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시대까지 도래하면서 경제성장률에 적신호가 켜졌다. 온 국민이 가없는 경제난 고통에 빠져들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전으로 흔들린 민심을 추스르고, 현명한 정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여·야·정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는 작업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5.4% 올랐다. 특히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만으로 보는 생활물가는 무려 6.7%나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6%대로 올라선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각국의 수출 통제 탓에 연일 치솟는 원유, 원자재, 농·축·수산물 값이 우리 국민..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혁신 비대위를 가동한다. 구심력을 잃은 민주당이 계파간 갈등을 뚫고 쇄신을 향한 궤도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야당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엄중한 잣대의 기대와 바람으로 새집권층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 겸손하게 실력을 입증해야 할 이유들이 여권에 많이 있다. 첫째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야당의 견제론 대신 여권의 국정안정론을 선택했다. 초박빙이었지만 5년의 대임이 맡겨진 이상 ‘잘해달라’는 격려성 지지다. 중앙에 이어 압도적인 지방권력 교체까지, 거대야당에 맞설 수 있는 환경을 여당에 안겼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언제든지 국정운영이 기대에 못미친다면 회초리가 여권을 향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지방선거 투표율은 이같은 강력한 함의를 담고 있다. 투표율이 50.9%로 역대 8번의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낮고 4년전인 2018년 7회 지방선거보다 무려 9.3%포인트나 내려갔다. 이재명 안철수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면으로 나섰지만 투표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세대별 투표율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실시한 이번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세대별·성별 예측 투표율이 세대별로 대략 평균 10% 단위로 차이가 났다. 예를들면 남자의 경우 20대(29.7%)‧30대(34.8%)‧40대(40.9%)‧50대(53.8%)‧60대 이상(73.9%)로 나타났다. 여자도 20대(35.8%)‧30대(41.9%)‧40대(44.4%)‧50대(55.1%)‧60대 이상(62.9%)로 남자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남녀를 포함한 세대별 출구조사 투표율은 20대 이하(65.3%)‧30대(69.3%)‧40대(70.4%)‧50대(81.9%)‧60대 이상(84.4%)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쏠림 현상을 보였던 40~50대의 지방선거 투표율 하락이 두드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국민의힘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대선보다 지방선거에서 지지를 더 받아 승리했다기 보다는 대선때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지지자들이 지방선거에서는 대거 이탈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셋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특히 그랬듯이 표심은 변화무쌍하다. 집권후 시간이 흐르면 ‘허니문’에서 ‘여권 심판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지방선거까지 승리한만큼 지금부터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시간이다. 겸손과 실력, 내부 혁신으로 답해야 한다. 자칫 오만하고 현실에 안주해 머뭇거리면 과거 여당에게 찾아온 ‘심판 프레임’에 다시 갇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지방선거 이전처럼 야당을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는데 머물러선 안된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과 예산안 처리, 입법 등에서 정치력과 추진력을 보여할 몫이 집권여당에 있다. 이를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그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 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를 띄우는 등 개혁에 선제적인 제스쳐를 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새정부‧여당이 국민의 눈높이를 주도해 나간다면 여소야대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남 함양의 산골에 작은 텃밭을 마련하고 매 주말이면 흙과 씨름한지도 1년이 지났다. 농사라곤 제대로 지어본 적 없는 어중개비가 산촌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기실 부실한 노후준비 탓이 컸다. ‘도시빈민은 있어도 농촌빈민은 없다’는 역설은 제쳐두고라도 퇴직 후 도시생활은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서 두 시간은 족히 걸리는 먼 골짜기를 선택한 것도 그나마 땅값이 헐했기 때문이다. 농막 하나 겨우 지어놓고 농사 흉내만 내던 지난 1년, ‘개도 텃세한다’며 걱정하던 원주민들의 텃세는 웬걸 이장님과 동네 분들이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안달인지라 박복한 내게 웬 홍복인가 싶었다. 어쭙잖게 친환경으로 텃밭농사 지어볼 거라 낑낑대다 심는 작물마다 벌레밥을 만들어 보는 동네사람들마다 혀를 차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올해는 작..
내 이름은 소크라테스이다. 2500년 뒤의 사람들은 친숙하게 테스 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아테네 법정이 내린 독배형을 받으러 간다. 죄명은 아테네가 성립해 놓은 신(神)을 믿지 않고, 젊은 청년들을 유혹해 타락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눈물로 탈출을 권했지만 나는 기꺼이 독배를 들기로 했다. 내가 독배를 들고자 한 이유는 결코 악법도 법이라 지켜야 한다는 천박한 주장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무지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경고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다. 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참여해 아테네를 지키는 데 나름의 일조를 한 건강한 아테네 시민이었다. 군인을 은퇴하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평생을 바쳐 수호한 고향 아테네에 돌아왔건만 놀랍게도 아테네는 너무도 변화..
지금도 안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미드(미국에서 제작된 TV 연속 드라마) 중에는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병원에서 의사들의 인간적 고뇌를 다룬 내용이 꽤 있다. 그런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이 우리라면 너무도 간단한 부탁이나 청탁에 접한 의사가 의사의 기본 윤리를 언급하면서 면허 취소를 걱정하는 장면이다. 개인 권리를 존중하지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공적 역할이나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더욱이 그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취소된 면허를 되찾아 준 최근 판결이 논란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
선(線)은 점(點)이 모여 흘러가는 강이다. 점과 점을 딛고 걸어가는 길이다. 앞선 점의 어깨와 다음 점의 이마를 밟을 때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그런 이유로, 흘러가는 것들은 죄다 서럽다. 끌려가는 것들은 고달프고 밀려나는 것들은 안쓰럽다. 도시의 뒷골목은 둥둥 떠내려가는 것들의 비명으로 한낮에도 먹먹하다. 먹먹하든 막막하든 도시는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다. 신호등에 있는 빨간불이 세상살이에는 없다. 멈추면 죽고 흘러야 산다. 깨지든 말든 멈추지 마라. 침 발라가며 돈을 세는 손가락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전염병이 별을 삼켰다. 입과 코에서 뱉은 작은 점들이 집과 마을과 도시로 흘러들었다. 강처럼 바람처럼 흘러드는 바이러스의 점들 앞에 사람이 쳐놓은 방어선은 속수무책이었다. 점이 서고 선이 자빠졌다. 총구를 겨누는 군대도 힘으로 무장한 권력도..
지루하고 답답했던 선거도 끝났다. 현수막 피로감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여름이 오고 가면 가을이다. 모두가 역사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제 맨 정신으로 스스로를 찾아 나서 자신을 위한 진정한 행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다. 내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힘으로 학교를 다니기 위하여 집집마다 신문 배달하는 것을 지금의 아르바이트하듯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문 밖에서 던지는 신문이 집 안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싫지 않다. 이어서 일찍 배달된 신문에서 풍기는 활자의 잉크 냄새가 아침 공기와 함께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문과 인연이 깊다. 아니 문학을 하나의 업으로 생각하며 노력하는 길에서 신문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신선한 영양소를 제공했다. 사회적 정보와 함께 어떻게 살며 세상을 읽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깨우쳐주는 산..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에 이어 이번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제재를 하지 못함에 따라 ‘무용론’과 함께 상임이사국 비토권 거부 등 안보리 의사결정 변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입장은 북한의 안전 우려에 미국 등 상대국가가 적절한 고려와 상응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 도발에 따른 동북아 지역과 세계인들의 불안은 등한시한 체 같은 진영의 북한만 감싸고 도는 ‘편파적 입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개 가운데 서울·인천 시장을 포함해 12곳에서 이겼고, 더불어민주당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한 경기지사를 비롯한 5곳을 차지했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싹쓸이했던 결과와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났다. 대선 3개월여 만에 실시된 이번 선거는 국정안정론과 견제론이 맞섰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새정부 국정동력’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0.73%의 초접전으로 끝난 지난 대선은 야권 일각을 중심으로 미완의 정권교체라는 시각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계기를 여권은 명실상부한 중앙·지방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가 중앙프레임 성격을 띠면서..
6.1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 낙선한 출마자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번 선거 역시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할 만큼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했다. 각 정당 수뇌부는 전국을 누비며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당의 사활을 걸고 지원에 나섰다. 지방 선거는 분명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말이다. 출마자들도 선거 전부터 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른바 ‘철새’들도 있었다. 상당수 유권자들도 후보의 능력이나 경험, 인격보다는 정당만 보고 찍었을 것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된 것이다. 권영화 평택시의원은 지난 5월 평택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의 국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