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
시장과 시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예비 후보들의 문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 지방 선거도 이전처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막강한 힘을 감안하면 열기 없는 선거가 낯설 뿐 아니라 시민들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초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그 자체를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과 환경, 복지, 문화, 건축 등 눈 뜨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건축 등 각종 인허가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 권한이다. 지난 2011년 녹지 변경 권한 등을 기초정부로 이전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의 힘은 더욱 막강해..
2022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간 옛 서울대 농대였던 경기상상캠퍼스, 그리고 캠퍼스 서쪽으로 이어진 탑동시민농장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연한 감소세와 의료체계 안정에 따라 대부분의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한 이후 전국에서 대면 축제와 행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2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를 비롯해, 23일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리는 ‘수원연등축제’와 5월 어린이날 ‘수원어린이청소년한마당’도 대면 행사로 열린다. 수원시는 대규모 일자리박람회 등 채용행사와 관광·교육·체육 등 프로그램과 체험도 대면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2년 넘게 우리나라를 지배해온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
지난 3·9 대선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졌고, 그 뒤로 예수가 광야에서 헤맨 날짜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충격은 가실 줄 모른다. 숱하게 많은 사람이 패닉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대선 끝난 뒤로 땅만 쳐다보며 걷는 중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앞으로 닥쳐올 불우한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지금, 자기 책을 불사르라던 명나라 이탁오를 떠올린다. 명나라 말 복건성 천주부에서 태어난 탁오 이지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분서(焚書)다. 이 책에서 그는 유불선의 가르침은 똑같으며, 공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경전을 해석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자학자가 보기에 이런 사문난적이 없겠다. 결국 감옥에 갇혔고, 나이 76세에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한다. 그가 자기 책을 분서라 이름한..
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
요사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존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청원 게시판도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청원 게시판의 효용성은 있으니 게시판을 없앴다가는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등등의 주장들이 그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모델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We the People”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폐쇄됐다. 이런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건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청원 게시판이 사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해당 게시판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하소연을 하거나 자..
2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정신’ 역량이 오롯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서구 몇몇 나라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무절제한 행동은 금물이다. 통제된 삶에서 비로소 온전히 해방된 희열을 자칫 방종으로 어그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일탈과 방심은 감당 못 할 고통을 되불러올 수도 있음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높은 ‘국민 의식’ 수준만이 팬데믹 재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을 모두 해제해 오랜 기간 국민의 일상을 옥죄던 족쇄를 풀었다. 299명까지 허용하던 행사와 집회, 70%까지 가능하던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해제했다. 25일부터는 4주 이행 기간을 거쳐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독감처럼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절할 예정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그 실효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당분간 실내외를 막론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온 국민이 겪어온 불편과 상공인들의 막심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번 거리두기 해제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확진자가 16만 명으로 줄었고 감염 재생산율도 1.29에서 0.82로 낮아졌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서 감염력이 높아지는 대신 치명률이 낮아져 엔데믹(풍토병)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중에는 “코로나는 이제 감기약만 잘 먹어도 낫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는 결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거리두기 해제가 감염 재확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미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이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새로운 변이의 발생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우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일상을 온전히 복귀하려면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긴장의 끈을 아주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부터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거리에는 활기가 돌았으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뜬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심야 교통 대란, 치안 수요 급증, 의료현장의 혼선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조치였다는 답변이 무려 85.9%에 이르렀다. 이 조사 결과는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능동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코로나 팬데믹 재연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시사한다. 지난 2년여 세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전염병 혼란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로 건강하게 생존을 이어온 것은 다른 그 어느 나라에도 비견할 수 없는 건강한 ‘시민정신’, 높은 ‘국민 의식’ 덕분이었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방역지침이 풀렸음에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 위기가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이웃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의 발현은 더욱 절실하다.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의지는 추호도 흐트러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는 옛말이 있지요. ‘입은 비뚤어져도 주라(朱螺)는 바로 불어라’도 같은 뜻이지요.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워낙 이치에 닿지 않는 고약한 말들을 많이 지어내니 이를 경계하자고 내놓은 교훈일 거예요. 비뚤어진 입으로도 바른말을 하고 나발도 바로 부는데, 어찌 멀쩡한 입으로 곡변(曲辯)을 늘어놓는 사람이 이리 많으냐는 탄식의 의미도 보이는군요. 요즘은 뉴스마다 시사평론가들이 따라붙네요. 개 중에는 언론계에 오래 활약하여 전문성을 갖춘 이들도 있지만, 소위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등장시킨 정당 소속 ‘말꾼’들도 수두룩하지요. 그런데 어떤 경우든, 지식인이랍시고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멀쩡한 양반들이 하나같이 현란한 말재주로 ‘저질 청백전’을 벌이는 모습이라니 거저 혀를 내두르게 되는..
봄은 꽃의 축제이다. 약속하듯 일시에 피었다가 밤새 우수수 지고, 나뭇가지에는 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난다. 죽고 사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계절, 4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달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는 이날에 감사예배를 드리고 계란이나 떡을 나눈다. 고향 북쪽은 어떠한가. 남쪽의 봄과는 의미가 다르다. 꽃의 축제가 아니라 수령의 탄생을 기념하는 4월의 봄 축제가 열린다. 모든 행사를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에 맞추어 진행한다. 국외 예술단을 초청해 예술축전 행사도 아주 크게 한다. 부모님 생신은 잊고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아니되는 수령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평양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필품이 부족한 시기 이날에 맞추어 교복이나 당과류를 공급받으면 수령의 은덕이라고 칭송했다. 지방도 이날에는 거리를 청결하게하고 울긋불긋 꽃..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혐오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으며, 땅을 좋아한다고 했다. 탈레스가 우주 만물의 아르케(원질)는 물이라고 한 것을 연상케 한다. 상선약해(上善若海)는 어떤가? 가장 좋은 것은 바다처럼 사는 것이다. 땅에서 소비되거나 증발하지 않은 물은 바다로 모인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고 한다. 강과 하천은 다양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는 강이나 하천과는 다른 독창적인 생태환경을 형성한다. 강과 바다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뱃길을 내주기도 한다. 35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된 곳도 바다였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