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나이에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너무 심하게 마비되어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였다. 어머니에게 의사가 아침까지 못 버틸 거라는 소리를 하는 것을 몰래 들었다. 어머니는 그 때문에 슬퍼했지만 그는 오히려 딴청을 피웠다. 오히려 자신의 침대를 옮겨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어머니가 슬퍼할 겨를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말대로 이내 혼수상태에 빠졌다. 신의 도움이었을까. 사흘 후에 기적적으로 그는 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사지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몸을 움직이게 해주세요” 그런데 마음이 간절히 요구하던 것이 기적 같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는 마침내 일어나게 되었다. 그가 바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 유명한 밀턴 H. 에릭슨(Milton H. Erickson, 1901년 12월 5일 ~ 1980년 3월 25일)이다. 그는 어떻게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극심한 소아마비에서 이런 최고 영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누이와 부모님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식구들의 손동작과 얼굴 표정, 제스처와 호흡패턴, 말투를 꾸
미래통합당을 시대정신에 맞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종인 위원장의 일성은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는 슬로건이었다. 총선 참패 후 40여 일 넘게 옥신각신하다가 가까스로 잡은 탈출구인 만큼 실수도 실패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종인 호(號)의 앞에 꽃길만 놓인 게 아니다. 장구한 세월 보수장사로 재미를 보아온 ‘수구꼴통’ 거머리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그들의 교활한 발목잡기를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이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한 당부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념과 노선, 정책과 인사에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획기적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는 상당한 기대를 부른다. 한국 정치의 부러진 날개 꼴인 통합당의 변화는 단지 일부 정치세력의 존폐 문제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참석한 의총에서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발언 행간에는 요 며칠 깊숙이 살펴본 당내 분위기에서 녹록지 않은 기류를 체감한 듯한 느낌이 묻어난다. 응급상황을 맞아 일단 집도의를 외부에서 초빙해
퇴직공무원인 김포시 전직국장이 김포시통합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3월 김포산업진흥원 대표도 퇴직공무원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1일 김포시의회 박우식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퇴직공무원들의 김포시 산하 지방공기업·출자출연 공공기관 재취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본보 2일자 1면) 박의원은 설립목적과 역할에 맞는 리더를 제대로 뽑아야 하는데, 대표에 퇴직공무원이 임명됐다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공기업·출자출연 공공기관장 채용 시보다 엄격한 기준과 전문성이 담보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전직 국장 등으로 채워져 있는 지방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공무원을 산하 공공기관에 재취업시키는 것은 적폐’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가리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고위 퇴직공무원 재취업 현황’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중기부 소속 4급 이상 퇴직 공무원들 124명 중 80명(64.5%)이 산하공공기관·유관기관에 임원으로 재취업 됐다. 국토교통부의 경우도 지난해 공공기관과 관련 민간기업에 재취
이팝꽃 피고 아까시꽃 피어날 때면 뻐꾸기 울음이 들려온다. 모내기도 하며 바쁜 농사철이 시작된다. 따스한 햇볕에 모든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시기이다. 감자를 일찍 심은 데는 벌써 감자꽃이 하얗게 피었다. 고추 모종한 것은 지지대를 꽂아주고 묶어줘야 한다. 고구마도 벌써 모종이 끝나고 파란 완두콩도 넝쿨을 뻗는 계절이다. 엊그제 아침에 전화벨이 울렸다. 여동생이 전화한 것이다. 내용인즉슨 어머니 앞니가 흔들거려 빼셨는데 언니가 보고 싶다고 하신단다. 또 언니가 만든 잡채도 잡숫고 싶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마트로 달려가 잡채 거리와 김밥 거리를 사 왔다. 어머니는 잡채를 좋아하시고 두 여동생은 김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음식이 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지만, 빠른 속도로 만들어서 어머니가 계신 서신 매화리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평소에 치과 치료가 무척 겁나셨고 핑곗김에 큰딸을 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딸을 부른 더 큰 이유는 텃밭에 지천인 푸성귀를 마음껏 싸주고 싶어서였다. 유독 사 남매 중에 필자는 나물 반찬과 상추 쌈 등, 채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밭으로 나가보니 동생은 마늘종을 뽑고 어머니는 이것저것 나물을 뜯고 계셨다. 그렇
“김팀장, 이런 제도가 있으면 제대로 파악해서 미리 준비했어야지. 그동안 뭐 한거야. 당신 일 똑바로 안할 거야” 이는 내년 3월 말까지 재취업지원서비스 운영결과를 규정 서식에 따라 작성해서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하여야 함에도 시기를 놓쳤거나 보고서가 미흡해서 상사로 부터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한 담당자에게 핀잔을 주는 상황을 표현해 본 것이다. 2019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고용정책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고용노동부 소관 세개의 법률안이 의결되었다. 이에 따른 2020년 5월부터 1천 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은 1년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노동자가 정년, 희망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하는 경우 이직일 직전 3년 이내에 진로설계, 취업알선, 취·창업 교육 등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3천759만명에서 2027년에는 3천508만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처럼 재취업 지원 서비스 의무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해고자나 정년퇴직자 등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 없이 인구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
…
멸가치 인생 /김승기 누구 하나 따뜻한 눈길 보내주지 않아도 별 가치 없는 존재, 결코 아니에요 맛깔스런 봄나물로 반짝였던 날들 맵차게 그리워도 잊혀진 옛날 전혀 슬프지 않아요 당신만이라도 꼭 기억해줘요 빛이 바래갈수록 다시 크게 쌈을 싸 봐요 널따란 생이파리 하나만으로도 데치고 무치고 볶지 않아도 나물이 되는 우리 사랑 감싸 안을 존재의 이유 여전히 충분하다는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잎이 무성한 여름 지나갈 때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색깔로 향기로 꽃필 거예요 저기 반투명 유리벽 너머 금고에 쌓아둔 지갑 속 행복한 신용카드 맑아졌다 흐려지고 흐려졌다 맑아지고, 우리 사랑놀이처럼 시소를 타고 있어요 한도 초과 않도록 어루만져줘요 그래야 가을에 열매도 예뻐져요 당신의 하얀 손수건으로 밤하늘을 닦아줘요 별 쏟아져 내리고 꽃이 돋아 올라 어두운 숲속을 팡팡 폭죽으로 터질 거예요 ■ 김승기 1956년 강원도 속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해 계간 『詩마을』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있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그냥 꽃이면 된다』외 6권의 저서가 있으며 세계한민족문학상을 수상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 1일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을 수도권제1순환선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하며, 경기도의 오랜 숙원을 인근지자체와 합의를 통해 이끌어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리더십과 관련 공무원들의 끈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수도권제1순환선은 경기도 14개 시군과 서울 3개구, 인천 3개구를 순환하는 수도권 교통의 중심축이다. 2기신도기 건설과 연동된 수도권제2순환선이 완공된다면 지역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역사에 찾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이 강화된 나라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신라 400년, 고려 500년, 조선 500년의 중앙집권적 왕조체제를 거쳤고, 대한민국 수도도 조선의 도읍 한양에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칭에서 보듯이 경기도 주요 지역을 ‘서울외곽’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방분권시대와 거꾸로 가는 것이며, 중앙집권적 생각에 다름 아니다. 차제에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 톨게이트’도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안산시가 ‘서서울’인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무산되었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축소되었다. 공공기관의 지방분산도 혁신도시 형식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디지털 실감 영상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예약을 하여 얼른 다녀왔다. 다중이용시설이 임시 폐쇄되기 직전이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박물관, 미술관 관람에 목말라 있던 중 몇 개 시설은 사전 예약만 하면 방문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마른 땅에 단비 내리듯 반가웠는데 다시 폐관 소식이 들리니, 그리하는 것이 백번 맞다 싶으면서도 서운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날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 본 것은 <요지연도>와 <십장생도>를 모티브로 제작된 미디어아트 입체 영상이었다. 대자연 속의 신선놀음이 화려한 색채로 펼쳐지고 있었다. 공간을 두르고 있는 널따란 벽 위에 3D 영상이 시원하게 펼쳐졌고, 바닥에도 화려한 꽃길과 은하수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외출조차 쉽지 않다 보니, 찌든 현실에서 도피해 대자연의 품속에서 신선놀음을 하는 것이 옛사람뿐 아닌 바로 지금의 나의 로망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요지연도>는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9기에 완성되었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중국의 서왕모와 목왕의 연회가 펼쳐지고 있으며, 초대받은 신선들도
나의 가족은 행복한가? 어떤 가족이든 크게 또는 작게나마 문제가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둘이 만나 결혼을 해서 아무런 의견차 없이 평탄하게 생활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가족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또 다른 가족이라는 울타리속에서의 공동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최종욱 동물칼럼니스트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인간과 같이 가족이나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는 동물들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인간의 문화가 대개 전쟁 중심으로 발전해 온 단기적이라는 것에 비해 동물들의 문화는 주로 평화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늑대는 동물에게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무리를 이끌며 수컷은 사냥을,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쪽이 죽어서 재혼을 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이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행동들이 무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 해도, 이들을 통해