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른 따뜻한 기류 끌어안고 길게 늘어져 굽은 산자락 침목 사이 피어난 뫼 꽃 내 발 끝에 밟힐까 낮달에 얼비친 그대의 얼굴 제비올 미술관 한옥 곡선을 타고 번지는 웃음소리 들린다 야생 꽃무리와 걸음을 잡는 매화꽃 향기에 취해 영춘화로 둘러싸인 그 정자 애상대愛想垈라 부르리 시인 소개 : 1959년 경기 의왕 출생,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 <섬강을 지나며>, 경기시인협회 회원
내 영혼 갈급할 때 들꽃 보라 하십니다. 오염된 오솔길에 희생양 되어 매서운 겨울 속에 뿌리 감추고 짓밟힌 토양에 부활꽃 피어나 보랏빛 치장하고 겸손하라 웃습니다. 발걸음 멈추어 꽃잎을 만집니다. 혈류병 여인처럼 갈급한 심정으로 주님 옷깃 만지듯 꽃잎을 만집니다. 시인 소개 : 1943년 경기 수원 출생, <순수문학>(수필)· <문예사조>(시)로 등단, 시집<목련이 피는 뜻은>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
내가 그랬습니다 해 저무는 서녘 술기운에 젖은 듯 휘청거리는 발걸음 방파제 가슴 벽에 부딪히던 파도 움찔거리던 생각은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몸살을 알고 나온지라 이마엔 아직도 미지근한 신열이 끊어 바싹 마른 입안으로 어석거리는 바다내음을 삼키며 홀짝 홀짝거리며 마셔대던 옛이야기 빨개진 얼굴 그 입술에서 단내가 펄펄 나더군요 묘한 분위기가 감돌 무렵 가을비가 부슬 부슬 뿌려대더니 바닷바람은 사정없이 가슴을 부비던데요 어쩌죠, 바다를 다 마셔버렸습니다 시인 소개 : 1955년 충남 부여 출생, 시집 ‘그대의 초상’ 발표 문학 활동, 시집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외 다수, 안산문화예술포럼 회장, 경기시인협회 회원
하나의 목련이 가고 하나의 수수꽃다리가 햇살 뒤척이면 전하지 못한 예감은 라디오 연속방송극 흑백의 목소리로 재생되고 수리조합 맞은편 행길 깊숙이 아지랑이 이고 선 우체통은 노랗게 익은 봉합엽서 지치도록 기다린다. 시인 소개 : :1959년 경북 안동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 <연꽃, 나무에서 피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여름 끝자락 바다는 잔잔히 말이 없지만 몸살을 앓았다는 바다는 아무 말이 없지만 숱한 사연 안고 찾아온 사람들을 얼마나 보듬고 쓰다듬었을까? 철지난 바닷가에서 한없으신 아버지의 마음을 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보고플 때마다 누구라도 오라 마음 열고 있는 바다 슬픔인 채로 기쁨인 채로 그 모습 그대로 오라 말없이 손 벌려 맞아주는 바다 갈매기 제 땅을 찾았다는 듯 한가로운 바닷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시인 소개 :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시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조용히 오는 것은 아름다워라’ 등 동인집 다수, 2003년 시흥시 문인분야 예술공로상 수상 경기시인협회 회원
옆 사무실 좋은 친구 졸졸대며 따라나서던 길 아래층 식당에서 콩콩한 청국장 냄새가 마음을 사로잡으니 비빔밥을 즐기던 그도 이 맛을 떨치지 못 하네 입 안 가득 삶의 씨 행방되어가는 지혜는 가벼운 발걸음 밥값이 이천 원이라네 거참, 맛도 인심도 살아있어.‘ 시인 소개 : 1955년 충남 부여 출생, 시집 ‘그대의 초상’ 발표 문학 활동, 시집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외 다수, 안산문화예술포럼 회장, 경기시인협회 회원
흔들린다고 다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가지를 붙잡고 매달려도 地心에 깊게 뿌리내린 지순한 마음 하나 내 목숨 다 하는 날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시인 소개 : 제주도 출생, 아동문예(동시)· 문학과 세상(시)으로 등단, 시집 <정박 혹은 출항>, 경기시인협회 사무국장
전보가 왔다. 햇살보다 먼저 달려와 매달리는 후텁함에 여분의 유리창을 열어젖히는데 쓰르르 쏴르르 쏴 익숙한 소리 세움 다발로 쏟아져든다 인공위성 높이에서도 펜티엄 컴퓨터의 뇌세포들도 거미줄만 얽어놓고 목격자를 기다리는데 예감으로 허물 벗고 우주리듬에 옷을 말린 성하의 배달부가 ‘장마 끝’ 화급한 전보 들이민다. 시인 소개 :1959년 경북 안동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 <연꽃, 나무에서 피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해거름 산 속 집 너눅한 울타리 연기 한 올 구름으로 올라 유년으로 가는 길 너눅한 : 떠들썩하던 것이 잠시 조용하다 시인 소개 : 1959년 경북 안동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연꽃, 나무에서 피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햇살은 아침마다 플푸트를 불며 맨발로 뛰어옵니다 통통 튀어 옵니다 새하얀 운동화 신은 하느님을 봅니다 일곱 살 개구쟁이 까르르 웃는 눈빛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파아란 꿈입니다 꽃밭에 물을 주고서 무지개를 봅니다. 시인 소개 : 1956년 경기 수원 출생, 경인일보 신춘문예(시조)·<문학예술>(시)로 등단, 시집<안개 빛 은유>, 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