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이 회복되기는커녕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연이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악재 속에 자영업자의 3분의 1이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산업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의 기반붕괴는 결코 허술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자영업을 구출하기 위한 강력한 ‘산소호흡기’가 시급하다. 나아가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영업자 2022년 실적 및 2023년 전망 설문조사’ 결과, 68.6%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올해 순익이 작년 대비 감소했다는 응답이 69.6%로 나타나 ‘백약이 무효’인 상태에 빠진 자영업계의 처절한 현실을 대변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2.5% 감소, 순익은 12.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내년 매출과 순익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적으로 내년 매출과 순익은 올해 대비 각각 3.1%, 3.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실적 악화 부담으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 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악명 높은 치안유지법의 후속판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생존이 불투명해진 친일파들이 자신의 반민족 행위를 감추고 항일 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이름만 바꿔 지금까지 유지한 법인 것이다. 문제는 법 조항이 시대에 전혀 맞지 않은 애매한 규정 투성이인 데다, 정치적으로 악용돼 헌법적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본질부터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성에 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까지 이 법의 개폐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까닭이다. 2004년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법의 폐지를 권고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미국 대표는 최소한 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2015년에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보안법 7조 찬양 및 고무 혐의와 관련한 잇단 기소사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해당 조항의 폐지를 요구한 적도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심지어 미국 국무부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 법의 폐해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나타났다. 자유당 정권에 도전했던 조봉암 선생과, 5·16쿠데타 이후 민족일보사의 조용수 사장이 이 악법의 희생자가 되었으며 유신독재 때는 간첩 조작의 흉기로 줄곧 이용되었다.…
정부는 지난 7월 6일의 ‘우주경제 비전’ 선포에 이어서, 11월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을 개최하였다. 달·화성 탐사,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의 육성, 우주인재 양성 및 우주항공 거버넌스 강화 등의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과학기술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왜 이 시점에 우주경제인가? 그 추진 전략은 적절한가? 냉전 시기 우주는 달 탐사 및 국가안보에 초점을 둔 지정학적 공간이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전략으로 총력을 다한 결과 미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은 최근 민간자본이 우주경제의 주요 행위자로서 참여하는 신우주(New Space)의 시대를 여는 동시에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스페이스 파워를 활용하여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우주 시대의 우주경제는 대결적이면서도 경쟁적인 지정·지경학적 공간이다. 주요 국가들은 19세기 말 미국의 해양 패권의 길을 연 알프레드 마한의 해양력(Sea Power) 이론을 원용하여 전략적 우주 교통로, 우주기지, 통신라인 등을 선점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미테스 약정”과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을
여행이 회복된다. 자유가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이하는 연말, 인천국제공항엔 들뜬 표정의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수는 전월 대비 7.1%로, 작년 10월에 비교하면 8배가량 급증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10월에 비하면 40%에 불과하지만 회복 속도는 빠른 편이다. 항공 노선이 가장 급증한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10월 무비자 자유여행을 허용하면서 여행이 자유로워진데다 엔화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내 물가는 치솟아 상대적으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체감되기 때문이다. 현재 20-40대에선 ‘지금 나 빼고 다 일본’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본 여행 관련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남아에 이어 대만 노선도 점점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 이전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방한했던 대만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중국의 방역규제가 완화되는 대로 한국 관광업계는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굴뚝 없는 산업’ 관광을 5대 수출사업으로 제시하고 관광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결정, 전
경기도가 각종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10·29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합동훈련실시에 이어 도민 중심 안전정책 마련에 도움을 줄 안전분야 정책 자문조직인 도민안전혁신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토목·건설 위주의 공약과 정책에 함몰돼 정작 중요한 시민안전 정책을 백안시해온 정치영역의 소중한 변화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전시행정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추진을 기대한다. 경기도는 지난 8일 수원시 권선구 롯데몰에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경찰·한전· KT·인근 병원 등 32개 기관 관계자 500여 명이 참여한 재난대응 합동훈련을 시행했다. 헬기·구급차·소방차 등 장비 85대까지 동원된 이 날 훈련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김동연 지사의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 기획됐다. 훈련은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가벽 붕괴 압사 사고·3중 추돌 교통사고 발생을 가정하고, 실제 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훈련은 구조자가 쇼핑몰 주차장에 마련된 현장 응급의료소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과정까지 재현됐다. 눈에 띈 것은 경상자는 녹색 비응급(MINOR),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심한 부상
겨울에 시작하여 또다른 겨울에도 종전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보심리전 측면에서 크나큰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현대의 고도화된 디지털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비무력적 군사활동인 정보심리전이 현대 전면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보심리전은 적국에 대한 정보 우위를 달성하고, 의사결정에 혼선을 유발하며, 적국의 사기를 약화시키면서 전세를 주도하려는 전쟁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제적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방위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프로파간다로서, 특이한 것은 익명의 해커, IT기업, 일반 시민 등 다양한 비국가행위자들까지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방식을 변화시키거나 사이버 공격을 취했고, 혹은 전쟁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등 전세 변화를 도모하는 준군사적 활동까지 수행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심리전 이해를 위해서는 전과 다른 시각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단순히 전쟁 당사자 간의 대결을 넘어 세계여론을 의식한 다양한 내러티브 경쟁, 정보를 수집하고 확산시키는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간의 대결, 그리고 다양한 층위의 민간 행위자가 가세하는 복잡한 양
연말, 이맘때쯤이면 해마다 언론 미디어에서는 올해의 사건 사고 등을 간추려 한해를 정리하는 기사가 나온다. 그중에는 올해의 단어, 신조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 본다. 직장과 사회, 국제 관계에서 지난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해를 반추하는 MZ세대들의 말을 한번 살펴보자. 중꺽마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세 글자로 줄여서 말한 것이다. 중꺽마,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알쏭달쏭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아하 느끼는 순간, ‘올해의 단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말줄임 언어생활이 보편화되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확산하고 대중화하면서 짧게 줄여서 말하는 언어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결과다. 우리 대한민국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좋은 경기를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2골만 잃어도 사기가 꺽일 만하고, 전반전에서는 무려 네 골을 내준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포기하고 소극적일 수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니까. 졌잘싸…
한 소녀가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날렸다. 자살이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아이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살아도 산 게 아닌 어정쩡한 몸이 되어버린 그와 남겨진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목격했다. 자신의 몸을 죽임으로써 삶의 끝에 이르고자 했겠지만 그 선택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대학을 자퇴하고 꽃동네에서 자원봉사자로 지낸 적이 있다. 노숙인, 노인, 버려진 아기, 정신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이었는데 특히 호스피스 경험은 혹독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끔찍했다. 새벽녘 개들이 늑대처럼 일제히 울부짖으면 이불 속에서 귀를 틀어막고 또 어떤 분이 돌아가신 걸까 두려움에 떨었다. 개들이 짖은 날이면 어김없이 병상에서 누군가 사라졌다. 어느 날 일용직 노동자가 입원했는데 공사판에서 발이 못에 찔렸다 했다. 대수롭잖다며 겸연쩍게 웃던 그 아저씨는 다음날 파상풍으로 사망했다. 가난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죽음을 알리는 소식-부음(訃音)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인이 된 이에게 당신의 죽음은 어떠했는지 부질없이 묻곤 한다. 천수를 누리다 기력이 쇠하여 돌아가신 분, 창창한 나이에 뜻하지 않은 죽음을…
골든 타임(Golden Time)이란 “재난 사고나 응급의료 등의 상황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시간, 즉 이 시간 내에 구조활동이나 응급처치가 이루어져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골든 타임을 넘기면 그만큼 사망률이나 후유증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 타임을 5분이라고 보았을 때 이 5분 안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뇌출혈의 골든 타임은 얼마나 될까? 국내 사망원인의 상위인 뇌출혈과 뇌경색은 골든 타임마저 없다. 그나마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80%로 대부분이지만 이 역시 늦어도 6시간 내에는 응급처치나 수술이 이뤄져야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휴전선을 32km나 접하면서 서울시보다 120% 넓은 약 675.83㎢의 면적을 갖은 연천의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골든 타임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연천군의 유일한 보건의료원 응급실에는 성형외과 의사 3명과 소아청소년과 의사 2명 총 5명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간 응급환자의 경우 의정부를 지나 다른 시·도, 서울까지 후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연천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28%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 만성질환자와 독거노인, 장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