 설립 및 운영 지원이 필요한 몇몇 기업들이 도움을 받는 수준의 비주류 경제에서 탈피해 나가야 하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경영을 기반으로 국가경제의 주류 경제로 발전해 갈 수 있는 동기와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새 정부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그간에 이루어 온 사회적경제의 공과를 잘 살펴서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주리라 기대해 본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는 사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요. 반대할 권리,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야말로 선진적인 민주주의의 이상이라는 개념은 백번 옳은 관점이에요. 인위적으로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찬반이 51대 49로 만들어지고, 어떤 경우에도 51이 49를 무시하지 않는 정치구조를 지향할 때 성숙한 민주주의는 달성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민심의 추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걸핏하면 싹쓸이 투표 현상이 나타나곤 해온 근래의 우리 선거사는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해왔다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이른바 일방적인 승리를 불러오는 ‘몰표’ 현상이 잦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난맥상이거든요. ‘절대다수’라는 조건은 흔히 ‘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