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운행할 예정으로 출근했다. 예정대로라면 30량 전후의 수출용 컨테이너화물을 거대한 부두로 몰고가서 한 켠에 있는 철도전용선(철송장)까지 밀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기관차로 철송장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수입컨테이너를 수십량 물고 전국 각 지역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께 근무를 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파업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던 물류의 한 축이 빠지자 철도운행까지 영향을 끼쳐 일부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 12월말로 퇴직예정인 철도기관사다. 12월 근무일정표를 보니 12일만 근무하게끔 되어있다. 그야말로 말년이니 한 번의 근무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데, 12월2일부터 철도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이 얼마동안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과연 퇴직 전 마지막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파업만 들어가면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윤석열정권이기에 어쩌면 그 열차는 벌써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마지막 열차가 어디 나 뿐일까? 윤석열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해괴한 괴물을 되살
며칠 전, 어느 노(老)교수가 강의 도중에 “이태원 사고는 거기 놀러간 젊은이들 본인의 책임”이라고 했단다. 한 청년이 강의 관리를 하는 필자에게 물었다. “그 교수님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희생자 중엔 교육생들의 친구, 가족도 있을 수 있는데… 옆에 있는 교육생들 모두가 수근 대며 분노했다.”며 울먹였다. 필자는 “강단에 선 모든 사람의 말이 맞는 건 아닙니다. 상식의 관점이 다른 사람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줬다. 잠깐의 시간에서 ‘진짜 민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일부 언론이 정치검찰권력 카르텔을 옹호하고 대변하고 있을지라도, 바른 생각을 지닌 ‘청년들’이 있었다. 깊은 상념에 잠겼다. 지식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조하건대, 분노하고 망각하고 다시 분노하는 재난의 쳇바퀴에 국민의 미래를 맡겨선 안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문장. 필자는 이를, 또 다른 이름의 ‘방관’이라고 본다. 무엇하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국정 책임자들의 진지한 반성과 사과도 없었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았다. 재난을 당하는 건 개인 몫이고, 재난은 개인이 알아서 피해야 하고, 결
지난달 25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경기도의회 여·야·정 협의체 공동협약서’ 공동 서명식이 열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이 참석했다. 여야정협의체는 도와 의회 간 민생현안 협의를 위한 소통·협치 기구로써 긴급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집행부와 의회, 그리고 여야가 기동성 있게 협의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다. 도정 관련 주요 정책, 주요 조례안·예산안, 도의회 정책·전략사업 등을 합의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도정의 쟁점사항을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거쳐 숙성시키고 여야의 주요정책은 물론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정책들도 발굴해 도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다. 협의체는 경제부지사와 여야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경기도 6명(도지사, 경제부지사, 정책수석, 정무수석, 기획조정실장, 소통협치국장)과 경기도의회 13명(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표의원, 수석부대표, 정책위원장,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정무수석·기획수석, 국민의힘 법제수석·기획수석)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다. 경기도의회의 출발은 험난했다. 78대 78 여야 동수, 처음 겪는 상황에서 원 구성은
지속 가능한 여행, 현재 화두에 오른 여행의 방식엔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새로운 세금의 징수 앞에선 눈을 치켜뜬다. 섬은 들어가면 그만이고 환경은 지켜주면 되며, 관광은 당연히 하는 것인데 왜 세금을 걷어야 할까? 제주도가 도입을 추진 중인 환경보전기여금은 관광객이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와 하수, 대기오염, 교통 혼잡 처리비용을 관광객 스스로 부담하는 제도다. 이 금액은 제주의 환경, 생태계 보전 및 환경교육, 홍보 사업 등에 사용된다. 환경을 위한 세금이라니,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전 세계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각양각색의 세금이 자연스럽게 걷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1박 체류마다 내는 숙박세부터 당일치기를 포함해 방문마다 내는 관광세가 있고, 아시아 역시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 관광세가 존재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골프장이용세, 입탕세, 문화관광시설세, 요트·보트세 등에 이어 2019년부터 모든 일본 방문객이 출국할 때 내야 하는 출국세를 부과한다. 태국은 2022년부터 약 1만 원을 관광세로 부과하며, 부탄은 기존의 관광세를 3배로 인상했다. 하수 및 쓰레기 처리 등이 어려운 섬의 경우는 더하다. 환상적인 바다빛으로 유명
온유한 사람은 자아를 떠나 신과 하나가 된다. 천하에 물보다 약한 것은 없지만,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물을 이길 수는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천하에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노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억지로 저항하는 자는 상황 쪽에서도 그에게 저항하고, 거기에 양보하는 자는 상황도 역시 그에게 양보한다. 만약 네가 처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거기에 저항하지 말고 물 흐르듯 거기에 맡기는 것이 좋다. 상황을 거스르는 자는 상황의 노예가 되지만, 거기에 순응하는 자는 그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탈무드) 현자는 선을 행하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며,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결코 서운해 하지 않는다. 사디가 말했다. “나는 파르티아 지방에서 호랑이를 타고 가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사디여, 놀라지 말라. 다만 너의 머리를 신의 멍에에서 빼지 않도록 하여라. 그러면 그 어떤 것도 멍에에서 너의 머리를 빼지 못할 것이다.’라고”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고자 할 때는 매우 강하지만,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가물가물 한 일이다. 나는 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처럼 글쟁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서울의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때는 젊기도 했거니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신념이 있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낮은 임금과 처우는 당연한 노동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클라이언트의 민원은 천천히 지쳐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활동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합리한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점일 것이다. 나 역시 이를 충분 이해하고 있었기에 제도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못 다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술했듯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재정 또한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나 역시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렇다! 난 등록금이 없었다. 공부는 하고 싶지만 등록금이 없는 현실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고 방 안에 들어 앉아 고민만 깊어가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뉴스 읽고 보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음에도 대장동 의혹은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보도한 이후 15개월이 흘렀다. 성남시장 재직때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드라마의 감독격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곽상도·박영수·권순일·김수남·최재경 등 ‘50억 클럽’의 명단이 폭로 되어 사건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지 1년이 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다. 성역 없는 검찰과 책임 있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럴까 반문해본다. 검찰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꿰맞추는 모양새다. 그래서 없는 것을 짜내고, 있는 것도 덮어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탐사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언론현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팩트 조각들을 닭에게 모이 주듯 적절하게 활용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일성이었던 경기도와 도의회의 협치 기구 여야정협의체(협의체)가 출범했다. 중앙정치의 신물 나는 정쟁에 온 국민이 넌더리를 내는 국면에서 경기도 협의체는 상당한 관심을 끈다. 정치 공방으로 지고 새는 중앙정치의 예속 사슬을 끊고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넉넉히 충족하는 진정한 협치 모델을 만들어 경기도만의 선진 자치를 일궈내길 기대한다. 경기도 정치가 이 나라 정치의 진화를 선도할 기회다. 닻을 내린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 방향은 상당히 정밀하다. 도지사, 경제부지사 등 집행부 측 6명과 의장, 양당 대표 등 13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상·하반기 정례회와 분기별 임시회를 열기로 했고, 정책현안이 발생할 경우 합의에 따라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보완했다. 실무협의기구인 ‘안건조정회의’가 합의 결과의 준수와 이행을 점검한다. 지금 경기도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각각 78명으로 여야가 정확히 동수다. 운동장 자체가 전혀 기울어지지 않은 절묘한 정치환경은 운영 주체들의 역량을 도민들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음을 뜻한다. 의원 머릿수에만 의존하는 ‘힘자랑’ 추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는 구성원들의 정치력이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