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재미있게 본 기억의 연장선상에서 ‘수리남’도 다 봤어요. 가만히 놔두면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돼 있는 시스템 덕분에 전편을 다 보는 일은 어렵지 않더군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사이비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 역 황정민의 소름 돋는 악역 연기였지요. 악독한 마약상과 목사라는 이중인격적 연기를 어쩌면 그렇게 실감 나게 소화하는지, 역시 황정민이구나 하는 생각을 사뭇 했네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마적 마약상 전요환이 눈가림 사목 활동을 하면서 “할렐루야!”를 외치는 모습은 참으로 천연덕스러웠어요. 문득 떠오르는 것은 사탄이 목사의 영혼에 빙의(憑依)되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감동적 자애 사상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소명을 맡은 성직자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사탄이 몸을 빌려 장난치기에 딱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우리는 사탄에 빙의된 타락한 성직자들을 정말로 보고야 말았지요.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는 글과 함께 전 국민이 함께 추락을 기원하자고 상상을 초월하는 선동을 했지요.…
수도권 ‘쓰레기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당장 일 처리 용량이 50톤 이상 모자라는 수도권 지자체만 10곳에 달한다.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처리 용량의 고질적 부족 현상에다가 유해 정보에 대한 불신, 보상책에 대한 불만까지 뒤범벅되어 한꺼번에 논란이 폭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쓰레기 대란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지 않겠나. 수도권에서 지금 소각장 설립과 관련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서울 마포구이지만,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는 매일 540톤을 처리할 소각장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현재 부족한 일일 소각처리 용량은 고양시 350톤, 부천시 900톤, 안산시 250톤, 남양주 250톤, 안양 100톤, 화성시 500톤, 김포시 500톤, 광주시 250톤에 달한다. 환경부는 해당 지자체에 지난 7월 소각장 설치 촉구 공문을 보냈다. 수원시는 1999년 지은 영통 자원회수시설을 현대화해 연장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결국 이전을 결정하고 부지 선정에 나섰다. 의정부시도 장암동 소각장의 내구연한 15년이 지난 데다…
첫눈(小雪)은 청첩장이에요. 겨울이 보내온 언약이기도 하고요. 가을빛에 시든 것들의 머리카락을 하얗게 물들이겠다는 다짐이라고나 할까요. 언약이든 다짐이든 속내를 들춰 보면 거절할 수 없음을 알게 되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러한데 계절과 계절이 주고받은 약속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간다고 해서 붙들 수 있는 가을이 어디 있으며, 온다고 해서 등 돌릴 수 있는 겨울이 어디 있겠어요. 사람에게도 세상에게도 시절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있어요. 이를테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도 그런 셈이지요. 지어낸 이야기의 그 소설(小說)이 아니니까 흘려듣진 마세요. 좋든 싫든 첫눈은 오고야 마는 거니까요. 첫눈(小雪)은 밤 여덟 시에요. 하루가 스물네 시간이라면, 밤 여덟 시는 스무 번째 시간에 속해요. 무슨 소리냐고요? 일 년을 스물여섯 개의 절기로 나누었을 때, 스무 번째 절기가 소설(小雪)이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나요? 그리 보면 밤과 겨울은 닮았어요. 어둡고 춥고 쓸쓸해요. 날짜로 환산해 보니까 11월 22일이더군요. 절기상 소설(小雪)에 해당하는 날짜 말이에요. 그래서일까요. 지나온 11월 22일을 돌이켜 보면 유독 찬바람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언론사 자체부터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화석 연료를 채굴하는 기업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기후위기가 거짓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기후위기를 전면 부정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거나 답이 없는 문제라고 외면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에서 열렸다. 기상 전문 기자는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재해를 우선으로 하고 중요하게 다루는 것에 비해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편집국 분위기를 당장 바꾸기가 쉽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생 에너지 연구자는 대중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 경로가 언론인데, 언론은 기후위기를 많이 다루지 않는 데다 제대로 다루고 있지도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 있고, 해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한데 이미 누구 편을 들어 입장을 정해두고 보도해서 논의조차 어렵게 만든다고…
2005년 8월, 퇴근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사전을 한 권 구입했다. 롱맨 사전(Longman Dictionary). 다음 날 평양에 가서 만날 북한의 보장성원 K 선생에게 선물할 물건이었다. 석 달 전 5월에 북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아들이 평양의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자랑하던 일이 생각나 그의 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순안공항 입국 검색대를 빠져나오자 K 선생을 비롯한 북한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기다리고 있던 차에 일행과 함께 올랐다. K 선생이 내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아드님 대학 잘 다녀요?”나의 물음에,“아, 예, 잘 다닙네다.” 얼굴을 활짝 펴며 대답한다. 자식 자랑은 남북이 따로 없는가 보다. 지난번 만났을 때 서로 질세라 열심히 자식 자랑을 늘어놓던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그 애한테 입학 기념으로 줄 선물을 하나 준비했지요.” 영영사전이고 아주 역사가 깊은 유명한 사전이라고, 내가 그 사전 덕분에 미국 유학할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을 하니, K 선생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음 날,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K 선생이 기사에게 뭐라 귀엣말을 하고는 내 곁에 다가앉았다. “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 또한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필수 의료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에 비추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가평의 의료 환경은 타 시·군과 비교하면 대단히 열악하다. 경기도에는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이 총 72개가 있으나 가평군에는 전무하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도 자가용으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다. 8개의 지방의료원이 경기도에 있으나 경기북부에는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등 3 개시에 만 있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사망했고 고열로 울고 보채는 아기를 안고 도착한 병원에서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다는 말을 들은 젊은 엄마의 얘기는 가평군에서는 흔히 사연이 되고 있다. 의료 취약지인 가평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첫째는…
지난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었다. 세계여성정상기금(WWSF)이 아동학대 문제를 알리고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줄어들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20년엔 서울시 양천구 아동 학대 살인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생후 16개월 입양 아동이 학대로 숨진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아동학대는 계속되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18일자 1면) 이후 민간단체들은 아동보호체계를 재편하고, 아동 복지 서비스 전문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50여 건이 넘는 아동학대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 2월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대통령 산하에 최근 3년간 발생한 중대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 사이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빈발했다. 지난 12일엔 화성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잠을 자던 생후
이성이 대답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것은 오직 믿음밖에 없다. 앞으로의 일이야 어찌되었든, 예수그리스도는 지금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얘기되는 것과 정반대의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만일 그가 그 가르침을 세상 사람들에 대해 얘기되는 것과 일치시켰다면, 즉 단순한 피와 살의 가르침과 일치시킨다면, 그는 그저 한 가난한 유대인에 지나지 않게 되고, 세계는 종교적인 삶을 고수한 가장 값진 보물을, 유일하고 보편적이고 진정한 종교에 대한 복음을 잃었을 것이다. (파커) 죽음, 침묵, 지옥 그것은 불멸과 행복과 완성을 원하는 존재에게 얼마나 무서운 비밀인가? 내일 아니 몇 시간 뒤라도 내가 숨을 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리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영원한 수수께끼가 언제나 우리의 눈앞에 엄연한 모습으로 가로막고 서 있다. 마치 사방이 비밀로 싸인 어둠처럼. 신앙만이 이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유일한 별빛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이 세계가 선으로 태어났고, 의무의 의식이 우리를 기만하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