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외신들은 “인위적 참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은 “경찰과 공무원 인력을 더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했으며, 뉴욕타임즈는 “전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재난”,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람을 밀어낸 범인 수색에 나선 경찰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며 사고원인을 ‘사람을 밀어낸 범인’에게 돌린다”고 저격했다. 외신들은 참사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치안 대응 실패’로 본다. 어찌됐거나 한국 정부의 대응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후진적인 참사가 발생해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엔 다시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아슬아슬한 현장이 도처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2020년 기준 1㎢당 51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과도하게 밀집되는 경우가 흔하다. 수십만 명에서 100만 명이 운집하는 축제가 수시로 열린다. 출퇴근 시간대 전철은 콩나물시루보다 더 붐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와 김포시를 오가는 무인 경전철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다. 김포도시철도는 김포한강신도시와 구도심, 서울지하철 9호선…
논쟁은 언제나 진리를 분명히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애매하게 만든다.. 진리는 고독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성장하면 논쟁이 없이도 받아들여질 만큼 명확해진다. 자기가 옳을 때도 끝까지 침묵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있다. (칸트) 논쟁을 하지 말라. 논쟁은 설득하는 데 가장 불리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못과 같아서 때리면 때릴수록 깊이 들어가 뺄 수 없게 된다. (유베날리우스) 누군가가 너희를 슬프게 하거나 모욕을 줄 때는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는 반박하지 말 것이며, 꼭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정신적 동요부터 가라앉히라. (성현의 사상) 지금 당장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때는 침묵하라. 잠시 침묵하다보면 이윽고 마음도 가라앉을 것이다. (박스터) 나쁜 병에 걸린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없듯이 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하고 너는 말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의식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너도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웃에게 그 결점을 일깨우기 위해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의 이성의 힘을 발휘해 이웃의 마음에 양심을 눈뜨게 하여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 며칠 전부터 줄이 늘어서 있고 샤오미에 열광하는 미펀이라는 팬덤이 있어 2015년 미펀제에서는 12시간 만에 212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리는 기네스 기록이 세워졌다. 팬덤의 등장은 대중문화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10대 트렌드로 팬덤경제 부상을 꼽았다. 대중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팬덤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팬심으로 소비하는 팬슈머(Fansumer)는 연예인을 넘어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9월 코로나로 대면콘서트가 불가능할 때 BTS는 방방콘 더라이브란 이름으로 BTS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온라인 공연을 했다. 107개국 75만 명이 동시 관람하면서 순식간에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아미의 열정적 팬덤의 결과다. 대중연예인에게 팬덤은 생존과 성장의 조건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기업, 정치인까지 팬덤의 대상이 되었다. 팬덤경제학의 저자 데이비드 스콧은 기업이 불멸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선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폰이나 할리데이비슨을 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90년대 고객만족의 마케팅이 고객감동을…
지난 2일 울릉도에서는 사상 첫 공습 경보가 울렸다. 3일에도 북한은 ICBM 추정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태원 참사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안보 위기가 엄습한 것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경제 위기가 닥쳤고, 이태원 참사로 안전에 대한 위기가 닥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보 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경제 위기는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지금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제라는 존재는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보 위기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진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고, 다시금 ICBM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적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는, 우리의 적절한 수위의 대응과 국제 사회와의 외교적 공조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함은, 북한의 도발 의도를 알고, 이런 의도에 말려들지
동북아정세와 세계 경제안보의 격랑속에 한국경제의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10월 기준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최장기 적자를 기록했고, 믿었던 수출마저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 감소세(-5.7%)로 돌아섰다. 또 지난 9월 통계를 보면 경제의 세 축인 ‘생산(-0.6%)‧소비(-1.8%)‧투자(-2.4%)’가 전월대비 일제히 하향세를 보였다. ‘트리플 감소’는 경기하강의 확실한 지표라는 점에서 비상이다. 이같은 경제상황은 전 세계가 미중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교란 등에 따른 대격변기의 초입에 서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북한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과 함께 연일 도발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의 경제안보 외교 공간도 협소해지며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폴란드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주 실패와 희망의 불씨는 우리가 처한 좌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비장함을 갖게 한다. 당초 한수원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폴란드 정부 주도의 1단계 원전사업이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로 결정됐다. 폴란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인접국이라는 점에서 외교 안보적 이유가 크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참사는 세월호 참변 이래로 또다시 전 국민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주었다. 일주일 가까이 지났음에도 당시의 참혹한 사진과 영상이 떠나질 않는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되었는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착찹하기 그지없다. 일제하 3·1혁명이 세계 곳곳에 각인된 이유는 그 시위 방법이 평화적이고 비폭력이었기 때문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전국의 거리를 붉은 티셔츠로 물들이며 열광했지만, 쓰레기 하나 없이 돌아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인 우리였다. 촛불혁명 때도 민심의 거대한 물결과 함성이 터졌지만 차분했고 질서정연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민주시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혹자는 서양귀신 놀이에 빠진 청년들을 비판한다. 외국 것이라고 탓하자면 크리스마스는 왜 명절이 되었고, 불꽃놀이는 왜 하고, 부처님오신 날의 연등행사는 또 왜 하는가. 문화는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용되어 흡수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핼러윈 축제도 그들 MZ세대에게는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는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여전하다. 근로자가 코로나로 인하여 사망하는 경우, 유족은 이것이 산재로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코로나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요즈음은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근로자의 코로나 감염이 업무수행과 관련성이 있고, 코로나가 근로자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산재로 인정되어 유족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근로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나 그 감염경로 파악이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 중 감염될 가능성과 업무 이외의 사적 활동에 의하여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비교·평가하여 업무관련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코로나 감염자에 대하여 역학조사를 하던 시기에는 비교적 근로자의 동선에 대한 파악이 수월하였으나, 더 이상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게 되면서 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근로자가 수행했던 업무와 작업환경, 다양한 자료를 통한 근로자의 사적 활동에 대한 파악을 토대로 근로자의 코로나 감염이 사적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보다 업무 수행 과정 중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를…
나의 삶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겸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어떠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을 섬기는 일에 자신의 사명을 두고 있는 사람은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자신이 아직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진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보이는 지고한 빛에 일치하는 방법으로 이해하고, 그 빛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진리에 둔감한 사람들은 과거의 인생관, 과거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며 그것을 옹호하려고 한다. 신앙상의 모든 기만 중에서 가장 잔인한 기만은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신앙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이 세계와 자신의 생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또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였을 때, 거기에 대해 어른들은 자신들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또는 알고 있는 것을 대답하지 않고, 몇천 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이 생각한 것, 그리고 어른들 자신도 믿고 있지 않고 믿을 수도 없는 대답을 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정신적 생명 대신, 정신 건강을 해치는 독약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 참으로 선량한 사람들의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