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란 주제는 매우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공공선 내지 공적 가치로서의 공정은 민주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 없고, 선진 사회일수록 공정한 사회임은 분명하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근거가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만행이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들이 표창장 하나에도 공정을 외치면서 검찰 난동을 묵인한 상황이 있다. 당시 공정을 외치면서 집회룰 한 이들은 노동 현장에 있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강남에서 학력 세습권에 있던 젊은이들이었다.반면 아빠 찬스로 대리 퇴직금이 50억이 되어도 누구도 공정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표창장 하나로 4년을 복역해도 여전히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50억 퇴직금에 있어서는 조용했다.한편, 지난 2014년 4월 많은 어린 학생들이 눈 앞에서 세월호와 함께 수장되며 드러난 행정부의 무능에 대하여 누구나 슬퍼하고 안타까워했으나 대규모 촛불 집회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광화문 촛불의 도화선은 그해 9월 최순실 딸 최유라의 이화대학교 특혜 부정 입학이 불을 당겼고, 결국 정권을
북한은 3·9 대통령 선거일 이틀 뒤인 3.11 북한 주민 전체가 보는 노동신문에서 ‘보수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인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한은 ‘바이든’이라는 실명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정찰 위성 중요시험을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27과 3.5 연이어 두 번 발사한 이후 대통령 선거 당일에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서 다수의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하였다. 당선인 발표일인 3.10에는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설을 개보수하라고 지시하였다. 이후 3.16 평양 상공에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공중 폭발과 3. 20 서해상 방사포 발사 등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과격한 행보가 가지는 노림수는 무엇일까? 북한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을 이용해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우리 및 국제사회가 용인하기 어
그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늘공(늘 공무원)’들은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컸다. 어공은 당선자와의 연줄을 기반 삼아 공직에 진출한 이들이다. 이들을 전문성 등을 통해 공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라고 데려왔다. 관료제의 타성에 젖은 공직을 혁신하라고 외부 인사를 기용한 것이다. 이들은 관료 사회의 굳어있는 시스템과 공직자의 복지부동을 해소하고 전문성을 발휘하며 시정(施政)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권력자의 힘을 배경 삼아 갑질을 일삼는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어공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직의 물을 흐리는 일부 어공들이다. 전문성과 공직자로서의 자질 등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거과정에서의 공로나 평소의 충성심만을 보고 임용한 경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들은 국민이나 자신이 속한 기관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이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경기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제20대 대선이 이재명 전 지사 패배로 끝난 며칠 후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이제 어공들 자기가 있었던 곳으로 원대복귀’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제 이재명 전 지사의 뒤 배경을 믿고 버티고 있는 어
뉴욕타임스의 기회균등연구프로젝트 덕분에 미국의 모든 대학에 대해서는 학부모집단의 경제다양성과 졸업동문의 경제이동성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대학별로 재학생들의 경제적배경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소득계층별 접근성 정보다. 연구진은 1991년에 태어나 2013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부모가 2013년에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신고서를 익명으로 제공받아 정리했다. 먼저 검색대상 대학의 2013년 현재 졸업반 학생들의 중위가족소득액이 제시된다. 그리고는 그 학생들 가운데 2013년의 소득상위 0.1%, 1%, 5%, 10%, 20% 출신이 각각 얼마나 되며 하위 20%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34세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정보(중위소득 및 동년배 중 소득상위1%, 5%, 10%, 20% 진입비율)로서 대학교육의 경제적 결과를 보여준다. 34살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이유는 그 이후로는 소득분위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경제이동성과 관련된 두 개의 정보다. 하나는 34살 졸업동문 중 소득5분위 기준으로 본인의 출신분위에서 2분위 또는 그…
인류 사회의 진보와 향상을 위한 진지한 첫걸음마다, 거기에는 반드시 그 주된 원인으로서 신앙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므로 신앙에 기초하지 않은 모든 가르침은 사회의 개선에 언제나 무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가르침이 훌륭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식에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훔친 불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니)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 기구를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땅에 대한 당연하고 평등하며 빼앗을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럼으로써 그 밖의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 보장이 없는 한 다른 모든 것은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헨리 조지) 사회는 공통의 신앙과 공통의 목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적인 활동은 종교에 의해서 성립된 원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치니)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다. 어쩌면 “옛 성인들에게서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
‘리스본에 있으면서 리스본을 그리워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면 포르투갈 민속 음악 인 파두 그룹, 마드레데우스(Madredeus)의 음반을 들어보시길’ 소설가 김연수 씨의 신문 칼럼에서 처음 ‘마드레데우스’를 알게 됐다. 7년 전 이야기다. 한 번 찾아서 들어봐야지, 하다 잊어버린 그 이름을 얼마 전 영화잡지에서 다시 보게 됐다. 빔 벤더스를 다룬 기사였다. 빔 벤더스는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1999)’으로 쿠바 음악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파리 텍사스(1987)’ ‘베를린 천사의 시(1993)’로 각각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감독상을 받아낸 올해 나이 77세의 독일 거장. 잡지 기사에는 감독이 미치도록 좋아했다는 포르투갈 음악 그룹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름이 마드레데우스였다. 그들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영감을 얻어 영화로 만들었고 그 영화에 그룹을 출연시키기까지 했다나. 그렇게 탄생한 영화 ‘리스본 스토리(1994)’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해 존재감 없이 막 내렸다고 한다. 국내 상영이나 했던가. 빔 벤더스를 좋아해 그의 초기작까지 뒤져 찾아봤던 나였지만 ‘리스본 스토리’는 기억에 없다. 그래도 ‘무려’ 빔 벤더스인데! 유
- 백낙청의 깨우침 2022년 대선 이후 “오마이 TV”에 출연한 백낙청 선생의 발언이 주목되었다. 패인 분석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재명이 촛불시민들과의 결합을 좀 더 일찍 더 강력히 했었다면....” 촛불시민과의 결합은 애초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아니었다. 이른바 강성기조가 부각될 경우 중간층 포괄이 어렵다고 본 때문이었고 이는 선거과정에서 이재명의 타고난 전투력을 약화시키거나 거세하는 쪽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개혁 기조가 후퇴해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의 거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담론은 끝내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2022년 대선의 정치는 왜소화되어버린 채 개별적 이해관계에 호소하는 ‘소확행’으로 마무리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백낙청은 토로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2021년 11월 6일,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는 이재명 후보를 초청, 생중계 공개대담을 한 바 있었다. 대선후보로서는 공식 행보 제1차 일정이 된 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촛불과 만나는 일정에 대한 민주당 선대위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재명 자신의 적극적인 선택이 주효해 촛불시민들과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째로 접어들었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향후 국제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각국으로 하여금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첫째 강대국간 전쟁 가능성을 지구촌에 각인시켰고, 둘째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면 강력한 군사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셋째 안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확실한 동맹체제 필요성이다. 이에 따라 우선 지정학적 주요국을 중심으로 군비 경쟁이 우려된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2차세계대전 패망 이후 군사력 증강을 자제해온 독일이 최근 미국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35대 구매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재무장 움직임에 나섰다. 숄츠 총리는 앞서 “독일군 현대화를 위해 올해 1000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입하는 한편 앞으로 매년 국방비를 GDP대비 2% 이상(2021년 1.53% 추정)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후 독일의 대외 정책의 대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유럽 역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